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CEO는 어떤 책을 읽을까…「팩트풀니스」 「사업을 한다는 것」 필독서 찜!

입력
수정2019.07.24. 오후 4:58
기사원문
박수호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두르다간 오히려 더 나쁜 결과만 맞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오히려 한 템포 쉬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CEO들은 책을 곁에 둔다. 마침 휴가철 울림을 줄 책을 찾는 이들이라면 먼저 읽어본 CEO들의 추천도서에 관심이 갈 만하다.

지난 7월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팩트풀니스’ 저자 안나 로슬링이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EO 상당수는 ‘팩트풀니스’를 추천했다. <김영사 제공>


▶기업 운영 답이 안 보인다

▷경영·경제 서적서 경영 지혜 얻어

어려운 경영환경 탓일까. 경영 전략 관련 도서를 집어드는 CEO가 적잖다. 특히 ‘사업을 한다는 것(레이 크록 저)’은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과 손창현 OTD 대표가 동시에 꼽은 책이라 눈길이 간다. 맥도날드 창업자인 레이 크록은 자서전인 이 책에서 기업가정신, 신사업 개척 등을 다뤘다.

김웅기 회장은 “ ‘즐거운 위험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합리적 위험을 감당하는 것은 도전의 일부’라는 원칙으로 맥도날드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레이 크록을 보며 사업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손창현 대표는 ‘사람을 뽑으면 일단 믿고 맡겨라’라는 구절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사람을 뽑는 것도 힘들지만 좋은 사람이 충분히 역량을 내게 만드는 것 역시 너무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맡김으로써 회사 주요 인적 자원을 구축했다는 점이 깊은 감명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성장을 고민하기 앞서 지속 성장이 가능한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지속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비나이 쿠토 외 저)’을 애독했다. 그는 “앞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조직을 지속함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최대한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자 한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 개선 의지를 밝혔다.

▶고객에 주목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 인기

‘고객이 최고’란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를 간과하는 이들도 많다. CEO 중에서도 ‘고객 최우선’이란 기본기를 되새기고자 관련 책을 탐독한다는 이들이 여럿이다.

신동민 머크 생명공학 R&A 컨트리헤드는 고객의 결핍과 두려움,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라는 처방이 담긴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박종윤 저)’를 열독했다. 신동민 컨트리헤드는 “구호성 고객 만족이 아니라 ‘고객과 얼마나 일체감을 갖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책을 읽고 고객에 대한 나의 관점을 수없이 되물어봤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국내 8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합류한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 역시 책을 통해 고객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은 브랜딩의 5가지 원칙을 소개한 ‘브랜드 갭(마티 뉴마이어 저)’이다.

이수진 대표는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우선하지 말고 ‘고객이 우리의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쓰는지’를 관찰해 ‘고객이 느끼는 본능적 감정’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담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리더십 어디 없나

▷“구성원 모두 리더십 발휘하는 조직”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리더십의 정의나 구현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니콘 기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언리더십(닐스 플레깅 저)’을 읽고 종전 생각을 많이 바꿨다고 했다.

언리더십(UN-LEADERSHIP)은 기존 리더십의 병폐를 지적하고 직원이 자발적으로 일하는 기업을 이끄는 21세기형 리더십을 제안하는 책이다. 이 대표는 책을 읽은 후 비바리퍼블리카가 기존 조직과 다르게 언리더십을 실천하는 ‘베타기업’이 되자는 구호를 만들게 됐다는 후문. 그는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구성원이 확장된 상황에서도 열린 기회를 통해 구성원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모두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또한 책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되돌아보는 모습이다. ‘기업의 동력은 결국 사람에게 있고, 사람을 남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을 남겨라(정동일 저)’를 통해서다. 조 회장은 이 책을 읽고 책에서 언급된 체계적인 리더 육성 시스템을 ‘신한리더십센터’ 운영에 반영하기도 했다.

