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가정원, 정원산업의 미래로
유럽의 정원을 가다
(1)이탈리아 빌라데스테 정원
경이로운 물의 정원르네상스 문화를 간직한 유럽 정원의 시초 모델
지형과 물의 흐름 이용한 수압 차로 수 많은 분수를 자연 친화적 가동
구릉지에 저택 배치, 정원과 주변 경관 조망하는 전형적인 노단식 정원

<편집자 주>2019년 순천방문의 해, 최대동력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이 지난 2013년 정원박람회를 성공리에 마무리 짓고 이듬해 박람회 이후 재활용을 위해 영구 개장을 선언했다. 2015년에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된 순천만국가정원은 순천만 습지와 더불어 순천 관광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1천만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는 ‘2019년 순천방문의 해’ 핵심 자원도 역시 순천만국가정원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정원이 항구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본보는 외국 선진 정원 취재를 바탕으로 또 정원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얘기를 통해 순천만국가정원의 장래 정원산업으로서의 가능성과 방향을 가늠해 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넵튠 분수
데스테 별장 건물을 중심으로 한 중앙에 위치한 분수로 지형적인 고저차를 이용한 웅장함이 느껴진다.
원형 분수
제주 여미지 식물원에 조성된 프랑스식 정원의 분수와 흡사한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원형 분수 뒤편으로 접근이 가능하고 기둥 사이의 작은 분수가 이색적이다. 물 소리가 웅장하고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네이처(Nature) 분수
그리스 다산의 여신 디아나를 상징하는 조각의 가슴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다.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최초의 ‘경이로운 정원(giardini delle meraviglie)’으로써 유럽 정원 발전을 이끈 초기 모델답게 수령 500년이 넘은 나무들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100개의 분수
원형 분수로 가는 길을 따라 우측에 놓인 분수이다. 가로수 길을 따라 단을 이루며 분출하는 것이 경이롭다.
동선을 따라 식재된 수벽
사람 키 높이 이상의 나무 담장(수벽)을 통해 주변을 시각적으로 차단하여 정원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유발시키고 동선의 정형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이로운 궁전과 정원을 간직한 빌라 데스테(Villa d‘Este) 입구는 화려함 보다는 수수하고 고색이 창연할 뿐이다.

# 최초의 ‘경이로운 정원(giardini delle meraviglie)’으로써 유럽 정원 발전을 이끈 초기 모델이다.
정원 전문가들은 빌라테스테의 위상과 존엄을 이같이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이로운 분수와 화려하게 장식된 연못, 정원 자체의 독창적인 설계는 이곳을 16세기 이탈리아 정원의 독특한 본보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빌라 데스테는 2000년 초까지 정원을 공부하는 사람 이외에는 국내 사람들과 아시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500여 개의 분수가 있는 르네상스 문화의 특징을 가진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알려지면서 차츰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정원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테마형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이탈리아 별장 중 가장 손꼽히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빌라테스테는 로마에서 동북쪽으로 70㎞ 거리에 위치한 티볼리라는 작은 도시의 한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현황에 따르면 1만3천 평 규모이며 완충지역 2만1천 평까지 포함하면 3만5천 평 규모로 유명한 유럽 정원 치고는 아담한 정원이다.

대다수의 주택이 500년이 넘는 건물들로 고색창연한 티볼리. 빌라데스테로 향하는 길은 왕복 2차선에 한적한 시골길을 가는 느낌이 들 뿐이다. 입구에 내려서도 거창함이나 화려함은 찾을 수 없고 어느 민속촌 입구처럼 초라해서 당황스럽기까지 한다. 다소 허름한 궁전의 미로 길을 빠져 나오면 무성한 나무가 수 백 개의 분수를 감추고 있다. 정원의 구획과 배치, 식재의 탁월함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빌라 데스테는 우리나라 역사로 보면 조선시대 임진왜란(1592년) 이전의 중종반정(1506년)으로 연산군이 폐위되던 시기에 기획되고 건축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빌라 데스테는 에스테 가문의 추기경 이폴리토 데스테(Cardinale Ippolito d‘Este, 1509~1572년)에 의해 1550년에 초안이 만들어진 뒤 건축가 피로 리고리오(Pirro Rigorio, 1510~1583년)가 설계해 지은 별장이다.

