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박근혜·이재용 최종심 '말 세마리'에 달렸다
입력: 2019.08.28 05:00 / 수정: 2019.08.28 06:23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순실 씨가 2017년 8월 29일 국정농단 관련 60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순실 씨가 2017년 8월 29일 국정농단 관련 60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시스

대법 '뇌물' 인정할까…경영권 승계 '묵시적 청탁'도 쟁점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29일 내려진다.

대법원은 29일 선고 기일을 열어 세 사건의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로 선고 기일이 잡히면서 박 전 대통령은 기소 2년 4개월, 이 부회장은 2년 6개월 만에 대법원 판결을 받게 됐다. 대법원 상고 이후로는 이 부회장은 1년 6개월(2018년 2월)만이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11개월(2018년 9월) 만이다.

세 사람 사건은 지난 2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뇌물 인정 범위를 놓고 하급심에서 판단이 갈린 만큼 전원합의체에서 통일된 결론을 내리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6월까지 6번의 심리를 진행했고, 29일을 특별 기일로 잡았다. 통상 대법원은 전합 기일을 매월 셋째주 목요일에 열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도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최순실·이재용 핵심 쟁점은 '뇌물'

이번 대법원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뇌물'이다. 이 부회장 측이 최 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건넨 36억원 상당의 말 세마리(살시도·비타나·라우싱)를 제공한 행위와 관련해 어디까지를 뇌물·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이 당시 존재했는지가 세 사건 모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1, 2심은 말 세마리가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이를 뇌물로 보지 않았다. 마필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액수는 원심의 86억원에서 36억원으로 50억여원 줄었고,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던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뇌물은 준 자와 받은 자의 하급심 판단이 갈렸던 만큼 29일 대법원 최종 결론에 따라 한 쪽은 파기환송돼 2심을 다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으로부터 87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면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징역 25년형은 확정되는 반면 이 부회장은 2심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2심 선고 때보다 형이 무거워지거나 실형 선고로 재수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대법원이 이 전 부회장 2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이 전 부회장은 집행유예가 확정돼 재구속 위기에서 벗어난다. 박 전 대통령은 줄어든 뇌물액을 기준으로 2심 재판을 새로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의 형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기존 어느 사건에서도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대법 전원합의체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등 새로운 부분을 뇌물로 인정하게 되면 세 사건 모두 파기돼 2심 재판이 새로 진행되야 한다.

1심에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5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뉴시스
1심에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5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뉴시스

◆경영권 승계 작업 '묵시적 청탁' 여부도 관건

경영권 승계 작업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는지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이 최 씨가 소유·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한 것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묵시적 청탁'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인정한 반면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두 사람 간 묵시적 청탁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두 가지 혐의에 대한 대법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 인정액은 최대 89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는 횡령 혐의와 연결돼 있다. 이 부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해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횡령액이 뇌물액이 되는데, 현행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징역 5년 이상으로 집행유예가 사실상 어렵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세 사건의 하급심 재판부는 '삼성이 최 씨가 실소유한 독일 코어스포츠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지급한 36억원은 공통적으로 뇌물 혐의로 인정했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동 출입구 앞에서 국정농단 사건 방청권 응모 및 추첨식이 열리고 있다. /김세정 기자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동 출입구 앞에서 국정농단 사건 방청권 응모 및 추첨식이 열리고 있다. /김세정 기자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크게 3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형 확정-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 이 부회장 형 확정-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 박 전 대통령-이 부회장 모두 파기환송 등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중 세 사건 모두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 대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수첩의 증거능력 등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증거 능력이 인정됐으나 이 부회장 재판부는 ‘전문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이 부족한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의 말은 받아 적은 것에 안 전 수석의 생각이 더해졌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은 부담스러운 판결을 뒤로 미루고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만 6월에 심리를 끝내고 판결문 작성에만 두 달여를 들인 대법원이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을 제외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대법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날이 아닌 9월 19일 추가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중 혐의 중 하나인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이번 선고때 판단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성향 대법관 5명 판결에 영향?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총 13명이 참여한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결론을 내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9명이 교체됐는데, 이 중 5명이 진보 성향의 민변, 우리법연구회 등 출신이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16대 김명수 대법원장도 문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명날 순으로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법원행정처장),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등 총 8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조희대, 권순일, 박상운, 이기택, 김재형 5명의 대법관이 임명됐다 .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어서 남은 문 대통령 임기 내 4명의 대법관이 추가로 바뀔 예정이다.

2019.8.27 기준 대법관 13명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제외된다)
2019.8.27 기준 대법관 13명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제외된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중요성과 공익 등을 고려해 29일 상고심 선고를 TV로 생중계한다.

27일 진행된 국정농단 사건의 법정 방청권 응모는 88석 중 81명이 응모해 경쟁률 0.92대 1로 추첨없이 마감됐다. 앞서 2017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1심 첫 공판의 방청 경쟁률이 7.7대 1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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