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 속의 잡동사니 작품이 되다… 해석은 관객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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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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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작가전 ‘리프로스펙티브’… 50대 접어든 부부 작가 회고전


작대기에 걸린 옷걸이, 고무대야에 매달린 열쇠고리, 반짝이가 붙여진 양말 두 짝….

전시장의 작품들을 보고 ‘애걔, 이게 미술이야, 이런 건 나도 하겠다’고 생각할 관람객이 있을 수 있겠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나영(53)과 독일인 그레고리 마스(52) 듀오 작가전 ‘리프로스펙티브’(사진)에 대한 얘기다.

부부인 두 사람의 작업은 개념미술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난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맨날 만지는 열쇠고리나 도라에몽, 스누피 같은 만화 캐릭터 등 일상의 소재들이 미술관에 진열돼 일단 무장해제부터 시키는 것이 매력이다. 작품 속에 숨겨진 해학성, 또 말장난 같은 작품 제목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를테면 ‘고고학적 스누피’ ‘시스템의 목적은 그 시스템이 하는 일’ 등의 제목은 알 듯 모를 듯 메시지를 던진다. 금발 인형에 우스꽝스러운 복고풍 옷을 입혀놓고 ‘무아 자기도취’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이는 은근히 의복을 통해 신분을 파악하는 관습을 비튼다. 목욕탕 고무대야와 고무 받침대를 붙여서 고대의 제기용 토기처럼 만들곤 열쇠고리를 보석처럼 주렁주렁 매단 작품은 관습에 대한 숭배를 비꼬는 것 같지만 해석은 관객 몫이다.

얼핏 미술의 레디메이드(기성품) 시대를 연 마르셀 뒤샹을 떠올리게 하는데, 두 작가는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핸드메이드 레디메이드’라고 정의한다. 기존의 레디메이드 개념을 뛰어넘어 서로 다른 맥락의 이미지와 오브제를 결합한 이종결합의 미학이라는 것이다. 전시 제목은 ‘재생하다(Reproduce)’와 ‘회고하는(Retrospective)’을 합친 것으로 50대에 접어든 두 작가의 회고전 성격임을 의미한다.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동창생으로 만난 두 사람은 2004년부터 결혼과 함께 공동작업을 해오다 한국에 정착했다.

글·사진=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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