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윤석열 국회 찾은 날...같은 기대 다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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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08. 오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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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여상규 법사위원장 등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이 7일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예방을 받고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이 적힌 족자를 선물하고 있다. [사진=이승환기자]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

그가 받아 든 족자 속 휘호였다. 그를 향한 기대가 묻어나는 글귀였다. 지난달 25일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인사차 국회를 찾았다.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꼭 한 달 여 만이다. 이날 윤 총장을 만난 인사들은 '균형'을 강조했다. 다만 속내는 달라 보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강조하면서도 "적폐수사는 전광석화, 쾌도난마처럼 처리해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반면 야권은 편향되지 않은 '중립성'에 방점을 찍었다.


국회의장 "적폐수사 전광석화처럼"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문 의장을 찾으면서 국회 일정을 시작했다. 윤 총장은 밝은 얼굴로 국회의장실에 들어서서 문 의장의 손을 맞잡았다. 문 의장은 윤 총장에게 '파사현정'이 쓰인 친필 휘호를 선물했다. 서예가 취미로 국회의원 서예 모임인 서도회 회장이기도 한 문 의장은 직접 쓴 붓글씨를 주변에 선물하곤 한다.

윤 총장은 "검찰 법 집행이 경제 살리기에 역행되지 않도록 수사의 양을 줄이되 경제를 살려 나가는 데 보탬이 되는 사건에 집중하겠다"면서 "특별공판팀을 운영해 재판이 최대한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으로 공정한 수사에 임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검찰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적폐수사는 전광석화, 쾌도난마처럼 처리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지루해하고 잘못하면 '보복 프레임'에 걸릴 수 있다"면서 빠른 실행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법사위원장 "편향되지 않게"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윤 총장을 맞았다. 윤 총장은 "검찰에 여러 가지로 많이 배려해주셔서 감사 드린다"며 고마움을 표했고, 여 위원장은 "총장님이 잘하셨다. 일 잘하시기로는 총장님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며 덕담으로 화답했다.

다만 여 위원장은 뼈 있는 말도 던졌다. 윤 총장이 "많이 가르쳐주시고, 저희가 잘못하는 게 있으면 정확히 지적해서 가르쳐 달라"고 하자 여 위원장은 "이제는 좀 여야 편향되지 않게 중립적으로 해 주시면 그게 저의 바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는 '정권의 칼'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특히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 벌어진 집단소송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서로를 고소·고발한 상태이며, 그 조사를 지휘하는 주체가 바로 검찰이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내년 총선 출마조차 어려워진다.


바른미래당 "검찰 인사 공정하게"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위)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왼쪽)가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아래)[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는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손 대표는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커지는 듯하다"면서 "총장에 취임하고서 중견 검사들이 사표를 냈다고 하는데, 흔히 얘기하는 대로 정권에 협조하는 사람은 중용하고, 정권 쪽에 대해 수사한 사람은 한직으로 좌천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직함과 소신, 개혁적 의지를 갖고 검찰 인사도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윤 총장은 "국회의 검찰에 대한 기대와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서 업무를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오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임명권자이긴 하지만, 검찰 내부 조직이 동요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원칙적 기준 속에서 인사가 돼야 한다"면서 "내 편, 네 편을 가르지 않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듯이 검찰 인사 운용에 있어서 원칙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제가 취임사에서 검찰을 운영하는 지침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만들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그중에서도 법사위 위원님들 말씀을 잘 경청하고 뜻을 받들어서 검찰 업무에 많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8일 황교안·나경원 만날 예정

윤 총장은 이날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나 검찰개혁에 대한 부분에는 말을 아꼈다. 예정된 일정을 마친 후 '패스트트랙 수사에 불응하는 의원들을 강제 수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들에 질문에 대해 "오늘은 취임 인사를 온 것"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윤 총장은 8일에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할 계획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등을 다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한국당 소속 유기준 위원장도 만난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예방은 이 원내대표의 'DMZ 통일 걷기'가 끝난 후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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