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했던 ‘촛불 판사’가 고유정 변호사로 복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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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13. 오전 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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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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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의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자 고유정이 얼굴을 감싸고 있다. 뉴시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식 재판이 열리면서 고유정의 변호사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9일 새로 선임한 고유정의 변호인은 지난달 고유정을 변호하다 비난 여론에 시달려 사임했던 5명 중 1명으로 ‘촛불 판사’로 불린 인물이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봉기)는 12일 오전 10시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고유정이 대동한 변호인은 지난달 제주지방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던 금성의 파트너 변호사 A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 과거 판사로 재직하면서 집시법에 대한 위헌법률신청을 제청해 ‘촛불 판사’로 불린 인물이다. A변호사는 지난달 사임계를 제출한 이후에도 고유정이 수감된 제주교도소에 수시로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고유정 사건’ 재판에 복귀하기 위해 법무법인에서 퇴사 절차를 밟고 있다. A변호사는 지난 9일 CBS 노컷뉴스에 “사건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니 고유정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받쳐주는 객관적 증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 공소사실 중 살인과 사체 훼손·은닉 혐의는 모두 인정하지만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복귀하기로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개인 변호사 신분으로 재판에 참석하는 이유에 대해 A변호사는 “이번에 또 고유정 사건을 맡으면서 동료 변호사가 피해를 볼까 봐 개인 변호사로 재판에 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8일과 9일 고유정 측이 선임한 변호인 5명은 고유정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에 휩싸이자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었다.

지난 12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고유정의 변호인단은 “세계 최초의 계획 없는 계획 살인”이라는 검찰 주장에 반박하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고유정 변호사는 숨진 피해자에게 변태적 성욕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사건의 발생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피해자가 설거지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고유정)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던 것”이라고 한 변호사는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고 주장했다.

변호사는 또 고유정이 CCTV에 얼굴을 노출시키면서 한 모든 일련의 행동은 경찰에 체포될 수밖에 없는 행동으로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며 카레에 넣었다고 주장한 졸피뎀도 전 남편 강모씨가 먹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불에 묻은 혈흔에서 졸피뎀 반응이 나왔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이 혈흔은 고유정이 전 남편과 몸싸움을 하던 과정에서 묻은 고유정의 혈흔으로 강씨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제시한 졸피뎀 처방 내역과 ‘뼈의 중량’ 등을 범행 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부분에 대해서는 “클럽 버닝썬 사태 당시 연예 기사를 보던 중 호기심에 찾아봤으며 뼈의 무게는 현 남편 보양식으로 감자탕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꼬리곰탕 뼈 분리수거, 뼈 강도 등 연관검색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고유정 측의 이같은 주장에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고인의 변호인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진술을 다수 했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한 피해자 변호인은 “마치 고인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이러한 주장은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변호사는 “고유정 측 변호인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변호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안다”며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느꼈다. 피고인 측 변호를 잘 보면 객관적 증거들과 모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고유정은 호송차에 오르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차량을 막아서는 등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도 고유정은 단발머리를 풀어 얼굴을 최대한 가렸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1일 20일간 이어진 수사를 마무리하고 고유정을 재판에 넘겼다. 12일 첫 공판이 열렸으며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일 오후 2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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