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 문제는 언급도 안 해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전쟁서 숨진 미국인들 애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9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미국인들에 대해 애도했지만 위안부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위안부 문제는 언급도 안 해

아베는 일본 총리로는 처음 행한 미 의회 연설에서 “일본 국민을 대표해 2차대전에서 숨진 모든 미국인들의 영혼에 깊은 존경을 담아 영원한 애도를 표한다”며 “역사는 가혹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것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1945년 2월 오키나와 전투에 참전했던 예비역 미군 장성과 일본군의 손자가 한자리에 앉은 것을 가리키며 “그렇게 격렬하게 싸웠던 두 적국이 영혼으로 맺어진 친구가 됐다”며 “역사의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전후에 우리는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의 느낌을 갖고 길을 걸어왔다”며 “아시아 국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우리 행동들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 나는 이에 대해 과거 총리들이 내놓은 견해들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무라야마 담화를 대체로 계승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지만 식민지배와 침략의 역사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대신 앞으로 잘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무력 충돌 상황에서 가장 고통받는 쪽은 여성”이라며 “우리 시대에는 여성들이 인권유린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를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인신매매 피해를 입은 위안부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나도 마음이 아프다”며 “고노 담화를 계승하고 그것을 수정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미국의 도움으로 일본이 지금처럼 성장한 것에 감사를 표하며 일본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괌 미군기지 개선을 위해 28억달러를 기여하겠다며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의 여세를 몰아 일본 내 안보 관련 법제 마련을 올여름까지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미·일 간 협상이 종착점에 가까워졌다. 우리의 공동 리더십으로 TPP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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