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라: 내가 '탈브라'를 선택한 이유

  • 라라 오웬, 이윤녕
  • BBC
동영상 설명, 24살 박이슬 씨는 유튜브에 '탈브라' 체험기를 올렸다

최근 한국에서 겉옷 안에 브래지어 속옷을 입지 않았다며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여성들이 생겨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노브라'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이러한 '노브라' 관련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노브라'에 관한 이슈는 배우이자 가수 설리가 자신의 '노브라' 사진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계정은 수백만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이후 그는 한국 사회에서 '노브라' 움직임의 상징이 됐다. 그는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의 소신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소셜 미디어에는 그의 행동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며, 고의적으로 자극적인 사진을 올린다는 비난도 있다.

일부는 그가 '노브라'나 '탈코르셋' 운동을 자신의 유명세를 높이는 데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한 댓글에는 "노브라를 하든 말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일부러 타이트한 옷을 입어 티를 낼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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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진에는 "네가 브라를 입든 말든 상관없지만, 최소한 유두는 가려달라"는 댓글도 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저러고 교회를 갈 수 있나? 동생 남편을 만날 수 있나? 저런 차림으로 시부모는 만날 수 있나?"는 반응도 보인다.

"남자 뿐만 아니라 여성도 보기 불편하다"는 댓글도 있었다.

최근에는 유명 걸그룹 멤버 화사가 노브라차림으로 공항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홍콩 공연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찍힌 사진에서 그는 노브라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일반 여성들 사이에서도 '탈브라'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되고 있다.

브라 그래픽
사진 설명, 속옷 착용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생각이 한국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선택의 자유

한국 여성들이 '선택의 자유'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한국에서는 이른바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여성들이 긴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거부했다.

여성의 몸을 구속해온 코르셋에 대항하는 의미로 이러한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하기도 했다.

배리나 씨
사진 설명, 한국의 유튜버 배리나 씨는 화장에서 자유로워지겠다고 선언한 이후 위협에 시달렸다.

한국의 '탈 코르셋' 운동은 화장에 많은 시간을 쏟고 피부 관리에 집중하게 하는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에 대한 대항의 의미를 갖는다.

여러 여성들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탈 코르셋' 운동과 최근의 '노브라' 움직임이 서로 연관이 있으며, 소셜 미디어 상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선 강간'

최근 한국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문화와 성폭력, 화장실이나 공공장소에서의 '몰카' 범죄와 지속적으로 싸우고 있다.

2018년 서울에서는 수만 명의 여성이 거리로 나와 '불법촬영물 근절'을 외쳤다.

그러나 일부 한국 여성들은 현재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탈브라'를 선언한 여성들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노브라'로 다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 주된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이른바 '시선 강간'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이피'는 성적대상화 되지 않은 속옷의 본래 의미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사진 출처, 이나현 씨 제공

사진 설명, '이피'는 성적대상화 되지 않은 속옷의 본래 의미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올해 28살 정성은 씨는 2014년 '노 브라블럼'이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인물이다. '노 브라블럼'은 한국 여성들의 노브라 경험을 다룬 작품이다.

친구들과 함께 대학 프로젝트로 시작한 영상 제작은 '우리는 왜 당연히 브라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는 보다 많은 여성들이 노브라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티셔츠 위로 유두가 드러나게 옷을 입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브라를 입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브라를 입는 거죠."

한국에서 내추럴 사이즈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24살 박이슬 씨는 '바디 포지티브' 운동에 관심이 많다.

그는 지난해 3일 간의 노브라 체험기를 유튜브에 올렸다. 해당 영상은 2만 6000 뷰를 기록했다.

그는 자신의 계정을 팔로우 하는 여성들 중 와이어 브래지어 대신 브라렛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것이 '노브라'로 가는 일종의 '중간 단계'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와이어 브라를 안하면 가슴이 쳐지고 보기 싫게 된다고 잘못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영상을 제작한 이후부터 저는 와이어 브라는 더이상 입지 않아요. 지금은 여름에는 보통 브라렛을 하고 겨울에는 노브라로 다녀요."

이러한 움직임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22살 이나현 씨에게도 영감을 줬다.

그는 최근 졸업 작품의 일환으로 노브라와 관련된 팝업스토어 '이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은 속옷의 본래 역할을 되찾고 여성들이 브라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기를 바라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그는 올해 5월부터 '노브라여도 괜찮아'라는 슬로건 아래 니플패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전남에 사는 28살 다경씨는 설리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현재 직장에서만 브라를 착용하고 데이트를 하거나 밖에 나갈 때는 브라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남자친구는 제가 불편하다면 꼭 브라를 입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죠."

그들은 속옷 착용과 관련해 여성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노브라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브래지어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호주 울런공대학 브레스트 리서치 센터의 물리치료사이자 공동소장을 맡고 있는 디 드레 맥기 박사에게 물었다.

"여성들은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슴이 매우 큰 여성의 경우에는 적절한 지지대를 해주지 않으면 목이나 허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해부학적 구조가 변합니다. 피부도 변하고 가슴의 탄력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됩니다."

"적절한 보호대가 없이 운동을 하게 되면 가슴이 많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스포츠 브라를 착용하면 가슴의 통증을 줄이고 허리와 목의 통증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영구 포츠머스 대학에서 생체역학을 가르치는 제니 버비지 박사는 여성들이 브라를 착용했을 때 불편함이나 통증을 느끼는 것이 "가슴에 맞지 않는 브라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브라 착용 여부와 유방암 발생과의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여성운동가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브라 태우기' 운동은 이후 여성의 해방 운동으로 이어졌다.

과거 여성들은 최초로 브라에 저항하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1968년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브라를 태우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 여성들은 여성을 옥죄는 것들에 대해 항의하며 브라를 비롯한 각종 물건들을 쓰레기통으로 내던졌다. 그렇지만 실제 브라를 태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브라 태우기'라는 이름의 운동은 이후 여성의 해방 운동으로 이어졌다.

올해 6월, 스위스에서는 수천 명의 여성들이 평등 임금과 남녀평등, 성희롱 금지를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당시 여성들은 하루 동안 도로를 점거해 브라를 태웠다.

10월 13일 '노브라 데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날이 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필리핀 여성들은 해당 일을 성평등을 요구하는 날로 활용하기도 했다.

바네사 아메다 기자는 노브라 데이가 "여성주의를 주창하고 스스로가 여성임을 감사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브라는 여성이 어떻게 억압되어 있는지를 상징한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수년 간 운동가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남성과 여성의 유두 노출을 각각 다르게 검열하는 현실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고 있다.

2014년 12월, 넷플릭스는 '가슴에 자유를'이라는 제목의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뉴욕에 사는 한 무리의 젊은 여성들이 가슴 관련 범죄와 검열에 저항하며 캠페인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이후 '가슴에 자유를' 캠페인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졌다.

최근 한국의 '노브라' 움직임은 여성의 몸을 구속하는 것들에 대항하는 세계적인 움직임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여성들은 이것이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