이폴리토는 수많은 예술가를 동원해 가장 세련되고 자연적이며 아름다운 별장을 만들어 보리라는 자신만의 상상 속 무릉도원을 꿈꾸게 된다. 그의 이러한 생각을 현실로 가능하게 만들어준 사람이 당시 최고의 건축가인 리고리오이다.

그의 정원에 대한 생각은 자연에 대한 이해와 조화에 바탕을 두고, 동양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정원 밖의 산과 하늘, 주위 풍경까지 정원의 배경으로 삼는 것이다. 수많은 분수는 지형의 변화와 물의 흐름에 따라 수압에 변화를 줘 동력 없이 낙차와 물의 힘에 의해 힘찬 물줄기를 쏘아 올리는 자연 친화적 기발함이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빌라의 특징은 경사면 위에 노단식으로 정원을 만들고 단차에 의해 앞이 탁 트인 시각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정원을 포함한 주변 경관을 모두 볼 수 있는 차경이라 할 수 있다. (借景: 말 그대로 경관을 빌린다는 의미. 정원 주위 경관을 고려해 시각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정원의 범위를 확장해서 주위 경관과 함께 감상케 하는 정원 설계 법)

이렇게 조성된 데스테 정원은 넵튠 분수(The Fountain of Neptune), 원형 분수(The Ovato Fountain), 수압오르간, 100개의 분수, 용의 분수 등 수 많은 분수를 채우고 장식하는 ’물의 향연‘이라는 별명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하다.

여러 분수 중에서 그리스 다산의 신 헤라의 여러 개의 가슴에서 나오는 분수가 가장 기발하고 독특하다. 원형 분수는 제주 여미지식물원의 프랑스식 정원에 있는 분수와 흡사해 낯설지 않다.

배치도 측면에서 빌라 데스테는 상당한 고저차를 보여준다. 정원계획은 전체적으로 거대하고 단순한 것이다. 평탄한 최저노단의 중앙에서 중심축 선이 최상부 노단의 성곽을 지나고 이 축선에 넵튠 분수의 연못, 용의 분수, 100개의 분수로 등이 나타난다. 최저노단 중앙에는 분수와 분수를 둘러싼 원형공지가 있고 로톤다(rotunda) 주위는 자수화단이 전형적으로 배치됐으며 그 건너편에 미원(迷園)을 배치했다.

주요 건물인 궁전은 구릉 위에 위치하고 있어 한눈에 정원과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테라스의 단차와 단차 사이에 수목을 밀식해 일부분을 가리고 있어 정원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또한 주요 시각 축과 중심축은 개방해 방문자의 시선과 발걸음을 유도하고 있다. 평면은 매우 대칭적으로 구분돼 있으나 정원 안에서는 수목이 식재되고 다양한 분수와 연못 등이 설치되어 엄격한 대칭미를 느낄 수가 없다. 북쪽 경계부는 인공적으로 단을 지어 중세 말의 전형적 조경기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저노단의 네 개의 연못들 뒤에는 짙푸른 감탕나무의 총림이 자리 잡아 다시 명암의 대조를 이루며 연못 서쪽에는 유명한 넵튠 분수가 있다. 제2노단은 세 갈래의 계단이 평행하며 감탕나무 총림을 통과하고 제2노단과 제3노단을 맺는 사면의 중심축 상에 타원형의 용의 분수가 시선을 끌고 이 분수의 좌우에도 총림이 있다.

제3노단은 사면을 따라 수 피트 간격의 무수한 분수로 이뤄진 산책로, 즉 100개의 분수가 물안개와 물방울을 연출한다. 이 분수의 산책로를 따라가면 동북쪽 끝에 아레투사(Arethus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숲의 요정) 분수가 있다

아레투사 분수는 웅장한 원형 분수와 달리 아늑한 물의 연출을 보이며, 서남쪽에는 리고리오가 만든 고대 로마의 축소 모형인 로메타(Rometta, 소로마)가 있다.

한마디로 빌라 데스테는 다양한 물의 연출에 의해 정원 어디서나 물소리의 경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물을 통해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또한 빛과 총림 그늘의 강한 대조, 여기저기서 들리는 온갖 물소리와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 등으로 이탈리아 빌라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빌라데스테 정원을 감상하고 보면 그리스 신과 요정이 되어 물속 세계를 거닐었다 나온 환상을 갖게 된다.

