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안철수 구박하는 '문 대통령'... 유튜브가 뒤집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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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의 사이드뷰] 성대모사에 정치풍자 곁들인 '더빙신' 안윤상, 방송에서도 보고 싶다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연기 중인 배우 알렉 볼드윈.
ⓒ NBC

"트럼프 대통령 각하, 여기 당신의 에미상이 있습니다."

작년 9월, 제69회 에미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알렉 볼드윈은 수상의 영광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바쳤다. 40시즌을 넘기며 장수중인 NBC의 미국을 대표하는 생방송 코미디 쇼 < SNL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알렉 볼드윈은 2016년 미 대선정국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모사하는 연기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어왔다.

사실, 그 이목에 기름을 부은 이 중 한 명은 트럼프 자신이었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풍자하는 < SNL >과 알렉 볼드윈에 대해 "저속한 쇼이고, 재미도 없다"며 "알렉 볼드윈은 재앙이고 쇼에서도 최악이다. 그들과 NBC가 10살짜리 내 아들을 공격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신이 난 것은 알렉 볼드윈을 위시해 '반 트럼프'를 외치는 미국의 문화예술인들이었다. 미국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이 일례다. 시상식 자체가 '트럼프 풍자'로 넘실거렸고, 알렉 볼드윈과 함께 힐러리 클린턴을 연기해 '트럼프 풍자'에 동참한 케이트 매키넌도 코미디 부분 최우수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대상 격인 드라마 시리즈 부문 최고상 역시 트럼프 시대를 반영하는 권위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한 <핸드 메이즈 테일>에 돌아갔다.

이중 말투는 물론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모사하는 알렉 볼드윈의 연기는 아마도 전 세계 정치풍자 역사상 손에 꼽을 명연기라 할 것이다. 한편으로 현존하는 권력, 그것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권력을 거침없이 '씹고 뜯는' 알렉 볼드윈과 < SNL >의 '패기'는 미 수정헌법 1조에 새겨진 '표현의 자유'의 위상을 역설하는 세기의 퍼포먼스이자 미국 대중문화의 저력을 확인시켜 준다.

알렉 볼드윈은 수상 소감을 통해 "(정치 풍자를 하는 예술가들) 우리가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많은 방송 관계자분들, 여러분이 하는 일을 절대 멈추지 말라. 시청자들이 여러분들을 기대하고 있다"고 격려하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58년생 개띠' 배우의 격려는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영역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군사정권을 거치며 유독 약했던 분야가 정치 풍자였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더욱 위축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다못해 전-현직 대통령의 성대모사조차도 '금지'를 당하거나 '자기검열'을 거쳐야 했다.

그 와중에, tbs라디오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를 진행하며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성대모사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방송인 배칠수와 전영미나 tvN < SNL >을 통해 '모사' 연기를 선보였던 개그맨 정성호는 독보적인 존재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후발주자로서 '성대모사'의 달인이자 정치인 풍자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개그맨이 있다. KBS <개그콘서트> 출신 안윤상이 그 주인공이다.  

'더빙신 안윤상'의 <타짜> 정치인편, 아직도 안 보셨다요?

 '더빙신 안윤상'의 <타짜> 패러디 영상.
ⓒ 유투브 갈무리

"샤늘하다. 가슘에 비슈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셰요. 숀은 눈보다 빠르지요오~~~. 아귀한테션 밑에서 한장, 정마담도 밑에셔 한장, 나 한 장, 아귀한테 다시 밑에셔 한 장, 아제 정마담에게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
"동작 그만 밑장 빼깁니까? 제가 빙다리 핫바지입니까, 아닙니까." (안철수 대표)

감쪽같다. 눈을 감고 들어 보시면 소름이 끼칠 것이다. 숱하게 패러디됐던 영화 <타짜>의 '클라이막스' 장면. 조승우, 김윤석의 그 대사 그 대로 문 대통령과 안 대표가 경합을 벌인다. 지난 조기대선에서 정치인 안철수의 트레이드 마크로 회자됐던 "누굽니꽈???"란 말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조연으로 홍준표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목소리를 '빌려'줬다.


