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관람한 직장인 “자코메티, 내 인생 최고의 전시… 큰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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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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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막내리는 ‘자코메티 특별전’ 115일간의 여정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남긴 메모지 수백 장이 9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개막한 특별전은 오는 15일 막을 내린다. 최종학 선임기자


“저는 미술은 잘 몰라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도 이 전시는 특별하게 여겨지더라고요. 작품을 관람하면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인생 최고의 전시였어요.”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난 직장인 최은희(38·여)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가 격찬한 전시는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었다. 특이한 건 그가 이날 처음 특별전을 찾은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늘이 벌써 세 번째 관람이에요. 처음엔 주말에 전시장을 찾았었죠.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평일에 한 차례 더 방문해 작품들을 다시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여운이 남더라고요. 곧 전시가 끝난다고 해서 오늘 또 찾게 됐네요.”

전시장 로비에서는 최씨처럼 벌써 수차례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은 어렵잖게 만날 수 있었다. 직장인 류승은(35·여)씨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류씨는 “지난달에 전시장을 처음 찾았었는데 작품들이 좋아서 다시 오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자코메티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그가 남긴 조각들을 보니 왜 유명한지 알겠더군요. 제가 출판사에 다니고 있어서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자코메티 작품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SNS에서 자코메티 특별전이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이 전시는 심지어 전시장 아트숍에서 파는 기념상품까지 훌륭한 거 같아요(웃음).”

실제로 전시를 주관하고 있는 코바나컨텐츠에 따르면 관람객 가운데 중복 관람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코바나컨텐츠 관계자는 “전시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두세 번 이상 전시장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게는 여섯 번 넘게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도 있었다”면서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명불허전이었던 자코메티 특별전

특별전은 지난해 12월 21일 시작됐다. 국민일보가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과 공동 주최한 행사다. 이 전시는 지난겨울과 올봄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관람객들의 발길은 연일 이어졌고 명사들의 방문도 계속됐다.

특별전은 오는 15일 막을 내린다. 전시는 3개월 넘는 기간 동안 미술계 안팎에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자코메티전’만 검색해도 알 수 있다. 온라인에는 특별전을 찾았다가 큰 감동을 받았다는 글이 지금도 꾸준히 올라온다.

관람객들이 얼마나 열띤 호평을 쏟아내고 있는지는 전시장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전시장 출구 벽면엔 관람객들이 자필로 쓴 관람 후기가 적힌 종이 수백 장이 붙어 있다. 무엇보다 ‘묵상의 방’에 전시된 자코메티의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에서 감명을 받았다는 글이 많다.

한 관람객은 “마지막 조각(‘걸어가는 사람’)의 눈이 잊히지 않는다. 앞을 향해 걸어가면 기쁨, 혹은 그 무엇이라도 생기는 것 같다”고 적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인간은 누구나 고독을 겪는다. 자코메티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고독’을 꺼내 우리를 위로해줬다”고 썼다.

게시판 역할을 하는 이 벽면에서는 명사들이 남긴 메모도 확인할 수 있다. 배우 김혜자는 자코메티의 걸작들에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받은 듯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네요”라고 적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자코메티, 그의 영혼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고 썼다.

김혜자나 이상봉 외에도 그동안 특별전을 찾은 명사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건축가 승효상 김원, 배우 최불암 이영애 박신양 김규리, 가수 이승환 김수철 솔비 등이 전시장을 찾아 자코메티의 걸작선을 관람했다. 특히 이영애는 쌍둥이 자녀를 데리고 작품들을 감상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일보가 지난 1월 9일 개최한 개막식엔 김동연 경제부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었다.

“자코메티 한국 전시 큰 보람”

특별전이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건 자코메티의 명성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다. 1901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66년 숨을 거둔 자코메티는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미술의 거인’ ‘피카소가 시기한 조각가’ ‘예술가의 예술가’ 같은 수식어가 붙을 때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작품 가격이 비싼 조각가이기도 하다.

자코메티의 작품이 대거 한국을 찾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시민들은 자코메티가 남긴 조각 회화 드로잉 등 총 120여점을 관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건 원본 석고상이었다. 조각가들은 원본을 석고로 만든 뒤, 이것을 토대로 제작된 틀에 청동 쇳물을 부어 청동상을 만든다. 원본 석고상에는 작가의 숨결이 녹아 있을 수밖에 없다. 특별전에 전시된 원본은 15점이나 된다. ‘걸어가는 사람’ 역시 원본 석고상이다.

특별전이 3개월 넘게 꾸준히 관람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데는 코바나컨텐츠의 공이 컸다. 2007년 설립된 이 회사는 ‘마크 로스코전’(2015), ‘르 코르뷔지에전’(2016∼2017) 등을 기획해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화제를 모은 문화예술 기업이다.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자코메티 전시를 하면서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며 “자코메티는 진작에 한국에 소개됐어야 할 작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특별전은 역사적인 전시로 남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자코메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절망에 빠진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전한 작가였어요. 묵묵히 미래를 향해 전진할 것을 독려하는 그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이번 특별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전시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특별전 현장을 찾는다면 누구나 자코메티의 숭고한 예술세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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