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섬 ‘저도’…대통령처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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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31. 오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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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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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의 작은 섬, 저돕니다.

하늘에서 보면 꼭 누워있는 돼지처럼 보인다 해서, '돼지 저'자, 저도로 이름 붙여졌습니다.

기암 괴석과 모래 해변이 아름다운 섬. 해송과 동백이 군락을 이룬 이 곳은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휴양지였습니다.

청해대, '바다 위 청와대'라는 뜻의 대통령 별장이 이 섬에 있습니다.

거제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저도를 찾았습니다.

휴가차 간 게 아니라 2년 전 대선 당시의 공약, '저도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걸 알리기 위해섭니다.

[문재인 대통령 : "아름다운 그런 곳이고, 또 특별한 곳이어서 이런 곳을 대통령 혼자서 즐길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들이 함께 즐겨야겠다."]

문 대통령의 저도 방문길엔 시민 10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저도의 원주민이었던 윤연순 할머니, 일곱 자녀 중 다섯을 저도에서 낳은 윤 할머니는 대통령과 함께 섬 개방을 기념하는 후박 나무를 심었습니다.

조용했던 섬, 저도가 대통령 휴양지로 탈바꿈한 건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입니다.

저도를 즐겨 찾던 박 전 대통령은 아예 이 섬에 청해대를 짓고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가족·경호원들과 함께 청해대에서 휴가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때의 추억 때문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뒤 첫 여름 휴가를 저도에서 보냈습니다.

당시 해변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쓴 이 사진은 당시 세간의 화제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저도의 추억' 이렇게 해서 방영한 거 아마 보셨을 겁니다."]

이처럼 대통령들에겐 추억이 서린 공간이지만 대통령 별장 지정과 함께 군사시설로 통제되면서 저도는 일반인들에게 갈 수 없는 섬, 금단의 구역이었습니다.

1973년 당시 마지막 남은 4가구 주민은 보상을 받고 이주했습니다.

거제 주민들은 2003년 이후 줄기차게 저도를 돌려달라는 반환 요구를 해 왔고 국방부와 수차례 공방도 벌였습니다.

우여 곡절을 거치며 대통령의 공약 이행으로 다시금 문이 열린 섬 저도.

오는 9월 중순부터 산책로, 전망대, 골프장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글씨를 썼던 해변가가 일반에 공개됩니다.

대통령들에게 휴가는 국정 운영의 연장선이란 점에서 이들의 휴가지는 늘 주목의 대상입니다.

역대 대통령의 휴가지 거제에 청해대가 있다면 충북 청주엔 청남대가 있습니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준공된 청남대는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입니다.

대청호의 너른 풍경을 볼 수 있고 산책은 물론 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매년 여름 이 곳을 찾아와 휴가도 즐기고 정국도 구상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청남대에서 휴가를 보낸 후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대통령 긴급 명령’을 발표해 '청남대 구상'이란 말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김영삼/전 대통령 :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고는 이 땅의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가 없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1998년 IMF 여파로 휴가를 못갔지만 이듬해부터는 청남대와 관저를 오가며 여름 휴식기를 보냈습니다.

어제 저도를 찾은 문 대통령도 일본과의 경제 현안이 떠오른 듯 이순신 장군 얘기를 했습니다.

["저도 일대 바다는 옛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께서 첫번째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이 있었던 곳입니다."]

'청남대(靑南臺)'는 2003년 운영권이 충청북도로 넘겨져 국민들에게 개방됐고 '청해대' 역시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으로 더 이상 대통령 전용 공간은 아니게 됐습니다.

다만 보안을 이유로 대통령 별장 청해대는 당분간 공개가 보류됐지만 올 가을 많은 이들이 대통령들이 거닐던 그 섬, 저도를 찾을걸로 예상됩니다.

친절한뉴스 였습니다.

이윤희 기자 (heey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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