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한일관계, 이번주가 고비

2019-07-22 12:16:10 게재

참의원 선거 아베 승리 … 수출규제 확대할 듯

한일 방문 볼턴 주목

호르무즈파병 가능성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민주당·공명당 연립여당이 '절반의 승리'를 거둔 가운데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관계가 이번 주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추가 확대로 한일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치닫을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방한 등을 계기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57석, 공명당 14석 등 두 집권여당이 71석을 차지했다. 일본유신회 등을 포함한 개헌세력이 개헌발의선을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집권 여당이 안정적인 과반의석을 유지함으로써 한일관계도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국민들이 지지했다고 보고 그대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선거 직후 "(국민이) 안정된 정치 기반 위에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추진해 가라는 판단을 해 주셨다고 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아베 총리가 더 보수화되면서 한일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먹구름이 더 짙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전략물자 수출품에 대해 우대조치를 해주는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의견수렴절차가 24일 완료된다. 의견수렴이 끝나면 아베 총리가 시행령을 개정해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된다.

현지시각 23~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의제로 상정돼 있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정당성을 놓고 양국의 설전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존 볼턴 보좌관은 23~24일 한국을 방문한다. 볼턴 보좌관이 단독으로 방한한 것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볼턴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볼턴 보좌관은 방한에 앞서 일본부터 방문한다. 미국은 볼턴의 양국 방문이 동맹 강화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지만 일본에 이어 곧바로 한국을 방문하는 만큼 한일간 중재역할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관여 요청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일 모두 나의 관여를 원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개입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한미일 삼각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인물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볼턴 보좌관이 한일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우리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를 구상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이 정 국방장관을 만나는 것도 파병요청을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어차피 파병을 할 거라면 먼저 파병을 제안하면서 일본의 경제도발에 대해 미국이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미안보체계를 잘 활용하면 한일관계를 푸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주말까지 아베 총리가 어떻게 나오는가를 보면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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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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