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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빵집 시대에…천안서 동네빵집 우뚝 선 이유는

송고시간2016-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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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뚜쥬루', 천안 230억원 시장에서 130억원 차지

색소·향료·보존료 등 화학첨가물 안쓰고 순수 천안산 재료만

(천안=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제법 장사가 될 때쯤 국내 정상급 베이커리업체의 설득에 넘어간 건물주가 갑자기 임대를 중단해 권리금도 못 받고 사실상 쫓겨났던 기억이 나네요"

서울 성동구 용답동 한 점포에서 빵집을 운영하다 2009년 점포를 잃어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1세대 피해자였을 충남 천안 '뚜쥬루과자점'(대표 윤석호·63)의 홍보실장 겸 셰프인 곽태정(34)씨는 2일 "그 바람에 천안사람이 다 됐다"며 웃었다.

그는 "뚜쥬루라는 상호가 말하듯 한결같이 빵과 쿠키를 사가시는 분들의 건강만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뚜쥬루는 프랑스어로 '늘' '언제나' '항상'을 뜻한다.

뚜쥬루는하루 1천개만 구워내는 '돌가마만주'(천안=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천안 '뚜쥬르 과자점' 곽태정 셰프가 평일 1천개, 주말 1천500개만 제한 생산하는 돌가마만주를 꺼내고 있다. 2018.9.2. yykim@yna.co.kr

뚜쥬루는하루 1천개만 구워내는 '돌가마만주'(천안=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천안 '뚜쥬르 과자점' 곽태정 셰프가 평일 1천개, 주말 1천500개만 제한 생산하는 돌가마만주를 꺼내고 있다. 2018.9.2. yykim@yna.co.kr

뚜쥬루는 천안 서북구 성정동 본점과 불당동 거북이점, 동남구 구룡동 빵돌가마점 등 점포 3곳에서만 직접 빵을 구워 팔아 130억원 안팎의 연 매출을 올리는 지역의 '거인'이다.

흔한 '원조' 호두과자를 포함한 전체 천안시내 빵·제과시장 규모가 23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 빵집이 사실상 석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천안시내 빵·제과시장은 호두과자가 3분의 1,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대기업 브랜드가 3분의 1, 나머지를 뚜쥬루를 포함한 동네빵집이 분할하고 있다.

뚜쥬루는 자칫 CJ그룹 브랜드 뚜레쥬르의 '짝퉁'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사실 1997년 뚜레쥬르가 시장에 나오기 5년 전 상표등록을 마쳤다.

상표권 분쟁에서 이겼고, 오히려 CJ가 '뚜레쥬르'로 브랜드를 등록하는데 협력했다.

2007년 3월 CJ와 뚜쥬루 간 합의로 CJ는 천안·아산지역에는 뚜레쥬르 체인점을 늘리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기도 했다.

이 빵집은 색소와 향료, 보존료 등 화학첨가물은 물론 통조림에 든 과일조차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밀가루와 팥, 딸기, 블루베리, 쌀, 찹쌀, 달걀, 호두 등 재료를 품질이 좋은 순수 '천안산'을 고집해 전체 재료의 25%를 차지한다.

서북구 성거읍에서 공급받는 딸기가 연간 2억원을 웃돌고, 동남구 풍세·광덕면 농가에서 생산돼 황금들녁농업법인을 통해 사들이는 천안 아라리팥 사용량도 25t 수준으로 1억4천여만원에 달한다.

천안에서 생산되는 '토종' 재료 구입 물량을 해마다 늘려나갈 계획이다.

'느리게 더 느리게'가 이 빵집의 경영철학이다. 팥도 직접 삶아 쓰고, 냉동 반제품 사용을 전혀 하지 않고 천연효모를 충분히 발효시켜 빵과 과자를 만드는 것도 비결이다.

몸에 좋은 빵을 팔아 소비자를 이롭게 하고 농민들에 직접 혜택이 돌아가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천안시민을 뚜쥬루 '마니아'로 바꿔놓았다.

서울서 빵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 남은 빵은 다음 날 아침 50%를 할인해 팔았는데 천안에 자리를 잡고도 계속돼 거의 20년째 이른 아침에는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다.

윤석종 뚜쥬루 전무이사는 "지금으로서는 매장을 늘릴 생각도 여력도 없다"며 "돈 버는 것보다는 동네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혜택을 줄까, 더불어 살 수 있을까 하며 했던 창업 초기 고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30억 매출이라면 엄청 많은 돈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윤 전무는 "직원만 200명이다. 초봉도 190만원을 넘어 인건비도 만만찮고 좋은 재료를 구하는데 사실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국내 빵집 직원의 근속연수가 평균 6개월에서 4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뚜쥬루에는 최근까지 팥을 삶는 일만 23년을 해온 베테랑도 있었고, 유기농 건강빵 만을 만드는 장인도 21년이나 되는 장기근속자다.

튀김용 기름도 단 하루만 쓴다.

천안 토종빵집 뚜쥬루과자점 '주방'

천안 토종빵집 뚜쥬루과자점 '주방'

식용유 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할 당시 한 점포 관리자가 하루 더 쓸 것을 지시했다. 하루 6통이 나와야 할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자 18년째 폐식용유를 거둬가는 업자가 오해해 윤 대표에게 "절반을 다른 업체에 주면 어떡하느냐. 서운하다"고 볼멘소리를 해 이를 뒤늦게 알고 불같이 화를 냈다는 일화도 있다.

제빵·제과경력 19년차 셰프인 곽태정씨는 "폐식용유로 비누를 만들 텐데 아마 우리 기름은 너무 깨끗해서 (비누가) 잘 안 만들어질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뚜쥬루는 스페인 천연 화산석을 이용한 돌가마에서 평일 1천개, 주말에는 1천500개만을 구워내는 '빵돌가마만주'와 천연효모를 써 14시간 이상 발효시켜 만든 '거북이빵'이 대표 아이템이다.

100% 천안 능수버들 쌀을 직접 제분해 23번 구워 만든 '쌀 케이크'와 천안 밀 유기농 건강빵 전용매장을 신설하는 등 새로운 실험에도 나서고 있다.

y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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