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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택시운전사` `내부자들`…관객이 꼽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

김시균 기자
입력 : 
2019-06-02 17:23:28
수정 : 
2019-06-02 2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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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 CGV 리서치센터, 관객 1200명 설문

5·18 다룬 `택시운전사` 1위
"사회적 의미·재미 두루 충족"
동명 웹툰원작 `내부자들`은
리얼리즘 영화로 재평가

남성관객은 정치·사회물
여성은 코믹·드라마 선호
◆ 한국영화100年 ④ ◆

사진설명
국내 극장가에서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넘긴 한국영화는 18편이다. 700만명 이상이 본 흥행작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37편으로, 이 중 8할이 2010년 이후 개봉했다. 10년 새 영화시장 몸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영화 제작 100년을 기념해 매일경제가 CGV 리서치센터와 함께 대한민국이 사랑한 한국영화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한 해 개봉되는 한국영화가 600여 편이고 10년이면 무려 6000편에 달하므로, '700만명 이상이 본 대중영화 37편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설문조사했다. 응답자는 남녀 관객 1200명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440명(36.5%), 여성이 760명(63.5%)이고, 연령대 비율로는 10대가 1.8%, 20대가 32.7%, 30대가 34.6%, 40대가 21.7%, 50대 이상이 8.3%이었다. 1위는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7)가 선정됐다. 2위는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2015)이었고,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써니'(2011) '변호인'(2014) '신과 함께: 인과 연'(2018) '7번방의 선물'(2013) '베테랑'(2015) '도둑들'(2012) '왕의 남자'(2005)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택시 운전사'는 2017년 7월 개봉해 1219만명을 모은 흥행작이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알리기 위해 광주에 잠입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와 그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택시운전사 김사복(김만섭)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개봉 19일 만에 1000만명을 넘긴 이 작품은 그해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기획상,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남우주연상(송강호) 등을 휩쓴 화제작이다.

이 영화가 1위로 오른 데엔 연초부터 이어진 사회 분위기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 당내 솜방망이 징계와 5·18 진상조사위원회 출범 지연 등 잡음이 '택시 운전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소시민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이 주인공이다. 밥벌이에 치여 군사 독재의 불의를 애써 외면하던 그는 우연히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치만)를 택시에 태운다. 왕복 1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넘어간 그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항쟁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이내 광주의 참상을 마주한다.

전문가들은 '택시 운전사'가 대중영화 흥행 요건을 두루 충족시킨 작품이라 평가한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대중을 겨냥한 작품으로서 메시지의 시의성에서나 감각적·정서적·지적 재미 면에서 최상의 조화를 이룬 휴먼 드라마"라고 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아픔 중 하나인 5월 항쟁을 택시 운전사 개인 스토리와 연결함으로써 온 국민에게 두루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2위에 오른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사회·범죄 드라마다. 개봉 당시 청불 영화(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라는 한계를 딛고 707만명을 모았고, 50분 분량이 추가된 감독판까지 더해 897만명이 봤다. 영화는 조폭 안상구(이병헌)와 '백' 없는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대형 신문사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와 정치 거물 장필우(이경우), 미래자동차 오 회장(김홍파)의 부패 카르텔을 무너뜨린다는 이야기다.

'내부자들'이 2위로 꼽힌 이유로는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개봉 당시 기득권의 성적 타락과 유착 관계 등이 지나치게 판타지적이고 희화화됐다는 비판이 더러 제기됐지만 3~4년이 흐른 지금 리얼리즘에 가까웠음을 관객들이 경험적으로 안다"면서 "이러한 재평가 분위기가 '내부자들'을 다시 보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르에 따라 성별 선호도 차이는 뚜렷했다. 남성이 범죄·사회물을 선호했다면, 여성은 가족 드라마나 코믹 장르를 선호하는 식이다. 현대사를 다룬 '택시 운전사'가 남성(19.1%)과 여성(20.6%) 간 선호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면, 범죄물인 '내부자들'은 남성 30.1%, 여성 13.1%로 차이가 확연했다.

3·4위에 오른 '써니'와 '신과 함께: 죄와 벌'은 여성 관객 선호도가 높았다.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코믹물 '써니'는 여성 선호도가 23.3%로 남성(10.5%)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저승 세계를 다룬 가족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또한 여성 선호도(20.6%)가 남성(16.5%)보다 높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그린 '변호인'이 5위인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노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은 올해 고인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져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찬일 평론가는 "영화란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택시 운전사'와 함께 그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했다.

반면 개봉 당시 700만명 이상을 동원했지만 관객들에게 가장 외면받은 영화는 '디워'(2007)였다. 응답자의 1.7%가 이 영화를 꼽았고, 바로 위 순위는 3.3%가 택한 '인천상륙작전'(2016)이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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