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블랙리포트]① 이마트24 /골목상권까지 출점… 꼼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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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01.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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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24-노브랜드, 무리한 점포 확장 도마 위
- 근접 출점 문제 이어 골목 구석구석까지 침투
- 소상공인 “꼼수 개점에 지역 상권 다 죽는다”
- 이마트 측 “합법적 절차 따라 오픈 문제 없어”
이마트가 운영하는 PB전문점 노브랜드가 편의점 이마트24 근처에 매장을 오픈하며 ‘점포 간 거리 제한’ 조항 문제로 논란이 됐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노브랜드 매장. 사진 | 김윤경 기자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이마트24’와 ‘노브랜드’가 이번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무리한 점포 확장으로 도마에 올랐다. 두 브랜드의 근접 출점 문제가 소송으로 번졌고,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마트가 운영하는 PB(자체 브랜드) 전문점 노브랜드가 편의점 이마트24 근처에 매장을 오픈하면서다. 그렇잖아도 먹고 살기 힘든 소상공인 창업자들끼리 원치 않는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된 것.

최근 경기도 수원시에서 이마트24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창업자 A씨는 지난해 4월 매장에서 150m 떨어진 지점에 노브랜드 매장이 문을 여는 것을 보고 본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가맹 계약을 체결할 당시 본사는 A씨에게 ‘점포 간 거리 제한’ 조항을 제시하며 A씨 매장의 매출을 보장해주기 위해 도보 거리 250m 이내에는 같은 브랜드의 신규 매장을 내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이마트24와 노브랜드는 영업시간과 판매 품목이 다르기에 ‘업종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둘은 다른 브랜드이니 근접 출점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마트의 자체 PB 전문점 노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자영업자와 상생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노브랜드 매장. 사진 | 김윤경 기자

하지만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하 조정원)은 노브랜드가 이마트24 근처에 출점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봤다. 이마트24와 이마트가 계열사 관계이고 동일업종인 탓에 이마트24 가맹점 영업지역 안에서 노브랜드는 개점금지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가맹사업법 제12조4의 제3항은 가맹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해서는 안된다는 의무를 가맹본부에 부과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마트24는 폐점하는 가맹점주 A씨에 대해 위약금을 청구할 수 없고 오히려 손해배상금 40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경기도의 한 이마트24 점주는 근처에 똑같은 간판을 단 편의점이 문을 열자 ‘거리 제한’ 조항을 어겼다며 본사에 이의 제기를 했다. 사진은 경기도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한 이마트24 편의점. 사진 | 김윤경 기자

이보다 앞선 지난해 8월에는 이마트24 근처에 똑같은 간판을 단 편의점이 문을 열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마트24 가맹점을 운영하던 점주 B씨는 본사에서 처음 예측해 준 매출이 올라오지 않아 힘들어하던 중 250m 거리에 같은 매장이 들어서자 분노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24 본사 측은 출입문과 출입문의 도보거리를 측정한 결과 255m이기에 거리 제한 조항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자신이 직접 걸으며 측정한 결과 244m였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지도 서비스에서는 241m로 표시됐다며 본사에 항의했다. 항의에 대한 본사 측 답변은 “출입문이 아닌 두 점포 사이에서 멀리 있는 설계도 상 정문을 기준으로 측정해야 한다”였다.

결국 B씨는 이마트24를 계약 위반으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고객들은 “꼼수를 써서 매장 수를 늘리려는 비도덕적인 기업이다”는 비난을 쏟아냈고 이마트 측은 부랴부랴 거리를 다시 실측하겠다고 했지만 공정위 관계자가 실측 현장에 참관하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이마트24 편의점을 두고 골목상권의 상인들을 대형 유통 기업이 소상공인들을 아사 직전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이마트24 편의점. 사진 | 김윤경 기자

전국 주요 상권 요지에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노브랜드와 이마트24는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최근 전라북도 전주와 군산 지역에 문을 연 노브랜드의 한 매장 앞에는 ‘입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모인 상인들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가 계속되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 상인들이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기 전북소상공인대표자협의회 회장은 “노브랜드가 가맹사업 형태를 이용해 사업조정제도를 피해가는 방법으로 인근 10m 지점에 수퍼마켓이 있음에도 근접 출점했다”며 골목상권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해당 매장은 본사가 직접 출점한 직영점이 아니고 자영업자가 시설비 등을 투자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오픈한 가맹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은 전국의 골목까지 침투해 개점한 노브랜드를 두고 ‘편법 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애초 전주와 군산에 입점하기로 한 이마트 노브랜드는 직영점 형태로 사업조정대상이었는데 ‘상생협력법의 100분의 51 이상’이라는 법의 맹점을 활용해 가맹점으로 바꿔 개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9조에 따르면 대기업 직영점과 임차료·공사비 등 총 비용의 100분의 51 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프랜차이즈형 체인 점포는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반대로 대기업이 총 비용의 51% 이하로 지불하면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바로 개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역 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며 지역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상황.실제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분석한 결과 복합쇼핑몰 인근 10∼15km 이내 중소상인 소매업체들의 평균 매출은 46.5% 감소했다. 소득이 절반 가량 줄어든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복합쇼핑몰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반경 18km 정도이며 대형 패션아울렛은 21.3km, 창고형 대형마트는 15.8km, 백화점은 11.4km라고 발표했다.

지역 상인들은 동네 곳곳에 오픈한 이마트24를 두고 대형 유통업체가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며 지역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경기도의 아파트 단지의 한 이마트24 편의점. 사진 |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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