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은 아니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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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오늘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안병직(83) 서울대 명예교수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던 좌파 지식인이었지만 지금은 보수 우파의 사상적 대부(代父)가 되어 있죠. 그 아찔한 격차 사이에 1980년대의 사상적 전향이 있었습니다. 지금 각 서점 베스트셀러 1위이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책 '반일(反日) 종족주의'(미래사 刊)는 안 교수의 사상적 세례를 받은 제자들이 썼습니다. 공교롭게도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구역질 나는 책' '부역·매국 친일파'라며 이 책과 저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었죠.

이번 주 각 신문이 제기한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후보자는 그때마다 이런 해명을 하더군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절차상 문제가 없고'… 쉽게 말하면, 불법은 아니니 괜찮다는 말이겠지요. 이 글을 쓰는 22일에는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나 몰라라 하지 않겠다'라며 방향을 조금 틀었지만, 거듭된 그의 주장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건 조선을 식민지로 강제 병합한 일제가 하던 말 아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절차상 문제 없이…. 다른 사람의 '적법' 주장이었다면 이런 연상까지 확장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조국 후보자는 한·일 병합이 국제법적으로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자신의 SNS에 썼죠. 부역, 매국, 친일파란 단어로 사정없이 비난하고 '죽창가'까지 소환했고요. 그런데 자신의 행동은 불법이 아니었으니 괜찮다?

진짜 부자들만 조용히 가입한다는 사모펀드에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자마자 가입하고, IMF 때 폭락한 아파트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경매 쇼핑했으며, 그 따님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유엔 인턴과 대학병원 논문의 제1저자로 등극한 신의 손….

'탈법'과 '편법'을 가로지르며 사는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감히 법무장관이 되겠다고 나서지는 않죠. 법무장관은 저스티스(Justice), 정의를 책임지는 장관입니다. 사모펀드는, 아파트 쇼핑은, '신의 손'의 대학 진학은, 과연 정의일까요. 불법은 아니니까 괜찮을까요. 그는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으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했죠. 이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인가요.

[어수웅·주말뉴스부장 jan1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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