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PB전쟁 (上)] 가정간편식에서 스쿠터까지…자체브랜드로 생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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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9-08-2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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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어닝 쇼크’ 실적에 위기감 팽배…백화점, 이커머스도 가세

국내 주요 유통사의 자체브랜드(PB).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마트 ‘온리 프라이스’, 이마트 ‘노브랜드’, 홈플러스 ‘심플러스’, 현대백화점 ‘원 테이블’.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대형마트 업계 최강자인 이마트가 올해 2분기 창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다. 롯데마트도 2분기 영업손실이 340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지만, 상황은 비슷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백화점, 슈퍼마켓 등 전통적인 유통업계의 부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100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에 시장을 뺏기고 있는 탓이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그간 쿠팡, 마켓컬리 등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좇되, 결국 차별화된 상품만이 경쟁력이란 생각에 이견이 없다.

유통업계 전반이 앞다퉈 ‘PB(Private Brand·자체브랜드)' 전쟁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PB 제품은 일반 식품회사나 제조사가 만드는 ‘NB(National Brand·내셔널 브랜드)'에 비해 이점이 많다. 중간 유통마진이나 광고·홍보비가 절감돼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 수년간 유통사의 브랜드를 정립할 수도 있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KIRKLAND)’는 무려 30년 넘게 판매된 PB다.

1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내 PB 시장 규모는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13년 9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2.5배 이상 커졌고, 이후에도 해마다 두배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 유통사들은 커클랜드에 맞먹을 대표 PB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마트의 초저가형 PB ‘노브랜드’는 2015년 출시된 그해 234억원에 불과했지만 연간 500%씩 성장, 3년 만인 2017년에는 29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가정간편식(HRM) PB ‘피코크’는 2013년 출시 첫해 340억원에 그쳤지만 2015년 1340억원에서 매년 성장, 지난해 2490억원으로 5년 만에 630%나 매출이 불었다.

롯데마트의 ‘초이스엘’ ‘온리프라이스’ ‘요리하다’ 등 대표 PB 성장세는 꾸준하다. 초이스엘의 경우, 전체 PB 매출에서 56%를 차지하며, 온리프라이스 또한 전체 PB에서 올 상반기 15%까지 점유율이 늘었다. 롯데마트는 기존 38개 PB를 10개로 압축, 롯데마트만의 PB 각인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도 2001년 PB 첫 론칭 후 전 카테고리에 걸쳐 PB상품을 키워왔다. 2011년 전체의 23.6%였던 PB 매출 비중은 5년 후 28.4%까지 늘었다. 특히 가심비 PB ‘심플러스’를 지난해 출시, 인기를 끌면서 전 카테고리에 700여종까지 상품을 확대했다. 

PB 시장 초기만 해도 ‘PB는 가격만 싸다’란 인식이 컸지만 최근엔 서큘레이터, 에어프라이어 등 소형 가전제품에서 UHD TV, 소형 스쿠터까지 PB로 등장할 정도로 제품력이 우수하다. 백화점에선 다이아몬드까지 PB로 출시할 정도다. 

PB의 대표상품인 가정간편식(HMR)도 고급화 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원테이블’은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강점을 활용한 신선한 재료와 맛을 앞세운 프리미엄 가정 간편식이다. 여타 가정간편식보다 가격이 5∼20% 비싸지만, 소비자 신뢰를 얻어 2017년 11월 출시된 지 1년 만에 60만개가 팔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서 드러난 ‘어닝 쇼크’ 위기감으로 업계가 더욱 차별화된 PB에 집착하면서 사실상 PB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면서 “이는 비단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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