최희암 고려용접봉 부회장은 '최고의 리더는 사람에 집중한다'라는 책에 꽂혔다. "책 제목이 흥미로워 읽기 시작했다"는 그는 "동기유발의 고민, 드라이브를 걸 때의 위험 등등이 농구 감독 시절 고민과 흡사한데 기업도 이런 고민을 갖고 있기에 해결할 수 있는 사례나 작가의 대안에 공감이 많이 갔다"라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측정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은 일도 있다'라는 대목에 주목했다며 "꿈, 이상, 경험 등은 물론 사랑, 기쁨, 감사같은 것은 측정하기 보다 행위자의 정성에 따라 달리진다"며 "모든 직원들에게 정성을 갖고 대해야 마음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스타트업·Z세대 연구는 필수

▷임영진 사장 ‘90년생이 온다’ 탐독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배드 블러드(존 캐리루 저)’를 추천했다. 배드 블러드는 단 한 방울의 피로 240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초소형 키트 개발 사기로 기업가치를 10조원까지 올린 테라노스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용우 공동대표는 “책 속 ‘테라노스 사태’가 보여주는, 혁신에 목말랐던 사회적 분위기, 명망가를 앞세운 여론 조작 과정과 투자자들의 판단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어떤 합리적 의심과 검증을 해봐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신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1990년대생과 공존하기 위해 받아들여야 할 것을 담은 책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저)’를 보며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그는 “1990년생 직원들은 회사의 미래이자 성장의 밑거름”이라며 “신한카드 주요 고객층 역시 신세대로 바뀌는 상황 속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구직 대신 창직하라(김진표 저)’를 꼽는다. 김광수 회장은 “기술력·시장가치를 알아보고 금융이 먼저 투자하는 나라를 강조하는 대목에 공감해 농협그룹도 자회사로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팩트풀니스’ CEO 필독서

▷“데이터에 주목해 경영” 다짐 이어져

CEO들의 인문학 사랑은 여전하다. 특히 최근에는 ‘팩트풀니스’를 꼽는 CEO가 많다. ‘팩트풀니스’는 ‘사실충실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즉, 팩트에 근거한 사고법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스웨덴 보건학자이자 통계학자인 故 한스 로슬링, 구글 데이터팀의 책임자로 일한 올라 로슬링, 구글의 시니어 디자이너로 일한 안나 로슬링 등 아버지, 아들, 며느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쓴 책이다. 극빈층 비율, 기대 수명, 재해 사망자 수, 예방접종 등의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의외로 오답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세상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팩트풀니스’를 추천서로 꼽은 CEO는 김창수 F&F 대표, 이상훈 TPG 한국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다.

김창수 대표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이 많이 틀렸고 실제로 세계에 대한 무지가 얼마나 심한지 깨닫게 됐다”며 “구체적인 팩트를 갖고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특히 서양 중심의 사고가 주는 왜곡이 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슬아 대표도 “인간이 어쩔 수 없이 편견이 많은 나약한 존재인데 그러다 보니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회사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도 편견 없이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상훈 대표는 투자 관점에서도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낙관도 비관도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며 “팩트를 중시한다면서도 간과할 때가 많은데 데이터가 말하는 대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역사에 답이 있다

▷과거 위기 극복 사례서 지혜 얻어

최근 미중 무역분쟁, 한일관계 악화 등 대내외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역사 서적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CEO도 다수다.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추천한 ‘지도를 읽다’ 시리즈 중 ‘한눈에 꿰뚫는 세계민족 도감’이 이런 유다.

원 사장은 “평소 회사의 글로벌 진출전략과 궤를 같이한다는 차원에서 세계사나 역사 혹은 지리에 대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운을 뗀 뒤 “이 책은 세계의 언어와 종교, 민족의 생성과 분화 등에 대해 역사와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기술돼 있어 읽기 편하고 핵심 내용이 잘 정리돼 있다. 특히 각 민족의 주요 분쟁 지역과 갈등 이유를 알기 쉽게 소개해 외국인들과 대화할 때 국가 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근 한일 간의 정치갈등을 보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나 인접 국가와 사이 좋은 곳은 없다는 깨달음을 책에서도 얻을 수 있었다. 각 국가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이 장래 코리안리가 진출할 국가에 대한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독서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의범 SG그룹 회장은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를 읽으며 최근 한일관계를 다시 보게 됐다나.

