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친일파라 불려도 괜찮단 이승만 학당, 분노유발 발언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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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이승만 학당 관계자들이 친일파라 불려도 좋다고 밝혔다.

8월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신친일파에 대해 파헤쳤다.

어느날 갑자기 마을에서 사라진 소녀는 2년 후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은 소녀의 제삿날이었다. 가족들은 놀라 쓰러지거나 혼비백산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가족에게 조차 귀신 취급을 받아야 했다.

마을에서 사라졌던 당시 16살이었던 이용수 할머니는 아무 의심없이 친구를 따라 나섰다. 그곳에는 군인과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석연치 않음을 느꼈지만 이미 때는 늦었던 상황이었다. 아무리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수 없었다는 그때 그녀는 기차에서 배로, 배에서 트럭으로 갈아탄 후 도착한 곳은 낯선 나라의 한 건물이었다. 그곳에서 소녀에게 벌어진 일은 차마 입에 담을수도 없을 만큼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녀와 같은 비밀을 가진 이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은 한동안 누구에게도 자신의 아픈을 털어놓지 못했다. 침묵 속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해 그때의 소녀들이 참상을 공개하면서였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만행의 목격자이자 전쟁의 피해자이다. 모진 삶을 간신히 버티며 살아온 피해자들. 지난 7월 이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무너지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무리가 안산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거나 엉덩이를 흔드는 등 모욕적인 행위를 했다. 이를 말리는 사람에게 남성들은 "조센징"이라는 욕을 하며 달아났다. 수사 결과 놀랍게도 4명 모두 한국인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일본어로 "천황폐하만세" 등을 외쳤다. 이들은 반성한다 했지만 이후 SNS에 자신들이 찍은 영상을 올리겠다고 예고하는 글을 남겼다. 일제강점기를 짐작조차 못할 젊은 한국인에게 듣는 모욕. 그 서글픔은 피해자들에게 크고 무거운 것이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겼던 피의자 정씨는 "상황이 심각한걸 몰랐다. 이거 인증하면 베스트 가겠다 싶었다"며 별다른 고민 없이 올린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녀상 앞에서의 모욕 행위도 별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침을 뱉었다는건 경범죄다. 그런데 그 소녀상은 성역이다. 왜? 소녀상이 뭔데?"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관계가 파탄난 것 때문에 화가 나서 소녀상에 한건데 이렇게 물고 늘어질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난 내 자신을 친일파라 생각한다. 일제강점기에 아무리 우리가 피해를 당했지만 건물 세워주고 철로 깔아주고 신기술을 알려줬다. 막말로 조선시대 때 얼마나 미개했냐"고 주장했다. 지난달 나눔의 집을 찾아 할머니들에게 사과했다는 정씨. 할머니들은 이들을 결국 용서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당한 아픔은 이해한다. 그 할머니들을 가지고 우려먹고 하는게 좀 아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진 뒤 나눔의 집에는 이상한 전화가 왔다. 관계자는 "그 친구들을 옹호하는 유튜버가 전화했더라. 피해 당사자들도 아니고 소녀상에 침뱉은게 무슨 문제냐 했다. 전국 소녀상에 침뱉기 캠페인을 하겠다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신의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같은 주장을 펼친 유튜버 N씨는 할머니들에게 사과한 정씨 일행도 비난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그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 아니냐. 조선 때는 친일파를 일본 앞잡이라고 했다. 일본 앞잡이 노릇을 그대로 하고 있다 지금"이라고 말했다. 더한 문제는 피해자들을 향한 모욕이 이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유튜버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원색적으로 모욕하고 있다. 1945년 8월 패망한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며 제국의 강점기는 끝났다. 우리는 정말 독립을 맞은걸까.

이제 남아있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0명이다. 시대를 증명할 이들은 점점 떠나는 이때 피해자를 폄훼하고 모욕하며 심지어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일본 도쿄 중심에 위치한 니혼바시. 이곳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만난 인물은 한국에서 악명이 높은 스즈키 노부유키 일본 국민당 대표다. 그는 지난해 말뚝 하나를 들고 대사관 앞 소녀상을 찾았다. 당시 그는 "독도는 일본 영토다. 일본은 매춘부 강제 연행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모형 말뚝을 제작해 나눔의 집으로 배달하기도 했던 그는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상황이다. 스즈키 노부유키는 최근 낯선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 남성은 스즈키 노부유키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만나 식사를 했다. 스즈키 노부유키를 찾아온 사람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한 유튜버 O씨였다. 그는 위안부는 강제연행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들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같은 주장을 하는 유튜버 N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방문에 웃음을 터뜨렸다. N씨는 "나도 예전에 일베를 했다. 정씨도 일베하면서 알게 됐다. 침 뱉은거 뭐 어떻게 하냐. 동상에 침뱉은거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근거로 삼는 것은 문옥조 할머니의 사례다. 피해자 중 이례적으로 저축을 했던 그녀의 통장에는 2만6,000엔이었던 것을 확인됐다. 전문가는 "돈이 아니라 군에서 발표한 전표다. 전쟁 끝나면 종이조각이다. 거기에 대한 이해가 없는거다"고 말했다. N씨는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이 있다. 박유하 교수님은 사료로 이야기 하니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유하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 등으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일본이 자발적인 매춘부라 말한걸 인용한것이다. 강제연행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여러 사례를 설명했을 뿐 강제연행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책을 보려면 전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위안부가 됐다는 증거는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일본인의 기록에서도, 1945년 미군에 의해 작성된 문서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일본 최대 번화가라 불리는 신주쿠. 또다른 한국인 유튜브에 대한 정보를 서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 우익 잡지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비방을 담은 인터뷰가 실렸다. 인터뷰 주인공인 한국인 유튜버 W씨다. 그는 인터뷰 개설 초기 먹방, 방탄소년단, 한국어 강좌 등에 대한 내용을 올리곤 했다. 한일 초계기 갈등을 다룬 뒤 구독자가 늘어나자 이후 한일 간 정치, 시사 이슈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월 2,500여만원의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연행은 없었고 피해자들의 삶이 풍족했다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 전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학예실장 주익종 등 최근 반일종족주의라는 책을 공동으로 집필한 이승만학당의 학자들이었다. 이영훈 교수는 "위안부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행해지는 소규모 영업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김낙년 교수는 "조선의 쌀을 일제가 수탈한 것일까, 조선이 일본으로 쌀을 수출한 것일까"라고 말했고 이우연 연구원은 "2017년 서울 용산역 앞에 세워진 노동자상은 1926년 일본 아사하카와 신문에 나와있는 일본인이다"고 주장했다.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인 이영훈 전 교수가 교장을 맡고 있는 이승만학당에는 유수의 경제학박사들은 물론 한 월간지 전 편집장이 소속돼 있다. 최근 이들은 이승만학당의 동영상을 글로 옮겨 반일종족주의라는 책을 출간했다. 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서점가를 달궜다.

