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교육청·대전일보 학력신장 공동캠페인] ⑩ 고등학생 국외 독립 유적지 탐방

대전시교육청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단의 분임별 토의 및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대전시교육청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단의 분임별 토의 및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대전시교육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 연해주 지역 한인 독립 운동의 흔적을 발견하고 애국선열의 노력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 23-26일 `2019 고등학생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 행사`를 실시했다. 올해로 3회째 시행되는 이번 탐방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및 우수리스크에 이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통해 하바롭스크 일원까지 답사하는 일정이다. 역사의식과 지적 탐구심, 리더십 등을 갖춘 52명의 학생들과 인솔자 10명이 참여해 일제강점기 독립 운동의 발자취와 강제 이주의 경로를 따라가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항일 독립운동의 중추 기지 블라디보스토크=지난 23일 대전 지역 52명의 학생들은 김해 공항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해 출발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구소련 시절 군사 도시로서 외국인 출입이 통제된 비밀의 도시였으나 현재는 러시아 개방의 상징으로 통하며 2012년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를 포함, 해마다 각종 국제회의가 열리는 장소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최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동양 속 유럽 도시`로 유럽의 문화와 건축 양식, 이색적인 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매력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도시가 개설 당시부터 우리 민족과 인연이 깊어 많은 한인들이 이주·정착했으며, 일제의 침탈에 항거하는 해외 독립운동의 중추 기지 역할을 수행했음에 있다. 이 중 독립 운동 유적지인 `신한촌`이 대표적인 장소이며, 연해주 지역 한인 독립 운동의 발자취를 밟고 고려인 강제 이주의 경로를 따라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하는 일정이 유행하고 있다.

◇연해주 항일 독립 운동가들의 행적 재발견=2일차에는 소비에트 혁명 광장과 동방 정교회 사원을 거쳐 `신한촌 기념비`를 방문, 연해주 한인 정착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헌화하고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1863년 한인 농가 13호가 굶주림과 억압을 피해 러시아로 이주한 것을 시작으로 한인들의 수는 점차 늘어났고, 이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중심지에 `한인촌` 혹은 `개척리`라 불리던 마을을 일궈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콜레라 창궐을 기회로 한인들을 시 외곽으로 강제 이주시켰으며, 이에 새로 만들어진 마을을 `신개척리` 또는 새로운 한인촌이라는 의미의 `신한촌`으로 불렀다. 이곳은 스탈린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정책 직전까지 해외 독립 운동가들의 주요 활동 근거지가 됐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방치되다 1999년 8월 한민족 연구소에서 3·1 독립선언 80주년을 맞아 `신한촌 기념비`를 건립하며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는 세 개의 큰 비석이 우뚝 솟아 있고 8개의 작은 비석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가운데 위치한 가장 큰 비석은 남한의 한민족을 상징하며 좌우로는 북한과 재외 동포, 주변의 8개 비석들은 조선 8도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후 답사단은 독수리 전망대를 거쳐 고려사범대학과 한민대학교를 찾아 이동했다. 그러나 그곳은 현재 터만 남아 있어 버스로 이동하며 잠깐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다음은 블라디보스토크과 우수리스크 사이에 위치한 라즈돌리예 역사에 도착했다. 스탈린의 소수민족 탄압 정책으로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던 당시의 시발역이다. 1937년 8월 강제이주가 시작돼 17만 명 이상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의 황무지, 혹한과 불모의 땅으로 강제 이주됐으며, 열악한 객실 환경과 부족한 식량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 간에 희생됐고 이주 다음해 7000여 명 사망, 그 다음해 4800여 명 사망 등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고 1993년 4월 고려인 명예회복법안이 채택됐으며 옐친 정부의 공식 사과 발표가 이어졌다. 이후 3만 명 이상의 많은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귀환했다.

