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리더십 '흔들'

2019-08-16 12:20:55 게재

대선주자 지지율 '하락세'

KBS 조사 17.6%→10.4%

SBS 조사 16.1%→10.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주변을 떠돌던 위기론이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정치신인 황교안이 제1야당을 이끌 수 있도록 만들어준 리더십의 핵심인 대선주자 지지율이 하락세다. 대선주자 지지율이 무너지면 황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 3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는 '황교안 위기론'의 실상을 보여줬다. KBS와 한국리서치의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낙연(20.7%) 황교안(10.4%) 유시민(7.2%) 이재명(4.2%) 유승민(4.1%) 박원순(3.7%) 홍준표(3.4%) 등으로 나타났다. 석 달전 조사에서 14.7%를 기록했던 이 총리는 6.0%p 상승했지만, 17.6%였던 황 대표는 7.2%p 하락했다. 등락이 엇갈리면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거의 두 배가 됐다.

MBC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를 보면 이 총리는 5월 17.7%에서 8월 17.6%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5월 17.1%에서 8월 13.6%로 3.5%p 내려앉았다. SBS와 칸타코리아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였다. 이 총리는 5월 14.1%에서 8월 14.7%로 소폭 상승했지만 황 대표는 5월 16.1%에서 8월 10.4%로 5.7%p 하락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조사 모두에서 이 총리는 석 달전과 비슷하거나 상승한 반면 황 대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범보수진영에서는 여전히 선두권이지만 제1야당을 끌어갈 리더십을 뒷받침하기에는 위태로운 수치라는 지적이다.

황 대표도 국면 반전을 위한 카드를 꺼내고 있다. 14일 부분적인 당직인선을 단행했다.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과 김명연 수석대변인, 김성원 대변인을 발탁했다. 강성보다는 합리성을 띤 인사들을 중용하려했다는 평가다. 대여투쟁 수위도 높이고 있다. 5월 말 접었던 장외집회를 24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정부 규탄을 외치면서 문정부에 등돌린 중도·보수층 결집을 꾀한다.

하지만 이 정도 반전카드로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황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도가 떨어지는 건 중도·보수층에서 그를 대안카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박근혜 탄핵과 함께 적폐로 낙인 찍힌 보수야권을 혁신하고, 탄핵 이후 분열된 보수야권을 통합할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안의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청와대 출신인사는 16일 "황 대표가 혁신과 통합이란 화두를 하루 빨리 실현해내지 못하면 위기론은 추석 이후 구체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인사는 "황 대표가 친박 편중인사 비판에 대해 '내 머릿 속에는 친박, 비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한 걸 보면 인적쇄신을 비롯한 당내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보수야권통합에 대해서도 '반문연대를 위해 한국당 깃발 아래 모이면 될 일'이라는 수준의 인식에 머물러 있다면 낭패"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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