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도 홍콩스타일! 방향제로 땀냄새 제거… 중·고생은 거리에 앉아 숙제하며 참여읽음

홍콩 | 오관철 특파원

홍콩 도심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무척 깨끗하다. 밤샘시위를 하고 광장에서 잠을 깬 시민들에게 청소는 기본이다. 한쪽에선 담배꽁초를 줍고, 페트병을 모아 분리수거한다. 그래서 이번 시위를 ‘클린 집회’라고 부른다. 진정한 보통선거 쟁취란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면서 중국과 홍콩 정부를 상대로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공중질서에 한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복종한다.

<b>경찰에게 ‘우산’ 씌워주는 시위 참가자</b> 비옷을 입은 홍콩 민주화 시위 참가자가 지난달 30일 비가 내리자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홍콩 | AP연합뉴스

경찰에게 ‘우산’ 씌워주는 시위 참가자 비옷을 입은 홍콩 민주화 시위 참가자가 지난달 30일 비가 내리자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홍콩 | AP연합뉴스

집회에 나와서도 숙제를 하는 홍콩 학생들. | 트위터(@frostyhk)

집회에 나와서도 숙제를 하는 홍콩 학생들. | 트위터(@frostyhk)

시위대가 들어앉은 도심 대로변에서는 분무기로 방향제를 뿌리거나 차가운 물을 분사하며 다니는 여성 시위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자발적으로 조를 편성해 크래커와 바나나, 생수, 초콜릿, 물수건을 나눠주는 학생들도 흔하다. 대학생 빌리 챈(21)은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정상적인 시민이란 점을 보여주기 위해 깨끗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휴일을 맞아 5살 된 아이를 데리고 나온 마틴(40)은 “이런 현장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며 “젊은이들이 대거 거리로 몰려나온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위에는 1997년 중국 귀속 이후에 태어난 세대인 10대 학생들도 대거 참여했다. 중·고생들이 길거리에 앉아 숙제를 하는 모습은 다른 나라 시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일부 학생들은 ‘침착하고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자’는 노란색 바탕에 우산이 그려진 스티커를 배부하고 있다. 평화집회를 위한 행동 강령을 담은 조그만 전단도 살포되고 있다. 여기에는 냉정을 유지하며 다른 사람이 흥분할 때는 주변 사람들이 고성으로 제지하자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마야 왕은 뉴욕타임스에 “이번 시위의 힘은 분권화돼 있으며, 당국이 지도자를 체포하더라도 시위를 진압할 수 없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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