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인수시켜 고객피해…비전문가 판매
수수료·KPI…'금융의 탐욕'이 사태 불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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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최근 1조원에 육박하는 투자손실이 우려되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해 '제2의 키코(KIKO)사태'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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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사태는 환율을 헷지하기 위해 파생상품에 투자한 기업들이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투자손실로 줄도산에 이르게 됐다. 피해자가 기업과 개인으로 바뀌었을 뿐, 은행이 수수료 수익을 위해 은행의 안정성을 믿은 고객에게 고위험 상품을 적극 판매했다는 점 등이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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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 공대위) 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소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키코 사건은 사기 상품을 판매한 것이고, DLS 사태는 사기 판매 행위를 한 것"이라며 "DLS 역시 키코 사건의 연장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DLS가 키코 때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제2의 키코사태로 규정하려 한다"며 "이 사건을 (당국이) 해결하지 못하면 제3의 키코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DLS 사건을 '제2의 키코사태'로 규정짓는 이유는 △파생상품 투자 △불완전판매 △금융 이기주위 등을 꼽았다.
■ 비슷한 구조…수익은 '찔끔' 손실은 '쭉'
우선 키코와 DLS의 구조는 연동지수가 일정 조건 안에서 움직이면 수익을 주지만, 해당 범위를 넘으면 손실을 입게 되는 파생상품이다. 키코는 환율의 변동 구간을 정해놓고 이 안에서만 움직이면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수익률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며, 환율이 이 구간보다 낮게 떨어지거나, 높에 오르게 되면 손실을 입게 된다.
DLS는 다양한 파생상품을 기준으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수익률을 지급한다. 문제가 불거진 상품은 독일 10년 만기 국채 등 채권 금리가 일정 구간 밑으로만 안 떨어지면 최대 25.5%(연 8.5%)의 수익을 준다.
이 상품들은 투자자들에게 옵션을 인수토록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키코의 경우 피해기업이 콜옵션 매도위험을 인수한 것이고, DLS 피해고객은 풋옵션 매도위험을 인수한 것이다.
차이점은 키코는 가입자가 기업이라는 점, DLS는 가입자가 개인고객이라는 점과 키코는 원본초과 손실위험이 있지만 DLS는 손실위험이 원금의 100%라는 점이다.
■ 위험성 높은데…손실 우려 가능성
이들은 DLS사태 역시 은행의 비전문가들이 제대로 상품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비전문가인 고객에게 판매해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선종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는 "키코와 DLS 모두 은행이 비전문가인 기업이나 개인에게 옵션매도를 권유해 손해를 끼친 것"이라며 "은행 직원들은 DLS 이자가 예·적금 금리 두 배가량 된다고 설명했는데, 이미 손실이 70~80%가 되는 상황에서도 설명을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순 키코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키코의 핵심 내용은 위험성인데 판매한 담당자들이 내용을 전혀 몰랐다"며 "DLS를 판매했던 은행 PB센터 담당자들도 교육만 받고 전문적 노하우 쌓을 시간이 없었던 이들이다. 이들도 금리가 마이너스로 갈지 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적 중심 영업행태의 결과
특히 이같은 사태가 계속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이 '금융의 탐욕'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DLS의 경우 선취 판매수수료가 1~1.5% 수준이다. 최소 1억원짜리를 팔면 100만~150만원의 수수료 수익이 생긴다. DLS처럼 만기가 4~6개월로 짧은 상품을 파는 이유도 만기가 도래한 고객에게 재예치를 권해 판매수수료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직원들도 지점의 실적을 위해, KPI(핵심성과지표)에서 판매점수가 높아서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KPI는 고객 만족도 등과 함께 신규 상품판매실적, 지점 손익 공헌도 등을 따져 점수를 매긴다.
이들은 고객들이 안정성을 믿고 돈을 맡기는 은행에서 이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는 투자수익을 목표로 소비자가 찾는 곳이다. 그러나 은행의 경우 안전하다는 생각에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할 것이라 생각하는 고객이 많지 않아 고객들이 피해를 입을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박선종 교수는 "은행이 과도한 투자상품을 권유하도록 허용하는 한 불완전판매의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파생상품, DLS를 통한 은행의 '옵션매도 상품판매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2의 키코사태 확대해석 금물
일각에서는 이번 DLS사태를 두고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위험상품 가입자 상당수가 투자 경험이 있는 '자산가'이고, 선뜻 은행의 말만 믿고 1억~2억원이라는 큰 돈을 은행 말대로 투자했다는 결론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파생결합상품의 손실 우려 가능성이 제기되자 금융탐욕 프레임을 걸고 불완전판매로 결부시켜 결론을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주장이다.
저금리 시대에 사모펀드는 VIP에게 팔수 있는 유일한 대안상품으로 부상했다. 고위험군의 상품이어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 고객의 안전자산을 책임져야 하는 은행이라서 사모펀드를 팔 수 없다는 논리는 비약이다.
은행들이 수수료 이익에 눈이 멀어 손실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판매했다는 주장은 근거라 약하다. 또한 지난해 은행들은 금리연계 DLS를 판매했지만 금리가 안정적이어서 대부분 만기 때 원금과 약정 수익률을 보장 받았다. 이후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이 달라지자 손실은 지난 3월부터 가팔라졌다.
당시 이 상품에 대해 은행을 향한 비난은 없었다. 은행이 수수료 이익을 위해 전혀 새로운 고위험군 상품을 팔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단지 기초자산이 되는 독일 국채 금리, 영국 CMS 국채가 대외적인 영향으로 손실 문제가 불거졌다는 이유만으로 금융 탐욕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은행권은 자산가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필요했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판매했다고 읍소했다. 또한 깐깐한 규제 때문에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낮음을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투자수익을 목표로 하는 금융소비자가 찾는 곳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증권사와 거래를 했다면 문제삼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1금융권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황에서 판매사가 은행이었고, 투자금도 1조원에 육박해 사태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를 한 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들을 비교해서 왜 손실 가능성이 뻔한 상품을 판매를 했느냐며 손실보전의 전적인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라며 "자체적인 판단이 아닌 IB와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판단한 데이터를 기초로 유럽지역의 금리 반등이 예상해서 판매한 만큼 의도적인 영업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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