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에 깨져버린 '21일간의 허니문' 제넥신-툴젠 합병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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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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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유석 제넥신 대표이사, 성영철 제넥신 회장, 김진수 서울대 교수, 김종문 툴젠 대표이사. 툴젠, 제넥신 제공.
국내 최대 규모 바이오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제넥신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툴젠의 합병이 무산됐다. 제약바이오 기업간 인수합병(M&A) 사례가 드문 국내 바이오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와 최근 불거진 신라젠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실패에 따른 바이오 분야 투자자들의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제넥신과 툴젠은 20일 주주들의 합병 관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합병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해 이사회에서 합병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달 30일 합병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열고 총 주주의 3분의 1 이상, 참석 주식수의 98%,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합병안을 가결한 바 있다.

두 회사의 합병 계약이 무산된 것은 두 회사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당초 두 회가 준비한 주식 매수 대금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회사의 인수합병 등 주주의 이익과 관계가 있는 중대 사안 발생시 주주가 자기 소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주들이 합병 관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주식 매수 대금으로 제넥신은 1300억원, 툴젠은 500억원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수의 주주들이 현재 주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설정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자 두 회사가 준비한 부담금을 넘어서며 합병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제넥신과 신라젠 주식을 보유한 바이오 업계 투자자들이 글로벌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경제상황 불안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적극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후 존속회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보다 합병 당시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때 차익을 보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기업간 합병의 경우 합병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며 기존 주가보다 오를 것이라는 통상적인 전망이 바이오 기업간 합병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자자들의 결정에는 대내외 경제상황 불안 요소 외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신라젠의 글로벌 임상 실패 등 잇따른 국내 바이오 산업의 불투명한 비전 등이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합병 무산으로 양사 기술력으로 블록버스터급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에는 제동이 걸렸다. 툴젠의 유전자가위 원천기술과 제넥신의 면역치료제 및 유전자백신 기술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R&D전략위원회’ 설치도 무산됐다.

두 회사는 일단 합병 여부와 관계없이 신약 공동개발 등 협력관계는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툴젠은 코스닥 이전 상장, 제넥신을 비롯한 인수합병 재추진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툴젠과 제넥신 측은 “현재 진행중인 주요 연구개발과 파이프라인 확보는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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