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1인당 2억원씩 물려 원금 절반 넘게 날릴 듯…금리파생상품 불완전 판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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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20. 오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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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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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달 분쟁조정위…중도환매해 손실확정된 사안 우선 추진 / 금감원 "합동검사때 시스템 문제에 집중…내부 의사결정도 주시" / 3654명이 7326억원 투자…獨국채 손실률 95%, 英·美 CMS도 56% / 우리·하나은행서 대부분 사모펀드로 판매…금감원 "곧 합동검사 착수"


연합뉴스

내달부터 논란을 빚고 있는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절차가 이르면 내달부터 시작된다.

이를 통해 심각한 불완전 판매가 입증돼야만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는 최대 70%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금감원은 아울러 판매사와 발행사,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합동 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총체적인 시스템을 살펴보는 만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책임 추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내달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파생결합증권(DLS) 상품과 관련한 분쟁 조정 신청건을 분쟁조정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한다.

지난 16일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관련 분쟁 조정 신청은 모두 29건이나 내달 분쟁조정위에 상정될 수 있는 안건은 많으면 3건(KEB하나은행)이다.

이들 안건은 지난달까지 접수된 사안으로 상품이 이미 중도 해지돼 손실이 확정된 상태다.

여타 신청 건수는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분쟁 조정 대상이 아니다.

영국 파운드·미국 달러화 이자율스와프(CMS)에 연동된 DLF의 판매 잔액은 6958억원으로 이 중 85.8%인 5973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상품의 판매 잔액은 1266억원으로 전체가 손실구간에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접수된 3건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 조사를 마친 상태다.

특히 이 중 1건은 외부 법률 자문 의뢰를 앞두고 있다. 법률 자문은 통상 분쟁조정위 공식 회부 직전에 진행되는 절차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되는 분쟁 조정 3건이 추후 손실 확정 후 대규모로 제기될 유사 분쟁 조정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상 비율은 개별 분쟁 조정사례의 불완전 판매 정도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첫 사례에서 손실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설계나 제조, 영업지침 등 사안이 규정지어지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심각한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는 판매사인 은행·증권사의 배상 비율이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분쟁 조정과정에서 통상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적합성, 부당 권유 등 3가지 부분을 집중 확인한다.

적정성은 고객의 연령과 수입원, 금융지식과 투자 목적 등을 파악하는 부분이고, 적합성은 적정성을 통해 산출된 고객 수준과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했는지를 보는 영역이다.

부당 권유는 이율이나 수익을 보장하는 등 판매 과정에서 고객을 유치하고자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는 행위다.

금감원은 그간 이들 3가지 부분에서 금융사의 잘못이 명백하면 60%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해왔다.

다만 2013년 동양 그룹의 기업어음(CP) 불완전 판매 등의 사례를 보면 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전무한 어르신에게 위험 상품을 판매하면60%에 10%를 가중한 70%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달부터 해당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하면 손실이 확정되면서 분쟁 조정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연루된 사안인 만큼 처리 속도를 최대한 빨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를 상대로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고위험 파생상품을 대량 판매토록 한 내부 의사결정 과정, 상품 설계·기획과 판매의 총체적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 상품판매 채널의 주문에 따라 증권사가 상품을 설계했다는 OEM(주문자생산) 논란도 포함해 전반적인 과정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금리 파생상품' 1인당 2억원씩 물려…원금 절반넘게 날릴듯

한편 금리 연계 DLF에는 개인 투자자 약 3600명의 투자금 7300억원이 물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이들 상품의 지표 금리가 현 수준으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원금의 과반 손실이 예상된다.

전날 금감원은 최근 급격한 수익률 악화로 논란이 된 DLF와 DLS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전날 발표한 바 있다.

은행에서 DLS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 형태로 판매된 게 DLF다. 증권사에선 직접 DLS를 판매했다.

이들 상품은 금리가 만기까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연 3.5∼4.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다만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 구간에 진입, 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판매 잔액은 지난 7일 현재 8224억원으로, 이 중 개인 투자자 3654명이 7326억원어치를, 법인 188곳이 898억원어치를 각각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로 보면 1인당 약 2억원꼴이다.

8224억원 중 영국 파운드화 CMS 7년물 및 미국 달러화 CMS 5년물의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연동하는 상품이 6958억원이다.

영국·미국의 CMS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 가운데 5973억원(총액의 85.8%)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만기까지 현재 금리가 유지된다고 가정한 예상 손실률은 56.2%다.

영·미 CMS 연계 상품의 만기는 올해 492억원, 내년 6141억원, 2022년 325억원이다. 만기까지 금리가 반등하지 않는 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리가 더 내리면 손실률이 높아진다. 만기 때 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0%가 되면 원금 전액 손실(수익률 -100.0%)이다. 만기 쿠폰을 받으면 수익률이 -96.5%다.

독일 10년물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1266억원은 이미 해당 금리가 -0.7% 아래로 내려가면서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예상 손실률이 95.1%다.

독일 국채 연계 상품의 만기는 올해 9∼11월에 돌아온다. 1266억원 중 1255억원이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DLF다.

이들 DLF·DLS는 우리은행이 4012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았고, 하나은행 3876억원, 국민은행 252억원, 유안타증권 50억원, 미래에셋대우 13억원, NH투자증권 11억원이다.

금감원은 아직 이들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지 않아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을 감안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자 금감원에는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분쟁조정 신청 29건이 접수된 상태다. 금감원은 이를 따져보기 위한 현장조사를 검사와 병행한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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