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로 가자?"…현실은 색깔론과 뜬금 장외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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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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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담화에서 17차례나 '미래' 언급
'맞불' 文정부와 차별점 강조하려는 듯
이틀 전엔 조국 후보자에 '색깔론' 씌워
태극기 의식한 거리집회? "명분 아쉽다"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대국민 담화'라는 거창한 형식을 빌려 국회 로텐더홀에 섰을 때, 연단에는 검은색, 그리고 진한 붉은색으로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이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장장 A4용지 14페이지에 걸친 담화문에서 황 대표는 '미래'라는 단어를 10차례, 미래를 뜻하는 '내일'을 5차례나 힘줘 말했다. 사전에 배포된 원고에 없던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 담화에서는 모두 17차례나 미래를 강조했다.

이 가운데 국정의 현 상황을 두고는 "과거에 매몰되면서,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말았다"며 "상대를 향한 증오와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가의 성장 에너지가 소멸되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통령님 정신 차려주십시오"라고 거세게 몰아붙이며 "일본과의 분쟁을 감정이 아닌 정책으로 해결할 방안을 8·15 경축사에 담아 달라"고 요구했다.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본격화하면서 수출규제 등 경제도발에 나선 배경으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꼽히는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사법부 결정에 행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삼권분립 원칙을 들면서 일본에 '맞불 작전'을 놓는 모습이다.

그러나 황 대표 본인의 최근 발언과 한국당의 행보를 돌아보면 이런 '비전 제시'는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주요 현안에서 상대의 과거 전력을 들추는 방식으로 '해묵은 색깔론'을 씌웠다는 비판을 받았던 게 불과 이틀 전이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앞서 황 대표는 지난 1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을 거론했다. 조 후보자가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던 점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의 이런 지적은 일부 사실관계가 틀렸거나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조 수석은 황 대표 발언처럼 사노맹에 '몸담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사노맹 부설 연구기관 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 소속 강령연구실장이었다.

1·2·3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당시 재판부는 사과원을 '이적 단체'라고 봤다.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와는 맞지 않지만 '반국가 단체'라고 판시된 사노맹과 같이 폭력으로 국가를 전복하려는 의도가 있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이후 국제앰네스티는 이 사건을 '불공정한 재판'으로, 조 수석을 '올해의 양심수'로 선정했다. 1999년에는 사면·복권이 이뤄졌고 사노맹은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재평가됐다. 아울러 황 대표가 언급한 '무장봉기'나 '폭발물 개발', '무기 탈취계획', '자살용 독극물 캡슐'의 경우 법원이 판결문을 통해 인정한 사실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공안 검사로서 이름을 날렸던 황 대표가 펼친 색깔론 공세가 부각되면서, 최근 이슈인 페이스북 정치나 민정수석으로서의 검증소홀, 반일감정 선동논란 등은 비교적 주목되지 못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한형기자
여기에 한국당이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느닷없는 장외집회를 예고하고 나선 것도 그가 강조한 '미래'나 '화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특히 집회의 명분으로 든 게 안보·경제문제 등 그동안 원내에서 되풀이했던 것과 차이가 없는 탓에, 그저 광화문에 터를 잡은 '태극기 부대'를 의식한 판단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자 당의 중도 외연확장보다 또 '집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집회를 하더라도 명분이 뚜렷하게 있는 상태에서 나가야 할 텐데 타이밍도 그렇고 참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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