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된 지 2달 만에 24억원대 아파트 매입…자금출처 의문
시민단체 “금감원 조사 믿을 수 없다” 최 회장 등 검찰 고발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내연녀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버가야인터내셔널유한회사의 설립 자본금이 1000원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회사 설립 2달 만에 최 회장의 내연녀 김모씨에게서 24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인 자금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내연녀 김모씨를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버가야인터내셔널유한회사의 설립 자본금이 1싱가포르달러(당시 한화 700여원) 밖에 안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회사 설립 2달 만에 김씨에게서 24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인 자금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캡처=안치용블로그

18일 재미블로거 안치용씨에 따르면 버가야인터내셔널이 지난 2010년 2월24일 법인설립 당시 싱가포르 정부에 제출한 서류에서 기재된 전체 주식은 1싱가포르달러(당시 한화 700여원)짜리 주식 1주이며, 주주도 구모씨 1인으로 나타났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의 주인은 10여 일 뒤 구씨에서 SK로 바뀐다. 같은 해 3월2일 SK에너지 인터내셔널은 전체주식 1주를 인수했다. 이 때도 전체 자본금은 1싱가포르달러였다.

이후 10일 뒤 자본금은 급증한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은 3월11일 주주총회를 열어 SK에너지 인터내셔널에 1싱가포르달러짜리 주식 9만9999주를 배정, SK에너지 인터내셔널은 10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자본금도 10만싱가포르달러가 됐다. 이 회사는 3월17일 이를 싱가포르 정부에 보고했다.

사실상 1000원도 안 되는 자본금으로 설립된 버가야인터내셔널은 두 달여 뒤인 2010년 4월23일 김모씨의 서초동 아펠바움 아파트를 24억원에 매입했다. 김씨는 지난 2008년 1월17일 SK건설로 부터 15억5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김씨는 8여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안씨는 “SK가 사업보고서에 버가야인터내셔널 설립 일자를 허위기재한 의혹이 있다”며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SK사업보고서에는 버가야인터내셔널의 설립일자를 2010년 3월11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그전인 2일 SK에너지가 1싱가포르달러짜리 회사를 인수한 사실을 밝힐 경우 페이퍼컴퍼니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의 부당지원 의혹이 확산하면서 시민단체는 최 회장과 내연녀 김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최 회장과 내연녀 김씨, 버가야인터내셔널 등을 외국환관리법 위반, 조세포탈, 횡령, 불법증여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것”이라며 “현재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하고 있지만 내연녀와 관련된 부분만 들여다보는 등 수사의 범위가 너무 축소되고 있다고 판단돼 검찰 고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김씨가 아파트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탈세, 부당 거래,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세범처벌법의 경우 형사 처벌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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