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달 탐사선 지구 생명체 '물곰' 살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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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07. 오후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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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 생존력 갖춰 살아있을 수 있으나 번식은 어려워

물곰 전자현미경 사진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4월 달 표면에 착륙하다가 추락한 이스라엘의 무인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에 지구의 살아있는 생명체가 실려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생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탐사선이 산산이 부서지는 추락의 충격을 견뎌냈다고 해도 달의 혹독한 추위와 방사선 등에 노출돼 웬만해선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이 생명체가 상상 이상의 극한 생존능력을 보여온 완보(緩步)동물문인 '물곰(water bear)'이다 보니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신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비영리기업 '스페이스IL'이 기부금을 받아 만든 베레시트호는 인류의 지식을 태양계 내 다른 곳에 예비로 보관하는 첫 작업으로 '달 도서관'을 싣고 있었다.

베레시트가 착륙에 실패하기 직전 찍은 달 표면 사진[AFP=연합뉴스]


달 도서관은 나노기술을 활용해 머리카락 절반 두께의 니켈 필름 디스크 25장을 겹쳐 작은 DVD 모양으로 제작됐다. 바로 이 용기에 인류의 역사와 언어 등에 관한 약 3천만쪽의 정보와 함께 인간 DNA 샘플과 수천마리의 건조된 물곰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물곰은 극한 환경에서는 모든 대사활동을 중단하고 휴면 상태를 유지하는데, 달 도서관의 물곰도 수분을 뺏긴 휴면상태로 실렸으며 적당한 환경에서 수분을 공급받으면 다시 깨어나 활동할 수 있다. 물곰이 10년의 휴면기를 거쳐 다시 활동하는 것이 입증됐지만 이를 얼마나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치 미션 재단'을 설립해 달 도서관을 만든 이스라엘 창업 전문 기업인 노바 스피백은 베레시트호의 추락 궤도와 물곰이 담긴 달 도서관 등을 분석한 결과, "물곰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믿고있다"고 밝혔다.

물곰 전자현미경 사진 [AP=연합뉴스]


성체가 돼도 0.5~1㎜밖에 안 되는 물곰은 물이든 땅이든 어디서든 살 수 있으며 최고 150도, 최저 영하 272도까지 견딜 수 있다. 지난 2007년 유럽우주국(ESA) 실험에서는 약 3천마리의 물곰이 인간은 단 몇분도 버틸 수 없는 우주 환경에서 12일을 지냈다.

인간과 대부분의 동물은 10~20 그레이의 방사선에 노출돼도 사망하지만 물곰은 5천700 그레이까지 견딘다.

이런 극한 생존 능력 덕에 지구에서 약 5억3천만년을 생존해 왔으며, 지구에 어떤 일이 닥쳐도 최후까지 살아남을 생명체는 물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베이커대학의 물곰 전문가 윌리엄 밀러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물곰들이 폭발로 인한 화재로 불에 타지 않았다면 달 표면의 압력이나 온도 등은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휴면에서 깨어나) 다시 활동하고 성장해 번식하려면 물과 공기, 먹이가 필요하다"면서 물곰이 달에서 번식해 서식지를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물학자 캐시 콘리는 물곰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추락지점에서 노출되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너무 뜨거운 환경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상당기간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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