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LS는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유가가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5~10%가량 약속한 수익을 주는 상품이다. 시장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추가로 더 내려가기보다는 당분간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DLS 투자 매력이 크다고 말했다.
"油價 박스권…원유 DLS 투자, 지금이 적기"
유가 두 달 새 30% 급락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40달러(2.7%) 내린 51.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월3일 배럴당 76.41달러로 최근 1년 최고가를 찍은 뒤 두 달여 만에 32.6% 떨어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며 “지난달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상승이 과도하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이 결정됐지만 감산 규모를 정하지 못한 것도 투자자들이 실망한 요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가 크게 오르내리기보다는 박스권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요 둔화 전망은 여전하지만 유가가 단기간에 크게 떨어진 만큼 가격 바닥이 단단해졌다는 판단에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유가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셰일오일 시추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유가가 떨어지기를 원하진 않을 것”이라며 “공급과잉 우려 등 하락 요인이 우세한 건 사실이지만 유가가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유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

시장 전문가들이 원유 DLS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유 DLS는 통상 계약 후 3년이 지난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 시작구간(녹인배리어)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미리 약속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6개월마다 기초지수가 정해진 범위보다 내려가지 않으면 조기 상환받을 수 있는 등 상품 구조가 ELS와 비슷하다. ELS는 기초자산이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인 반면, DLS는 실물자산 통화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이 다르다.

손실 구간(녹인)이 있는 DLS의 녹인배리어는 보통 50% 안팎이다. 유가가 지금보다 반토막만 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이란 제재 해제로 유가가 역사적 저점을 찍었던 2016년 2월에도 WTI 가격은 현재의 반토막 수준인 배럴당 26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황 연구원은 “유가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면 유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상품(ETP)보다 DLS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급락했지만 기존 원유 DLS 투자자도 아직 손실 구간까지는 여력이 남아있다. 올해 유가가 최고 수준이었던 10월 초 원유 DLS에 투자했더라도 손실 구간에 접어드는 건 유가가 지금보다 20%가량 추가로 떨어질 때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