또 극동 고려인 1만여 명이 거주하는 우수리스크로 이동, 고려인 문화센터와 최재형 선생 거주지를 탐방했다. 독립운동가 최재형은 안중근 의거의 숨은 공로자이자 시베리아 항일운동의 대부로서 실천적 항일 기업가였다. 노비와 기생의 아들로 태어나 러시아 상선의 선원 생활과 무역업을 통해 부를 축적했으나 부를 자신의 것이 아닌 조국을 위한 것으로 여긴 그는 각종 교육사업과 언론활동을 비롯해 고려인들의 생계지원 및 의병활동 등 다양한 항일활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1920년 러시아 내 일본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연해주에 침입한 시베리아 출병 일본군의 총격으로 그토록 염원하던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랜 시간 그와 안중근 의사와의 관계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소 행했던 희생마저 감출 수는 없었으며 그의 딸이었던 최올가의 자서전, `나의 삶`을 통해 오늘날에야 그의 공로가 조금씩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또 우수리스크 수이푼 강가에는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 유허지와 발해 성터가 위치해 있다. 왜 이런 곳에 있을까 의문이 들 만큼 도심과는 동떨어진 외곽 지역, 해마다 8월이면 홍수로 인해 강이 범람하고 오늘도 불어난 강물에 길이 막혀 근처에서 맴돌다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일제강점기 타향에서 철저히 무시 받은 우리 민족, 그러나 지금도 외면 받는 우리 역사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바롭스크와 만나다= 모든 것이 경직된 사회주의 국가에 차가운 동토의 땅. 그러나 하바롭스크에서 만난 러시아는 푸르고 따뜻한 여유의 땅이었다. 어딜 가나 청록빛이 가득한 이 도시에는 공원이 참 많다. 매주 토요일은 각 학교별로 자율 활동을 진행하며 이에 따라 학교 근처 공원이나 박물관 등에서 자유롭게 수업이 이뤄진다. 이 때문인지 도시 안에는 공원과 박물관, 성당, 극장 등이 즐비하다. 일요일이면 사람으로 가득한 레닌 광장을 거쳐 아름다운 아모르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성모승천교회를 뒤로 하고 찾은 무명용사의 묘비와 연원의 불, 죽음의 계곡 등을 지나며 사회주의 혁명의 영광과 상처의 역사들이 우리와 무슨 상관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곳은 독립 운동가이자 여성 운동가 김알렉산드라와 카프 문학의 선구자 조명희가 처형된 장소로 우리 민족의 아픔 또한 간직하고 있었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노력했으나 타국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러시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으나 한국에서는 이미 잊힌 이름, 이는 분단의 또 다른 아픔이자 여전히 지속되는 슬픔일 것이다.

◇연해주, 한인 독립 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다= 3박 4일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분임별 토의 발표 활동을 통해 그동안의 탐방 활동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솔단장인 시교육청 임창수 교육국장은 "과거의 역사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현재에 그 가치를 받아들이고 미래로 계승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 활동의 과정이 단지 배우고 느낀 점에서 그치지 않고 각자의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또 호수돈여자고등학교 윤정인 학생은 "일제강점기의 역사와 분단의 현실 모두 외세의 침략과 민족의 분열 때문에 발생했으며, 분열된 민족을 통합하고 일으키려던 독립 운동가들의 강한 민족의식과 의지를 오늘날 우리가 본받아야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기에 분임 학생들과 함께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암송하고 `백마 타고 오는 초인`과 같이 남북한의 통일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의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한밭고등학교 박민영 학생은 현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선조들이 지키려던 조국의 모습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통합된 대한민국일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역사 탐방 활동을 통해 각자가 느낀 바를 현재의 삶 속에서 적용해 내려는 모습들이 돋보였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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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단이 고려인 문화센터 내 안중근 의사 추모비에서 묵념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대전시교육청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단이 고려인 문화센터 내 안중근 의사 추모비에서 묵념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대전시교육청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단이 라즈돌리예 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대전시교육청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단이 라즈돌리예 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대전시교육청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단이 신한촌 기념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대전시교육청 국외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단이 신한촌 기념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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