“금이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숭배되는 이유를 태양과의 유사성에서 찾고, 또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alchemy)이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화학(chemistry)의 모태가 됐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인류 최초의 발명품인 그릇(도자기)은 토기, 도기, 자기, 세라믹, 플라스틱 등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파인 세라믹이 배터리 재료 혹은 고온 초전도체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기도 하고요. 요즘 한일 무역갈등으로 소재 산업이 주목받는데 이럴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더불어 기회가 되면 소재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을 잡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건축재료나 자동차 부품재료 등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 것이죠.”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베스트셀러 ‘총 균 쇠’ ‘어제까지의 세계’ 등으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신간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를 꼽았다. 대변동은 지난 60년간 문명의 흥망 원인을 분석, 여러 위기 극복의 사례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보는 책이다. 나 사장은 “위기의 원인과 본질에 주목한 저자의 통찰력이 매우 흥미롭다. 오랜 기간 브레튼우드 체제 중심의 국제질서 속에 살아온 인류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고 있는 지금,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여러 위기 극복의 사례를 통해 국가와 기업이 어떻게 위기에 대응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지 교훈을 전해준다”고 소개했다.

역사 인물에서 지혜를 얻는 이도 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의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를 애독했다는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리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리더십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책”이라면서 “오늘날 기술강국, 군사강국, 창업강국인 이스라엘을 만든 위대한 스토리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했다.

▶후후 먼지 불어내고 읽는 고전의 맛

▷김홍국 하림 회장 “나는 애덤 스미스 팬”

고전서를 탐독하는 CEO도 있다.

요즘 김홍국 하림 회장은 ‘국부론’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의 초기작 ‘도덕감정론’에 푹 빠져 있다.

김 회장은 “흔히 이기주의,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안 좋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책에서는 이기주의를 다르게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소개했다. ‘도덕감정론’에서는 이기주의를 자기애(self love)로 규정한다. 이때 이기주의는 ‘상호 공감의 기쁨’이다. 즉, 나의 자기애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자기애가 중요함도 중시해야 사회 전체 이익이 증가한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기업도 이런 관점에서 사심 없이 이익을 추구하되 고객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영국 예술평론가 겸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1819∼1900년)의 책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Unto This Last)’를 추천했다. 모든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해야 한다는 경제적 정의를 다룬 책으로 최저임금의 사상적 토대가 된 책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오래된 책이 주는 묵직함이 좋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고 말했다.

소설파(?)도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최인호 작가의 ‘가족’을 애독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가까이에서 인생의 다양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살아온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겸손한 마음과 세상 모두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 밖에 과학 서적에 빠진 CEO로는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꼽힌다. 그는 오경석 팬코 대표의 추천으로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을 접했다고. 이 책은 세포부터 생태계, 도시, 사회관계망, 기업까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성장과 혁신, 노화와 죽음을 지배하는 패턴과 원리를 다뤘다.

조 대표는 “동물, 도시, 기업에서 나타나는 성장의 사이클 또는 죽음(쇠퇴)에서 오는 공통점을 통해 기업 운영에 많은 시사점을 줬다.

무신사가 5명 미만의 개인사업자에서부터 400여명 임직원의 중소기업 수준으로 커지면서 겪어왔던 과정들이 떠올랐다. 일찌감치 이 책을 읽었다면 도움이 더 많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박영선 인턴기자 9mi9m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8호 (2019.07.24~2019.07.30일

▶네이버 메인에서 '매일경제'를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매콤달콤' 구독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매경이코노미에서 금융, IB, 슈퍼리치, 스타트업 등등 매경프리미엄에서 '재계 인사이드'를 연재하며 돈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기자.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