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국산 조개젓 A형간염 1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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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11. 오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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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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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월 고깃집 한 곳 통해서 감염
이용객 5000명 … 환자 더 늘 수도
환자 분변, 오염된 음식 통해 전파
올해 A형간염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 4월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조개젓을 먹은 뒤 집단으로 A형간염에 걸리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서만 조개젓에서 9번 A형간염 바이러스가 나왔고, 집단 감염이 5번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감염자가 지난해의 6.5배로 증가했다.

11일 질병관리본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의 한 고깃집에서 조개젓을 먹은 손님 116명이 A형간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식당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부산 맛집’으로 인기를 얻은 곳이다. 지난달 초 6명이 처음 확인된 이후 확진자가 매일 늘고 있다. 김동근 부산시 건강정책과 감염병대응팀장은 “지난 7월 초 수영구에서만 6명의 환자가 발생해 뭔가 이상해조사해보니 조개젓이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지금까지 감염된 환자는 6월 1일~7월 21일 해당 식당에서 조개젓을 섭취했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해당 기간 식당 이용자를 4000~5000명으로 추정한다. 잠복기(15~50일)를 고려하면 8월말~9월초까지 환자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이동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총괄과장은 “카드 매출전표 등을 이용해 식당 고객을 확인하고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한 방역 조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지난달 22일 이 식당을 찾아 위생점검과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개젓을 회수하지 못했다. 식당 사장은 “7월 10일 이후로 조개젓을 메뉴에서 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만약 식당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조개젓을 폐기했다면 감염병관리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부산시 김 팀장은 “감염병관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고의 폐기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개젓을 먹고 A형간염에 걸린 것은 맞지만 물증이 없는 셈이다. 부산의 한 주부는 인스타그램에 “6월말 어린 딸, 남편과 해당 식당을 이용했는데 남편이 식당 다녀온지 40일만인 9일 밤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남편이 계속 아파서 몸살인가 했는데 나중에 눈이 노랗게 변해서 병원에 갔더니 A형 간염이었다”고 호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9일 수입식품판매업체 (주)대광무역이 수입?판매한 중국산 ‘양념조개젓’(유형: 양념젓갈)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어 해당 제품을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한다고 밝혔다. 회수 대상은 제조일자가 2018년 11월 11일인 제품이다. [식약처]

올 들어 조개젓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9건이다. 이 중 5건은 집단 발병으로 이어졌다. 대부분 중국산이거나 중국산 원료를 사다가 국내에서 가공한 제품이다. 지난달 충남의 한 병원 직원 6명이 A형간염에 감염됐다. 직원 식당의 중국산 조개젓에서 A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전에는 '조개젓 A형간염'은 별로 없었다. A형간염은 주로 감염된 환자의 분변에 오염된 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해 감염되기도 한다.

올해 A형간염 환자가 급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신고된 A형간염 환자는 1만2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92명)의 약 6.5배다. 6세 미만 소아는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성인은 70%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전격성 간염으로 악화해 사망한다.

A형간염 환자 수 (2014~2019.7.24.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A형간염에 걸리면 심한 피로감·발열·오한·오심·구토·황달 등의 증상이 생긴다. 의심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A형간염 환자와 접촉하거나 A형간염 바이러스 오염 식품을 섭취한 경우 2주 이내 예방접종을 받으면 발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이 병은 1군 법정감염병으로 치료비는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서연석 고려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 간염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고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며 “현재 20~40대 초반은 A형간염 항체 형성률이 매우 낮다. 집단 생활을 하거나 만성 간질환 등의 환자는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연령별 A형간염 항체 양성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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