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공항 또 점거 시위 ··· 한국관광객 발묶여 '동동'

반정부 시위자들로 메워진 홍콩 국제공항에서 13일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 관광객이 공항 직원에게 여행용 가방을 부탁하며 도움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지난 12일에 이어 13일 또다시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면서 이틀째 '항공대란'이 벌어졌다.
  홍콩국제공항은 출국장을 점거한 시위대와 갑작스러운 항공편 취소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일부 여행객들, 사태 수습에 힘쓰는 항공사 직원 등으로 '아수라장'이라고 할만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이날 오후 들어 검은 옷을 입은 수천 명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 출발장으로 몰려들었으며, 이들이 출국장 게이트를 봉쇄하는 바람에 체크인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
  결국, 홍콩국제공항 측은 이날 오후 4시 30분(현지시간) 이후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의 체크인 업무를 중단하고 출국장을 폐쇄했다. 다만 홍콩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의 착륙은 허용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날 밤 10시 30분에 인천공항발 KE607편이, 14일 오전 0시 5분에 KE611편이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이후 14일 오전 0시 45분에 KE608편이, 1시 20분에는 KE612편이 인천공항으로 출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밤 10시 40분에 인천공항에서 오는 OZ745편이 도착하며, 14일 오전 0시 30분에 인천공항행 OZ746편이 출발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위대의 공항 점거로 인해 대부분의 승객이 체크인 등을 마치지 못했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들 여객기는 아마 90% 이상의 좌석을 채우지 못한 채 인천공항으로 향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을 떠나 서울로 향하려던 한국인 여행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인 여행객 A 씨는 "새벽 2시 25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가야 하는데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하고 있다고 하니 지금 있는 침사추이에서 공항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플랜B'를 실행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행객 B 씨는 "낮에 조기 체크인을 하고 짐을 부쳐놓았는데, 새벽 2시 비행기가 취소되고 새벽 6시 30분으로 변경됐다고 통보를 받았다"며 "어디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낮에 공항 출국장에 미리 들어가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불안에 떨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여행객은 "걱정이 들어 정오에 조기 체크인하고 오후 1시에 출국 절차를 마친 후 지금까지 공항 라운지에 있다"며 "항공편이 취소되지 않아 출발할 수 있을 거라고 하는 데 잘 풀리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이러한 '항공대란'이 벌어지면서 시위대를 향한 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한 한국인 여행객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공항에 왔지만, 항공사 카운터에는 시위대가 카트로 만들어 놓은 바리케이드만 처져 있다"며 "자기들은 시위 끝나면 집에 갈 터인데 우리는 왜 집에도 못 가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여행객은 "자국민의 문제로 외국인들에게 이토록 피해를 주다니 이건 아닌 것 같다"며 "홍콩 시위대가 정말로 원하는 게 외국인들의 홍콩 여행을 금지하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홍콩국제공항에서는 발이 묶인 여행객들에게 시위대가 과자와 물을 나눠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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