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이 맛있대] 경기도 이천군 ‘들밥’

입력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낡은 광주리에 온갖 반찬이랑 보리밥을 가득 담아 논두렁을 걸어 오시는 엣날 그 시절의 어머니 모습.“참 먹고 일 하이소.”하는 소리에 모두들 둘러앉아 커다란 양푼에 된장과 반찬들을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던 그때 그맛. 가끔 옛날이 그리울 때면 경기도 이천군 덕평리에 있는 ‘들밥’을 찾곤 한다.

식탁 위에 놓은 커다란 양푼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봐도 다 찌그러지고 흠집이 가득한 그런 양푼이다. 주문을 했더니 잠시후 들밥이 나온다. 버섯, 도라지, 콩나물, 우거지 등 갖은 나물과 상큼한 열무김치, 담백한 계란찜까지 반찬이 12가지가 넘는다.

우거지를 먼저 먹었다.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이 어머니가 옛날에 해주시던 딱 그맛이다. 밥은 ‘머슴밥’처럼 생겼다. 커다란 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꽁보리밥과 쌀과 조를 넣어 지은 조밥이 수북하게 담겨 나온다.

자 이제 비벼 볼까. 상추 겉절이, 시금치, 취나물 같은 나물을 넣고 막 담근 열무김치까지 커다란 양푼에 모두 넣고 고추장과 향이 솔솔 나는 들기름을 뿌려 비빈다.

비빈 밥을 싱싱한 상추에 싸서 입에 넣었더니 맛이 그만이다. 마치 열심히 일을 한 후 밭이나 들에서 시장할 때 참을 먹는 기분이 든다.“부족한 것이 있음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어, 계란찜 다 먹었네. 얘기하지 이잉∼”하며 친절하게 다시 챙겨준다.

또한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담긴 찌개 맛이 색다르다. 청국장과 된장을 알맞게 섞어서 끓인 청된찌개란다.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없어 아이들이 먹기에 좋다. 주인장은 “청된찌개는 우리 할아버지가 콩을 사다가 청국장을 집에서 띄우고 된장도 매년 정초에 담근 것만을 사용하는 우리집 특별식”이라고 강조한다.

외딴 곳인데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맛과 푸짐한 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단골로 찾아온다. 추가 메뉴로 나오는 돼지고기 보쌈식의 편육과 돼지불고기도 아주 맛있다.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Copyrights ⓒ서울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