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올해, 광복절을 맞이하는 마음은 더욱 뜻깊었는데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경축식 메시지와 표정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날 한복차림으로 경축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간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 종전(패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내놨을까요?
양국의 8월 15일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경축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옅은 하늘색 두루마기 한복 차림으로 경축식에 참석했습니다. 나란히 행사장에 입장한 김정숙 여사도 흰색 한복을 입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행사에서 한복을 착용한 건 취임 후 처음입니다. 광복절 한복 차림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8년 만입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우리 힘으로 분단을 이기고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책임 있는 경제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고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한편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15년 만에 독립기념관에서
‘우리가 되찾은 빛, 함께 밝혀 갈 길’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경축식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이후 15년 만에 독립기념관에서 열렸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국경일 행사의 상징성과 현장성을 살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바 있습니다. 이날 경축식 행사장은 겨레의 집 안에 있는 ‘불굴의 한국인상’을 가운데 두고 차려졌는데요, 행사장 내부와 겨레의 집 앞 ‘겨레의 큰 마당’은 4가지(하양·분홍·빨강·주홍) 색의 무궁화로 장식됐습니다.
■애국지사들과 함께
이날 경축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독립유공자와 유족, 사회 각계 대표, 학생 등 시민 18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경축식은 광복을 이뤄낸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 미래 세대인 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선열들의 독립 염원을 이어받아 미래 세대를 위한 진정한 광복의 길을 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표현했습니다.
■한자리에 모인 여야 지도부
경축식에는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참석해 애국선열의 넋을 기렸고,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경축식을 함께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경축식 대신 중국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아베, 촛불정부 과소평가”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에 앞서 기념사를 한 김원웅 광복회장는 최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 심사국) 배제 등과 관련해 단호한 어조로 말해 호응을 얻었습니다. 김 회장은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물러서서는 안 된다. 한 발짝도 뒷걸음질 쳐선 안 된다”며 “일본 아베 정권은 큰 오판을 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와 국민에게 물러서지 말자고 요청했습니다.
■‘광복의 날’ 태극기 물결
■뜻 모은 한일 시민단체
■일왕 “깊은 반성”, 아베는 언급 無
나루히토 일왕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도쿄도 지요다구에 있는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나란히 대국민 메시지를 냈습니다. 지난 5월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이 참석한 첫 기념행사였던만큼 과거사에 대한 그의 인식이 주목됐는데요, 일왕은 “전후의 오랫동안 이어진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하며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나루히토 일왕이 사용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은 부친 아키히토 일왕의‘평화주의’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지난 4월30일 퇴위한 아키히토 일왕은 줄곧 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에 대한 기원을 담은 메시지를 내왔습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이 행사에서 ‘깊은 반성’이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반면 아베 신조 총리는 추도 메시지에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 책임을 인정하는 언급이 올해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아베 총리는 올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대신 특보를 통해 공물료를 납부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총리로 취임한 후 7년째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하는 일본 극우 의원들
일본의 패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15일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0명이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습니다. 차세대 총리 후보인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중의원 의원도 참석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약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로 지금도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보수우익 세력들의 ‘성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14명과 함께 전쟁 중 희생당한 조선인 2만1181명이 합사되어 있습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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