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 20년만에 ‘활짝핀 형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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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리빙과 예스퍼 리빙 그리고 이재만씨(26·스포츠센터 강사)는 눈과 코 입 등 생김새가 똑같은 ‘또다른 나’를 재확인했다.

나와 너무도 닮은 일란성 세쌍둥이.예스퍼와 재만씨는 6일 눈으로 진한 형제의 정을 느꼈다.태어난지 불과 3개월만에 헤어져 20여년간 지구의 반대편에서 서로를 모른 채 살아왔다는 게 가슴이 아팠다.

재회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 96년.한국에서 날아든 한 장의 편지는 덴마크에 입양돼 살고 있던 라스와 예스퍼에게 한국에 재만씨라는 또다른 쌍둥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전해주었다.그후 4년간 세쌍둥이에게 언어 장벽도 형제의 정을 느끼기엔 결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이들은 서로 전화와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지난 20여년간 키워오지 못했던 형제간의 우애를 꽃피우고 있다.

건국대에서 열리고 있는 해외한국입양인 국제대회 참석차 한국을 다시 방문한 예스퍼는 동생 재만씨와 ‘재회와 연관관계’라는 주제로 꿈같은 재회의 시간을 가졌다.

“라스와 나는 항상 서로를 보며 자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데 익숙했어요.그런데 재만이는 자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둘이나 더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라스와 예스퍼가 해외에 입양된 것은 지난 75년.세쌍둥이를 키울 형편이 못됐던 부모가 해외로 입양시킨 뒤 줄곧 덴마크에서 성장했다.20여년이 흐른 어느날.미국에 거주하던 고모가 보낸 편지는 지구 반대편 한국이라는 나라에 어머니,아버지,할머니가 살고 있으며 세번째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마침내 96년과 97년 잇따라 혈육을 찾아 방한한 라스와 예스퍼는 6∼7개월간 머물면서 뒤늦게 가족들의 따뜻함을 느꼈다.한국도 더이상 덴마크와 다르지 않은 자신의 뿌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이후 예스퍼는 매년 1개월씩 한국을 찾아와 국어와 문화를 배우고 있다.벌써 올해로 4번째 한국을 방문한 예스퍼는 “두 부모와 두 문화 사잇길에서 이방인이 될 수도 있지만 이제부터 새로운 삶의 해답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업 때문에 이번에 방한하지 못한 라스는 편지를 통해 “입양인으로서 내 그대로를 인정할 때 주위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며 “이제는 더이상 이방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민기자 m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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