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
영화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
'나랏말싸미'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했지만,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24일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했다. 개봉 직전 배우 전미선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홍보를 최소화했던 '나랏말싸미'는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돼 우여곡절 끝에 관객 앞에 선보여졌다. 하지만 개봉 첫날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불이 붙은 것.

몇몇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나랏말싸미'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우려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세종의 한글창제 과정을 그린 작품. 세종과 함께 한글을 만들었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교 국가로 '억불정책'을 펼쳤던 조선의 주군 세종이 한글 창제를 위해 승려인 신미 스님과 손을 잡는 다는 설정이 이전의 한글과 세종을 소재로한 작품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한글 창제와 관련된 여러 설들 중 신미 스님과 관련된 내용에 집중한 것.

이 설정 때문에 '나랏말싸미'는 개봉 전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나랏말싸미' 제작사인 영화사 두둥 측은 지난 23일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우라옥 부장판사)가 도서출판 나녹이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저자 박해진)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영화가 개봉되자 일각에서는 세종보다 신미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한 '나랏말싸미'의 전개 방식을 지적했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정설을 뒤집는 영화에 반감을 드러내는 것.

물론 '나랏말싸미'는 영화 시작 전 '한글창제와 관련된 여러 설 중 하나를 소재로 한 것'이라며 실제 역사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혔다. 그렇지만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조철현 감독이 "그 문구를 사실 넣고 싶지 않았다"고 발언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왜곡된 역사 의식으로 만든 영화"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우리 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세종을, 그의 가장 큰 업적인 한글창제에 새로운 상상력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영화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
영화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
여기에 '나랏말싸미' 홍보 영상을 찍었던 역사 강사 이다지 씨까지 공격받고 있다.

이다지 강사는 '나랏말싸미' 측의 의뢰를 받고 "훈민정음을 정말 세종대왕께서 혼자 만드셨겠냐"며 한글 창제와 관련해 '세종대왕 단독 창제설', '집현전 학자들과 공동 창제설', '제3의 인물 협력 창제설'에 대해 소개했다.

이 가운데 그는 훈민정음 공동 창제설 측 주장을 전하며 "아무리 세종이 천재셔도 문자를 만드는 게 학교 수행평가도 아니고 어떻게 혼자서 만드셨겠느냐"며 "비밀 프로젝트를 이끌어갔을 핵심인물로 계속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신미대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미대사에 대해 "무려 5개 국어에 능통했다"며 "유교의 나라에서 세종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굉장히 아꼈던 승려가 신미였다. 세종은 죽기 전에 신미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라는 시호를 내렸는데, 우국이세는 '나라를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한'이라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거의 전쟁 영웅한테 줄만한 최고의 칭찬 아닌가. 이 정도의 칭호를 유학자도 아닌 승려에게 내리려 했다는 건 아마도 훈민정음 창제의 공로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나랏말싸미'와 관련된 역사왜곡 논란이 커지면서 이다지 강사는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된 여러 학설 중 신미대사의 참여 부분에 대한 학설 및 소헌왕후와 세종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지식에 대한 소개 영상’으로 의뢰를 받고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며 "영화는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저는 공신력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로 영상 삭제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이다지 강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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