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cc '다운사이징' 투싼·스포티지 온다

현대·기아자동차가 기존의 배기량 2000cc급 디젤 R엔진을 1700cc로 감량하면서도 연비와 출력은 올린 '다운사이징' 엔진을 앞으로 출시될 신형 투싼과 스포티지에 장착할 계획이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4년 출시 예정으로 2000cc R엔진의 배기량을 출이고 출력과 연비는 끌어올리는 다운사이징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비롯해 국내서도 2014년을 기점으로 강화된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인 유로6를 도입하는데 이 시점에 맞춰 기술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 개발되는 엔진은 스포티지와 투싼에 우선 탑재될 예정이며 배기량은 1700cc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기량이 줄어들지만 출력과 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존 R엔진 대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 생산되는 2000cc급 R엔진의 최대출력과 토크는 각각 184마력, 39~40.0㎏.m다. 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 15㎞/ℓ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5.0~173.0g/㎞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개선폭은 밝힐 수 없지만 출력과 경제성 및 친환경성을 끌어올리는 게 신형 엔진 개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형 엔진이 현대·기아차의 경량화 기술 등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새로 출시될 스포티지와 투싼의 연비 개선폭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출시된 신형 싼타페와 뉴 쏘렌토R 2.0모델에는 기존 모델과 같은 2000cc 디젤 R엔진이 탑재됐지만 연비는 기존 모델보다 13% 개선됐다. 신형 싼타페와 뉴 쏘렌토R의 연비는 17㎞/ℓ(구 연비 측정기준)인데 기존 싼타페와 쏘렌토의 연비는 15㎞/ℓ 수준이었다. 저압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와 전동스티어링휠 기술 탑재 등으로 엔진 교체 없이도 연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을 기점으로 다운사이징 디젤 엔진이 장착된 신형 투싼과 스포티지가 출시되면 미국과 유럽시장을 겨냥한 현대·기아차의 가솔린·디젤 다운사이징 전략도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쏘나타'와 'K5' 2.0 터보 GDi 모델을 통해 엔진 배기량을 기존보다 400cc 낮추면서 출력은 271마력으로 70마력 높이는 동시에 연비는 기존과 거의 같은 12.8㎞/ℓ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이 모델은 가솔린 엔진 선호도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다.

반면 디젤엔진 인기가 높은 유럽시장에서는 디젤엔진 다운사이징을 통해 판매와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유럽 전략모델 신형 'i30' 1.6 디젤 모델에는 기존과 같은 1600cc급 디젤엔진이 탑재됐지만 연비와 출력을 대폭 끌어올려 현지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가솔린 다운사이징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며 "디젤 다운사이징 기술이 뒷받침되면 유럽시장 점유율 확대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