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번의 금리역전 후 모두 경기침체…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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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20. 오전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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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장중 장·단기 금리 역전 공포 덮치며 다우지수 3% 급락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월가에서 다우지수가 올 들어 최대 폭인 800포인트(3.05%) 급락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공포 장세'를 불러왔다. 장중 미국 국채의 장기 금리(만기 10년 금리)와 단기 금리(만기 2년 금리)가 역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미국 월가에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반드시 경기 침체가 뒤따른다는 '경험 법칙'이 있다. 경기 침체가 온다면 증시엔 악재(惡材)다.

그러나 다우 지수는 14일 하루만 하락했다가 15일 0.39%, 16일 1.2% 상승하는 등 다시 회복되는 모습이다. 충격이 가시자 실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당장 미국에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몰려올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모하마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19일 블룸버그통신 기고문에서 "중국, 유럽 등의 성장이 실망스럽지만 미국 성장의 원동력인 소비자들은 건강하다"며 "지난주 금리 역전 이유로 주가가 3% 가까이 떨어진 것은 과잉 반응이었다"고 분석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 예언하나

미국 월가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를 예언한다는 믿음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나면 반드시 경기 침체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금리 전문가인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7번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고 그 후 5~23개월 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차 대전 이후 금리 역전이 나타난 후 평균 5분기(1년 3개월) 후에 경기 침체가 나타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파월 美연준의장

그러나 금리 역전 현상만 가지고 미국 경기 침체를 예단하는 건 경기 판단을 너무 단순화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에선 경기 침체 가능성을 평가할 때 금리뿐만 아니라 고용 지표 등도 같이 본다. 그런데 최근 미국 고용 시장은 '과열'이라고 부를 정도로 견조하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3.7%로 지난 1969년(3.6%) 이후 50년 만의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가격이 올 들어 하락세이긴 하나 급락세나 위기 조짐은 없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2.6%로 작년(2.9%)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의 기초 체력을 의미하는 잠재 성장률(1.8%)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결국 장·단기 금리 역전 외에 미국의 경기 침체를 강하게 시사하는 경제 지표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초(超)저금리가 일상화됐기 때문에 이미 낮은 금리 수준에서 금리 역전이 일어나는 것만으로 과거와 같이 경기 침체의 전조(前兆)로 해석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최근 "과거와 달리 장기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만큼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신호로 장·단기 금리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리 외에도 글로벌 증시 위험 요인 많아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당장의 경기 침체를 예언하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데는 많은 경제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경기순환 지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30~35%로 전 분기(25~30%)보다 높아졌다.

가장 큰 위험은 미·중 무역 분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미국이 중국에 매긴 관세를 대부분 미국 기업이 부담하고 있으며, 미·중 소비자들이 무역 전쟁의 피해자"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0.3% 감소할 위험성을 지적했다. 게다가 과거 미국이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때 평균 인하 폭은 5.3%포인트였지만, 지금은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2%포인트밖에 안 된다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침체에 대응하는 투자를 하려면, 미국의 장·단기 금리뿐 아니라 미·중 무역 분쟁 추이 등 다른 다양한 요소를 보면서 투자 결정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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