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중국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 중국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중국 내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최근 홍콩에선 송환법을 둘러싼 시위가 반중(反中) 시위대와 친중(親中) 시위대의 ‘강 대 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지난 2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일부 시위대는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건물 앞까지 접근해 중국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지는 등 강한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

이에 같은 날 밤 11시 위안랑(元朗) 지하철역에선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겨냥한 ‘백색 테러’가 발생했다. 흰색 티셔츠로 맞춰 입은 남성들이 역사에 난입해 쇠몽둥이 등으로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최소 4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민들은 이들의 배후에 친중 세력이 포함된 홍콩 경찰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본토에선 홍콩 시위대의 중국 국가 휘장 훼손이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분노가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홍콩 시위대를 강하게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톈페이룽 베이항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홍콩에 본토 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CMP는 홍콩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소요 사태가 발생해 중국의 국가 안보와 통합이 위험에 처할 경우 홍콩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홍콩 기본법 18조’에 근거한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