안드레아 부르치아띠 빌라데스테 디렉터(총 책임자) 인터뷰
"전 세계 첫 수압차 이용한 분수 가동, 유네스코 자연보호 유산 등재”
“기존 스타일과 다른 순천만국가정원 꼭 가보고 싶어”

안드레아 부르치아띠 빌라데스테 디렉터

“첨단기술이 기발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겠지만 빌라데스테의 정원은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자연친화적이고 역사가 살아숨쉬는 멋을 창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드레아 부르치아띠(51) 빌라데스테 디렉터(총 책임자)는 빌라데스테만의 차별성을 이같이 말하고 “빌라데스테 정원만의 전통과 역사성을 간직해 왔다. 여기에 재미있는 분수쇼를 연출해서 대중성을 가미한 정원으로 거듭나 경제적으로 독립된 정원을 가꿔가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드레아씨와의 일문일답이다.

-내국인과 외국 관광객 비율은 어느 정도이고 한국 관광객도 찾아오는가?

▶관광객의 40%가 외국에서 오는데 그동안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많이 왔었다. 최근에는 아랍권과 아시아에서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다.

아시아계 중에서 특히 한국, 일본, 중국에서 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오는 9월부터 15개국 언어로 빌라데스테 소개할 예정인데 한국어도 포함돼 있으니까 한국 관광의 위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입장 수입으로 정원 유지·관리가 가능한가 그리고 정원이 지역민의 생활에는 어떤 보탬이 되는가?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서 입장수입으로는 간신히 생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개인 또는 기업체의 스폰서를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총 수입의 20%는 일종의 세금으로 정부에 내고 있는데 정부가 이 자금으로 영세한 정원 관리에 쓰도록 도와주고 있다.

지역민들이 빌라데스테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교통업계가 활성화되고 자고 먹고 하면서 숙박업과 음식점, 선물가게 등 티볼리의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원이 전기력을 이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분수를 뿜어 올린다고 하는데 설명해 달라.

▶강의 위치가 다소 높아서 약간의 경사도를 따라 흘러 내려오게 해서 수압차를 이용하고 있다. 압력을 이용해서 소리가 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모든 인간의 5감각 중에서 시각 뿐 아니라 청각까지 자극하고 있다. 오늘날의 기술이 발달한 세상에서 인위적이 아닌 자연 친화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런 시스템을 사용했기에 유네스코 자연보호 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할 수 있다.

-더 매력적인 정원으로 만들 복안을 갖고 있는가?

▶델오바또 원형분수 안쪽으로 관광객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고 예전 귀족들이 놀이문화로 즐겼던 것처럼 분수의 물이 걸어가는 여성의 치마를 올리는 형식의 분수를 재현해서 재미를 더하는 분수도 가동할 계획이다.

여름기간 동안 현재는 7∼8월 토요일만 밤 11시까지 야간개장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여름 내내 야간 개장 예정이다. 여름 기간 내내 야간 개장을 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는 대책을 강구중이다. 전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언제이며 연중 개방하는가?

▶계절적으로 5∼6월과 9∼10월이 성수기이며 계절별로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겨울이 비수기인데 해가 지면 바로 문을 닫는다. 특히 눈이 오면 전경은 아주 아름답다. 하지만 길이 단차식이어서 기온이 내려가거나 눈이 오면 사고위험 때문에 문을 닫는다. 여름철에 비가 너무 오면 좋지 않은 물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잠궈서 분수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킨다.

-전공은 무엇이고 어떻게 정원과 인연을 맺게 됐나?

▶현대미술을 전공했고 연관성이 없을 것 같지만 빌라데스테 이외에 2곳의 문화유적을 관리해야 하는 곳이 있는데 서로 비교해서 관리해야 하는 비젼을 갖고 일하고 있다. 일자리 공고가 나고 전국에서 응모자가 있어서 컨테스트를 통해 선발됐고 4년 임기 중 2년을 해 오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조언을 한다면?

▶수적인 입장객 수에 집착하기 보다는 방문객들에 대한 질적인 면에 관심을 둬야 한다. 초반에는 관광객 수에 연연할 가능성이 있지만 시민들에게 편안한 즐거움을 주고 생활의 리듬을 찾아주고 힐링을 주는 등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는 정원 본연의 모습을 우선시 해야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이 기존에 없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만들었고 갈대숲이 장관이라고 하니 정말 한 번 가보고 싶다.

티볼리(이탈리아)/글·유홍철 기자 yhc@namdonews.com

사진·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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