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에 홀린 소비자, 식품·요식업계 매운맛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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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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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온 마라 열풍 '마세권, 혈중마라농도, 마덕' 신조어도 등장
'불닭'시리즈 등 매운맛 강조한 상품 식품업계 히트상품으로 부상, 바다 건너에서도 매운맛 열풍
[김윤기 기자 yoonki@imaeil.com]
중국에서 온 마라요리를 비롯해 '불닭'시리즈 등 매운맛을 강조한 음식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


식품 및 요식업계에 매운맛 열풍이 무섭다. 이름조차 생소하던 '마라' 요리 전문점이 곳곳에서 인기를 얻는가 하면 매운맛을 앞세운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온 '마라' 열풍

중국 사천지방의 대표적인 향신료인 마라는 산초나무 열매인 화자오와 마른 고추를 기름에 넣고 발효시킨 것이다. 마비를 뜻하는 마(麻)와 맵다는 뜻의 랄(辣)의 중국식 발음인 마라는 입이 얼얼하게 마비되는 듯한 느낌의 강한 매운맛을 뜻한다.

사천식 샤브샤브인 마라탕, 해산물과 버섯 등을 마라 양념에 볶아낸 마라샹궈, 민물가재 볶음인 마라롱샤 등이 마라 소스로 맛을 낸 대표 요리다. 마라 음식의 유행 속에 '마세권'(마라탕 음식점+역세권), '혈중마라농도', '마덕'(마라 덕후) 등 신조어도 유행하고 있다.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소비되던 마라 요리에 이제는 한국인들이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 요리를 다루는 전문점에서 맛을 본 소비자들은 이제 마라 소스를 구매하거나 이를 활용한 다른 식품들을 구매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마라 소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배 이상 늘었다. 마라샹궈 소스와 훠궈 소스 판매량은 각각 4.09배, 2.59배 증가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도 매운맛 열풍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BBQ는 '마라 핫치킨'을, BHC는 마라샹궈를 접목한 '마라칸치킨'을 최근 신메뉴로 출시했다.

편의점에서도 마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CU가 지난해 12월 말 내놓은 마라탕면은 출시 4개월 만에 30만개 넘게 팔렸고, 3월 출시한 '마라족발'은 기존 편의점 안주 주요 상품들을 누르고 출시 한달 반 만에 안주상품 매출 1위에 올랐다. 세븐일레븐은 '마라핫치킨도시락', '마라닭강정', '마라볶음삼각김밥' 등 마라 소스를 활용한 간편식 시리즈 3종을 최근 출시했다.

◆매운맛으로 승부하라

마라 열풍에는 새로운 종류의 매운맛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있지만 결국 큰 틀에서 소비자들의 매운맛 선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식품업계에서는 매운맛을 강조한 상품 출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양식품 불닭떡볶이, 불닭소스 등. 삼양식품 제공


선두주자는 '불닭'브랜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양식품이다. 이 참에 회사명을 '불닭식품'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별도 판매하는 불닭소스도 인기다. 마라·커리·짜장·치즈·까르보·비빔면 등 15종에 달하는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물론 불닭떡볶이, 불닭아몬드, 불닭오징어 등 안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강력한 매운맛을 앞세운 삼양식품의 불닭 브랜드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2천82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첫 출시 이후 15억개 이상 팔렸다. 특히 지난해에만 불닭 브랜드는 국내 매출이 45%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기존 불닭볶음면보다 더 매운 '핵불닭볶음면'도 지난해말부터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스코빌지수(SHU) 1만2천의 '핵불닭볶음면 미니'를 출시해 오는 6월까지 한정 판매한다. 청양고추의 스코빌지수는 약 4천 정도로 측정된다.

꽃게랑 청양고추맛. 빙그레 제공


제과업계에서는 오리온이 지난달 '감자엔소스닷청양데리야끼소스맛' 제품을 출시했다. 안주형 과자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데리야끼 소스에 청양고추의 강한 매운맛을 더했다. 빙그레도 소비자들이 매운맛을 찾는 데서 착안해 지난해 11월 대표 스낵 브랜드인 꽃게랑에 매운맛을 더한 꽃게랑 청양고추를 선보였다.

지난달 기준 매장 수 약 640개의 떡볶이 프랜차이즈 신전떡볶이도 지난해말부터 점포 수 기준 국내 1위 업체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떡볶이와 달리 후추 등을 바탕으로 강력한 매운맛을 내는 게 특징으로 매운맛 유행에 힘입어 사세가 확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다 건너서도 매운맛 인기

블랙베리&세라노 고추맛 요거트


매운맛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매운맛 열풍이 불고 있다. 단맛과 신맛이 주류를 이루는 사탕 시장에 매운맛이 등장했다. 2017년 12월 대표 브랜드 짼파이에서 '달고 매운맛' 무지개 캔디를 출시한 데 이어 또 다른 주요 기업인 쉬이푸찌에서 지난해 매운맛이 들어간 캔디를 출시했다. 미국의 요거트 브랜드 '누사'는 2016년 매운맛을 첨가한 '블랙베리&세라노'라는 고추맛 요거트'를 출시했다. 농심의 신라면도 미주 지역 매출이 2015년 6천만달러에서 2016년 6천500만 달러, 2017년 7천600만 달러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말레이시아에서 지난달 출시한 '대박라면 고스트페퍼 스파이시 치킨맛'은 출시 2주 만에 스코빌지수 1만2천의 강력한 매운맛에도 초도물량 10만개가 완판되며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대박라면은 현지 라면에 비해 3배 정도 비싸지만 젊은 층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운맛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인 김모(34) 씨는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매운 음식이 당긴다. 퇴근 후에 매운 떡볶이를 먹으면 힘들었던 일도 잊히고 기분도 한결 나아진다"고 말했다.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에 따르면 월요일에 떡볶이, 불족발, 핫치킨, 마라탕 등 매운 음식 주문이 평일의 3배에 달했다. 월요병에 따른 스트레스를 매운 음식으로 푸는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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