강제징용노동자 조각상을 만든 조각가는 이승만학당의 주장에 "이제서 시작하는 역사의 재조명 때문에 눈부신 모습으로 표현한거다. 모델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승만학당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일을 반대한다는 이우연 박사는 "위안부와 노무동원 노동자 동상설치를 반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후 철거를 위한 운동을 할거다"며 조각상에 대해 "10명의 일본인 노동자가 모델이 됐다. 이 사진이 그가 동상을 만드는데 영향을 끼쳤을거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우연은 "청장년들에게 그 당시의 일본은 신천지고 로망이었다. 주색잡기로 탕진할 수 있을만큼 그들의 삶은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이우연 박사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서도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위안부는 20세 이상의 여성들이었다. 모든 조사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억이 왜곡되고 착란돘을 가능성, 사회가 원하는 바에 따라 기억할 가능성이 있다. 증언이 증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또 1930년대 조선사회는 성매매가 발전돼 있었다"고 말했다.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2004년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같은 주장을 했던 이영훈 교수의 모습을 보여줬다. 항의가 이어지자 이영훈 전 교수는 나눔의 집을 찾아 할머니들에게 사과를 했다. 당시 이영훈 전 교수는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전쟁 범죄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요시카와 하루코 전 참의원은 "한국 여성들은 강제연행하거나 속여서 끌고 간게 대부분이다. 그들을 성노예로 삼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나이, 직업과 상관없이 전쟁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착취가 정당화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영훈 교수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을 끝내 거절했다. 다만 출간 이후 자주 던져진 질문 2가지에 대해 답하겠다며 동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가 공창제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생제야 말로 위안부제의 역사적 원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또 "수탈이라는 말에는 개발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수탈은 개발 효과를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통 조선인이 근대 한국인으로 변모해온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반일종족주의 북콘서트에서는 심재철 의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안병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등이 참석해 이들을 응원했다. 안병직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반일종족주의 서문에는 거짓말하는 사회나 국가는 망하기 마련인 것이 역사의 법칙이라 적혀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생각하는 거짓말은 뭘까. 15년 전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 할머니들의 고통에 동참하겠다 밝혔던 이영훈 교수. 당시 그는 할머니들이 희생양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이제와서 위안부 피해자들은 성노예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한국 사람이 나타나 위안부 문제가 거짓말이라고 일본극우의 주장과 똑같은 걸 하고 있는거다"고 지적했다.

이영훈 교수는 14년 전 기존 교과서가 좌파적 성향을 띄고 있으니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교과서포럼에 속해있던 인물이다. 당시 교과서포럼은 대안교과서라는 이름으로 새 교과서를 출간했지만 기획단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80년대 이후 일본에서 주목할 만한 경향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일본 공안에서 만나자고 했다. 일본에 왔으니 힘들지 않냐며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 마지막에 봉투를 줬다. 30만엔이었다. 계속되면 일본에 반대하지 않게 된다. 일본에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해도 적어도 일본을 나쁘게 말하지 않게 되는거다"고 말했다. 일본으로부터 자원을 지원받고 우호적인 이야기를 하는 신 친일파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한 대학교수는 "문부성 장학금으로 유학생 10만명을 유지하자 했다. 반일 세력이 줄지 않으니 일본에 유학을 오게 해서 지원을 해주고 좋은 일본을 배우고 돌아가게 하면 되지 않겠냐 했다"고 밝혔다.

취재 도중 뜻밖의 이야기도 들었다. 안병직 교수도 처음엔 민족주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요타 연구비를 계기로 돌아섰다는 것. 사제관계인 안병직, 이영훈 교수는 1989년 1992년 일본 도요타 재단 자금을 받아 식민지 연구를 했다는 것. 당시 이들이 재단으로부터 받은 금액은 400만엔이다. 두 연구의 결론은 일제 강점기 이전의 조선에는 주체적 근대화의 원동력이 없었으며 일제 식민통치가 조선에 혜택을 줬다는 내용이다.

안병직 교수는 "일본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혐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게 일본 보수층을 도와줬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영훈 교수 활동 때문에 혐한 분위기가 없었다. 한국에도 사람이 있네, 저 나라 깔 볼 나라가 아니야. 그건 엄청난 국익이다. 그게 애국이 아니면 뭐가 애국이냐.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데 친일만 하나? 목숨 걸고 해야지"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연구는 매국이 아니라 애국이라는 주장이다. 이우연 박사 역시 "친일파라고 말하건 신친일파라고 말하건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우리의 국익이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애국과 국익은 무엇일까.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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