'개그맨 안윤상 더빙레전드 타짜 정치인편'이라는 2분 여 분량의 패러디 동영상은 작년 12월 19일 유튜브에 게시된 이래 28일 현재까지 86만 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영화 속 장면 그대로 고니와 아귀의 대결 구도와 대사를 문 대통령과 안 대표의 목소리로 절묘하게 옮긴 이 영상은 안윤상의 신들린 성대모사와 함께 깨알 같은 자막과 상황 묘사로 한국인이라면 절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 뿐이 아니다. 이 <타짜> 동영상 이후 안윤상은 유튜브 채널 '더빙신 안윤상'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 음악방송 무대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연예인 성대모사 영상을 게시 중이다. 안윤상의 목소리를 빌려 새롭게 탄생한 영화들 중 눈여겨 볼만한 영상으로는 <신세계>와 <용서받지 못한 자>, <해바라기>와 <건축학개론>을 꼽을 수 있다.



 
<신세계>는 MB와 김어준의 성대모사가 일품이고, <용서받지 못한 자>는 영화 속 장면 그대로 상급병 '문재인'이 쫄병 '이명박'을 훈계하는 상황이 폭소를 자아낸다.



<해바라기>는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전설이 된 김래원의 '명장면'을 안윤상이 성대모사한 문 대통령이 연기하고, <건축학개론>은 "스네이크"로 기억되는 조정석의 '납득이 키스강의' 역시 문 대통령의 목소리로 재현된다.

어느 하나 빠뜨릴 것 없이 기본 재미가 보장되며, 특히나 이미 '명장면'으로 회자되거나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은 영화 속 장면들이 소환됐기에 공감대가 쉽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센스 만점인 자막과 함께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조연' 정치인(을 성대모사한 안윤상의 목소리)들의 활약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단순히 기계적인 성대모사에 그치지 않고, 영화 속 대사에 정치인들의 말버릇이나 특징을 반영하는 것 역시 안윤상만의 장기라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안철수 대표의 "누굽니꽈?"나 "할지 안 할지 모릅니다"와 같이 들어본 듯한 특징을 대사 속에 새겨 넣는다거나, 화를 내도 예의 바를 것 같은 문 대통령이 욕을 하면서도 존대를 고수한다거나, MB 특유의 쇳소리와 말버릇을 대사 안에 적절히 녹여 내는 솜씨는 가히 '장인의 경지'라 할 만하다.

'더빙신 안윤상', 이제 방송에서 보고 싶다

 JTBC <정치부회의>에 출연한 안윤상.
ⓒ JTBC

최근 유튜브 채널 '더빙신 안윤상'은 <응답하라 1988> 속 박보검을 이세돌 9단에 성대모사한 영상을 내놓았다. 역시나 명불허전이다. <타짜>를 비롯해 '더빙신 안윤상'의 여타 영화 패러디 영상들은 꾸준히 유튜브에서만 수십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소셜미디어 상에서 회자되는 중이다.

지난해 역시 같은 형태로 인기를 끌었던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영상들을 연상시키는 인기다. 유병재는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지원 하에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열었고,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코미디쇼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BS 22기 공채 출신인 안윤상은 빼어난 성대모사 실력과 콘텐츠 기획 능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에 출연한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 예능이 아닌 시사프로그램인 JTBC <정치부회의>에서 꾸준히 그의 '성대모사'를 재능기부(?) 받고 있을 뿐이다. 소셜미디어 상의 화제가 아직 방송에까지 가 닿지 못한 셈이다.

그저 성대모사일 뿐 정치풍자와는 거리가 멀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패러디 영상 안에서 묘하게 짜이고 생성되는 대결과 선악 구도, 그리고 이식된 캐릭터는 그 자체로 기기묘묘한 풍자의 영역을 넘나들며 재미를 부여한다. 이를테면, "숀대, 숀"이라며 MB를 가르치는 문 대통령, 아니 하정우의 얼굴을 보라. 안윤상의 영화 패러디는 그렇게 영화 속 캐릭터를 현실에 대응시키거나 비트는 신선한 재미가 있다.

현존하는 개그맨 중 가장 빼어난 성대모사 능력을 자랑 중인 안윤상을 방송에서 더 많이 만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저 '성대모사'만 하는 개그맨으로 치부돼서도 곤란하다. '더빙신 안윤상'을 만들 감각이라면, 그런 기획력이라면 미국의 < SNL >에 못지않은 풍자 쇼를 선보일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여러분이 하는 일을 절대 멈추지 말라. 시청자들이 여러분들을 기대하고 있다"던 알렉 볼드윈의 격려야말로 지금의 안윤상에서 해당되는 값진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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