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로 ‘창세기’라는 의미를 가진 베레시트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스페이스일이 개발한 달착륙선으로, 지난 2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이후 베레시트는 달 주위 궤도에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쉽게도 착륙에 실패하면서 세간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지난 6일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주요언론은 현재 달에 곰벌레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뜬금없이 달에 지구 생명체인 곰벌레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추락당시 베레시트에 '곰벌레'가 실려있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당시 착륙선에는 3000만 페이지 분량의 인류 역사와 문명에 관한 데이터와 인간 DNA 샘플, 그리고 문제의 곰벌레가 실려있었다. 이는 지구가 멸망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인류 문명을 담은 데이터를 지구가 아닌 우주에 보관하자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곧 달에 도서관을 만들고자 한 것.
태양이 꺼질 때까지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지구 최강의 생명체 곰벌레는 ‘물곰’(Water Bear)으로도 불리며 행동이 굼뜨고 느릿한 완보(緩步)동물이다. 몸크기는 50㎛(1㎛는 1m의 100만분의 1)~1.7㎜로 놀라운 것은 영하 273도, 영상 151도,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곰벌레는 음식과 물 없이도 30년을 살 수 있는 사실상 불사에 가까운 존재다.
다만 언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곰벌레가 달에 살아있을 수 있으나 번성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언론은 "달에 추락한 곰벌레들은 스스로 동면에 들어가 생물학적인 과정을 꺼버릴 것"이라면서 "이후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면 부활한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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