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태극기 제작업체 특수 “국기게양 반감, 마음 바꾸면…”

우경임기자

입력 2015-02-27 15:23 수정 2015-02-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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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펼치면서 태극기 제작업체들이 모처럼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 동안 이들 업체는 국기 게양률이 저조한 데다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인해 고전하고 있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태극기 판매업체에서 만난 이명식 대표(55)는 구청에 납품할 태극기를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설 연휴가 끝난 뒤 하루 100통이 넘는 주문전화가 걸려온다고 했다. 지난해 3·1절에 1만5000장 정도 팔았는데 올해는 주문이 8~10배가량 늘었다. 이 대표는 “깃대 등 부속품이 모자라 주문량을 맞추지 못 하고 있다”며 “2002년 월드컵 이후 이런 호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가로기(135×90㎝)는 약 6500~6800원, 가정용 태극기(90×60㎝)는 약 4000원 정도에 공급된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이달 태극기 판매량은 지난해 2월보다 20%나 늘었다. 인기제품은 바람이 불어도 감기지 않는 9900원 짜리 회전깃대 태극기다.

20년 전 태극기가 좋아 회사를 차렸다는 이대표에게 태극기 게양에 반감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전했더니 “살기 팍팍하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면서도 “똑똑하고 젊은 친구들이니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 미국 9·11 테러 당시 성조기 수출이 늘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태극기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천대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태극기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태극기 사랑을 꾸준히 교육하고 홍보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태극기를 달라고 하니 호응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것. 태극기 시장 규모는 전국적으로 대략 1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 때 서울 중구 서울극장 휘장골목에 모여 있었으나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고 주로 가내수공업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 국내서 태극기를 직접 제작하고 있는 업체는 5곳에 불과하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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