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털 고르기를 하면 비가 온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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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예술이다』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 역자: 이한음 출판사: 은행나무 가격: 2만3000원
언제부터인가 뉴스에서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길 고양이를 둘러싼 사회 문제가 주요 이슈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일종의 문화 코드로서 고양이가 인기다. 독립적인 고양이를 키우며 ‘집사’를 자처하는 애묘인들의 각종 에세이가 쏟아지고, 고양이에게 행복한 삶의 자세를 배우자는 고양이 행복론까지 화제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우지 못하는 이들의 하소연인 “나만 없어 고양이”가 유행어처럼 회자된다. 심지어 이를 주제로 노래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런 고양이 트렌드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개체 수만으로 따지면 고양이는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려동물로 등극한 지 오래다. 전세계에서 1000만부가 팔린 동물학적 인간론 『털 없는 원숭이』를 썼던 저자는 이번에는 예술 작품 속 고양이 이야기를 추적했다. 이 영국 출신의 동물학자이자 생태학자는 “현재 지구상에 고양이는 수억 마리가 살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월등히 성공한 육식 동물이 됐다”며 “집 고양이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약 8700만 마리가 산다”고 전했다.

예술사에서 기록된 첫 고양이 작품은 선사시대 암각화에서 발견된 것이다. 프랑스 가비유 동굴 속 목이 긴 고양이 그림이다. 보통 큰 동물을 잡은 사냥꾼은 기념으로 암각화를 그렸다. 작은 고양이의 경우 흔한 소재는 아니었다. 저자에 따르면 고양이가 독자적인 예술 작품의 주제가 된 것은 고대 이집트 때부터라고 한다. 고양이는 애완동물이자 주인과 함께 사냥하는 동료이자 사회 풍자를 위한 상징적인 동물이면서 여신으로 그려졌다.

고양이는 애완동물로 꾸준히 사랑받았지만, 박멸의 대상이 됐던 시절도 있었다. “악마가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추종자들 앞에 등장한다”는 소문이 12세기에 돌면서다. 특히 검은 고양이가 공격의 대상이었다. 성 요한 축일인 6월 24일의 경우 검은 고양이를 닥치는 대로 잡아 화형했다. 마녀들이 성 요한 축일에 검은 고양이로 변신해 나쁜 짓을 저지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이퍼시에서는 고양이 던지기 행사가 사회 풍습처럼 행해졌다. 특히 경기가 안 좋을 때 악마의 친구인 고양이를 처벌한다는 의미로 더 많은 고양이를 던졌다. 한 때 중단됐던 행사는 20세기에 다시 부활해 ‘카텐스투트’라는 고양이 행진이 됐고, 지금은 살아 있는 고양이 대신 장남감 고양이를 던진다고 한다.

중세시대에는 자기 몸을 핥고 있는 고양이 그림을 유독 많이 그렸다. 고양이가 자기 몸을 핥으면 비가 온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미신은 사실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고양이는 정말로 비를 예보할 수 있다고 한다. 폭풍우가 고양이의 전자기 감각을 교란하고, 예민해진 고양이가 털 고르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고양이 화가로 불렸던 찰스 버턴 바버는 ‘귀찮게 굴기보다 구슬리는 편이 낫다’는 그림에서 고양이가 소녀의 팔에 자기 뺨을 비비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저자에 따르면 고양이의 뺨에는 특수한 냄새 분비샘을 갖춘 짧은 털이 있고, 냄새 표시를 찍고 싶을 때 사람이나 사물에 이 부위를 비빈다고 한다. 그림의 역사와 그 배경이 되는 도시 문화사에 고양이의 생태를 알 수 있는 동물학까지 더해져 앎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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