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3법` 8개월째 먼지…기업 애타는데 국회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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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22. 오후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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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간 의견차 거의 없는데
정쟁에 묻혀 논의 `올스톱`

당장 23일 예정 법안심사서
정보보호법 논의대상서 제외
여야 7월 국회 일정도 못잡아


◆ 낮잠자는 법안, 한숨쉬는 기업 ① ◆

여야 대치로 각 상임위 입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국회 본청에 계류 법안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승환 기자]
'입법부'인 국회가 '입법 태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는데 8개월간 국회에서 논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다루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 이루어졌을 뿐이다. 정보통신망법을 다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와 신용정보법을 다룰 정무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며 단 한 차례도 논의를 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의 호소와 금융·핀테크·인공지능(AI) 등 관련 업체의 읍소도 국회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한시가 급하다"고 발을 구르고 있지만 여야 정쟁이 더 시급한 국회의원들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고 법안 처리를 후순위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의 활용을 위해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의 통과가 필요하다. 특히 빅데이터의 경쟁력이 결국 AI 등의 기반 기술이 되는 만큼 데이터 기반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국회에서의 개정안 통과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금융위, 행안부 등으로 나뉜 개인정보 관련 규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고 규제·감독 권한이 합쳐져야 제대로 된 산업 정책이 가능하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인재근 의원 대표발의·행안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노웅래 의원 대표발의·과방위), 신용정보법 개정안(김병욱 의원 대표발의·정무위) 등 크게 3축으로 이뤄져 있다. 행안위에서 발의된 '개인정보보호법'은 행안부를 중심으로 부처 간 협의를 마친 뒤 행안위원장 명의로 발의된 정부안이고, 나머지 법들은 개인정보보호법 통과를 전제로 한 법들이다. 행안위에서 논의에 속도를 내야 다른 상임위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구조다.

이 개정안에서는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가명정보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한 정보로, 추가 정보와 결합하지 않으면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 법이 통과되면 가명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 등 상업적 목적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기록 보존, 과학적 연구, 통계 작성 목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이를 활용하고 데이터 결합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러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서로 결합해 빅데이터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2016년 6월 빅데이터 활성화 및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비식별화 조치를 거친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기업 마케팅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으로 시민단체에 고발당했고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개인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받은 기업과 기관들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비식별 정보 활용에 대한 물꼬가 트인 분위기다.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여야 간 크게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에 야당은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다른 쟁점 법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지난 4월 법안소위 당시 관련 논의를 한번 했었지만, 행안부로부터 법안 설명을 듣는 데 그쳤다"면서 "다만 야당 쪽에서 개인정보보호법 통과를 조건으로 국가채무총액 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건전화법' 등 조건을 걸고 있어서 최종 법안 통과까지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한국당이 해당 법을 '민주당 핵심 중점법안'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 개정안에 대해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행안위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통화에서 "여러 가지 검토도 하고 토론회도 해 보려고 하는데 서두를 일이 아니다. 학계 전문가들 토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8월 말에 의원실 차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행안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권은희 의원은 개정안에 개인정보 활용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취지에서 앞으로 설치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일반적 기준·관리감독·조치 등 3개 기능을 모두 갖는 방식(인재근 의원안)이 아니라, 복수의 기관이 기능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정부는) 개인정보 활용 명문화는 행안위안으로 들어가면 수용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한 분산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대해, 정부가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빅데이터 3법 :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에 대한 개정안이다. 2018년 11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상태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없애 개인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동인 기자 / 홍성용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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