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미 의회 합동연설

미 의회, 반성 없는 아베에 갈채… ‘역사적 정의보다 실리’읽음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아베 상·하원 연설 의미

▲ 조부 시대 영광 찾는 아베·국방예산 감축 필요한 미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

강한 안보와 경제를 기치로 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심찬 미국 방문은 29일(현지시간)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로 정점을 찍었다. 그는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행한 이날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때 서로 전쟁을 했던 일본과 미국이 이제 화해를 달성하고 인류가 직면한 도전에 함께 대응하게 됐다며 미·일동맹이 경제성장과 경제적 번영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테러리즘, 질병, 자연재해, 기후변화 등을 언급하며 “미·일동맹이 새로운 도전을 공동으로 대응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받은 이번 연설은 70년 전 패전국 일본이 이제 ‘불완전한 국가’의 모습을 벗고 밖에 나가서 전쟁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전승국 미국 의회와 행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날 국빈만찬에서 “1957년 신조의 할아버지가 미 의회에서 연설할 때 자신의 방문이 미래 미·일관계의 새로운 문을 여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제 그 손자가 최초로 의회연설이라는 역사를 만듦으로써 파트너십을 더 진전시키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조부 시대의 영광 재현을 원하는 우파 정치인 아베 총리만큼이나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미국은 국방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군사작전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일본, 한국 같은 동맹국들이 더 많이 부담해주기를 기대한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댈 수 있지만, 한국과 달리 평화헌법이라는 제약이 있어서 미국이 늘 아쉬워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언급한 뒤 올 여름까지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위한 안보 관련 법제 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최대 난제인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해 “수십년간 지체돼온 일본 농업 개혁을 하려 한다”고 말해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금까지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더디게 진행되어온 것은 전쟁의 경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반성과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갈 길 바쁜 미국 입장에서는 역사 정의에 대한 얘기는 명분론일 뿐 현실론 앞에서 힘을 잃고 말았다. 일본의 반성과 사과가 충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70년은 충분한 기간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였고, 어떠한 침략도 하지 않은” 반면 “중국은 일본보다 더 높은 국방비 증가율을 보이며 동북아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리가 미국 내 현실론에 힘을 보탰다.

미국이 1954년 냉전 전략에 따라 자위대 창설을 허용하며 시작된 일본의 보통국가화 프로젝트는 이제 완성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도 이로운 일이라는 미국과 일본의 논리를 한국 정부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아베 총리를 따라다니며 시위를 하고, 90대에 접어든 태평양전쟁 참전군인들이 아베 총리의 과거사 인식을 비판하는 것은 여전히 과거사 문제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