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는 텅 빈 채…보호사각서 죽어간 탈북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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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13. 오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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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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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6세 아들과 엄마 ‘아사’ 추정
ㆍ통일부 “지원관리체계 점검”

경찰은 40대 북한이탈주민 여성과 6살 아들의 사망 사건을 두고 아사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될 때 집에 음식물이 없었다. 통일부는 탈북자 지원관리체계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은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한모씨(42)와 아들 김모군(6)이 지난달 31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수도검침원이 한씨 집이 요금 미납으로 단수 조처됐는데도 소식이 없어 방문했다가 악취를 맡고 아파트 관리인에게 알렸다. 관리인이 창문을 열고 들어가 모자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 등 주변인 진술을 통해 볼 때 두 달 전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황이나 타살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모자가 발견될 당시 냉장고는 비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아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정확한 사인을 가리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2009년 탈북한 한씨는 2년간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았다. 입주 후 1년 동안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았다. 직장을 얻은 뒤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씨는 중국 국적 남성과 결혼해 2012년 경남 통영으로 이주했다. 남편이 통영 조선소에서 일해서 생활비를 번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불황이 경남 일대를 덮치면서 한씨 가족은 중국으로 갔다. 지난해 10월 한씨 가족은 서울 관악구로 다시 왔다. 당시 남편이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니었다. 동사무소에서 양육수당과 아동수당만 신청했다. 한씨는 올해 1월 중순 남편과 이혼해 소득이 없었지만 기초생활수급과 한부모가정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관악구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거주지보호담당관은 입국일 기준으로 북한이탈주민을 5년 동안 조사하게 돼 있다”며 “한씨의 경우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째라 구청에서 개인정보를 조사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월 신변보호담당관이 한씨를 찾아갔지만 한씨가 ‘잘 살고 있는데 왜 계속 찾아오냐’며 꺼려했다”고 말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구청이나 정부에서 북한이탈주민에게 지원 상담을 해주러 집에 찾아왔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며 “북한이탈주민은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탈북민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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