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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수년내 최대 5.5 지진 가능성"

원호섭,이영욱 기자
원호섭,이영욱 기자
입력 : 
2016-04-20 17:14:14
수정 : 
2016-04-21 1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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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 흔들려…내진설계 안된 건물 위험
지질자원硏 예측 "지각판 경계서 벗어나 대지진 걱정은 없어"
백두산 2070년 분화할수도…마그마 꽉 안차 대폭발은 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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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일본 규슈에서 규모 7.0의 큰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 지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규슈 지진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판의 경계가 아닌 한반도와 같은 유라시아판 위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규슈 지진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규모 5.0~5.5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지만 큰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한반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한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동쪽 179㎞ 지역에서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울릉도는 5㎝, 한반도 내륙은 2㎝가 일본 열도 방향으로 이동했다. 결국 요동쳤던 지각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지각도 불안정해졌다.

2013년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관측 이래 최대인 93회를 기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영향을 미쳐 수십 차례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발생했다"며 "쌓였던 힘이 여러 차례의 약한 지진으로 나타날지, 대규모 형태로 나타날지는 한반도 지역의 단층 구조를 파악해야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역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규슈에서 발생한 지진에 가슴을 졸이는 이유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20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본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이 일본 서쪽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한반도에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일본 서부에서 지진이 나면 몇 년 뒤 한국에도 약한 지진이 발생하곤 했다. 일본 동쪽에 위치한 태평양판은 일본을 서쪽으로 밀고 있다. 1년에 8~10㎝, 10년이면 약 1m씩 서쪽으로 이동한다. 일본에서 내륙 활성단층에 의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1~5년 내 한반도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1995년 고베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1996년 영월에서 규모 4.5, 1997년 경주에서 규모 4.2의 지진이 관측됐다. 일본 중부를 중심으로 동부지방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한반도에 큰 영향이 없지만 서부에서 발생할수록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 센터장은 "규슈 대지진이 한반도에 1~5년 내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규모는 5.0~5.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물은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규모 6.5로 돼 있어 이 정도 지진에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구조물에 금이 가거나 땅이 심하게 흔들릴 수 있는데 만약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건물이라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한반도에서는 일본처럼 규모 8~9의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본의 경우 태평양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 유라시아판의 경계선에 위치해 지진, 화산 활동이 빈번하다. 한반도의 경우 유라시아판의 동쪽에 위치하지만 경계선에선 떨어져 있다. 대지진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진학적 환경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반도의 북서쪽, 중국의 동북지방에는 거대한 활성단층인 '탄루단층'이 있다. 탄루단층은 한반도의 지진 '방파제' 역할을 한다. 탄루단층보다 서쪽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여기서 나온 힘을 탄루단층이 흡수해준다. 문제는 탄루단층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땐 중국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1~5년 새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발생한다. 1976년 규모 7.8의 탕산 대지진 이후 1978년 속리산 인근에서 규모 5.2, 홍성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 예다.

지 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려면 약 400㎞ 길이의 단층이 찢어져야 한다"며 "원산에서 광주까지가 400여 ㎞인데 이 정도 길이의 단층이 찢어질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100㎞ 이상 단층이 찢어져야 하는 규모 8의 지진 역시 우리나라에선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반도 인근에도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만큼 이 지역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두산에 대해서는 대폭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분화할 가능성은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 센터장은 "중국지진국은 1668년, 1702년, 1903년에 백두산 분화가 있었다고 본다"며 "이들은 다음 분화 시기를 207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폭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그는 "우선 백두산 마그마방은 아직 가득 차 있지 않으며 북한이 3·4차 핵실험 규모의 수백 배에 달하는 강력한 폭발력을 내야 규모 7.0 지진이 발생하는 만큼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백두산 폭발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지 센터장은 "중국지진국은 백두산 대폭발이 고려시대인 946년에 있었고, 2만년 정도 지나야 다시 마그마방이 차 폭발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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