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관세 강행·해저케이블 중단…다시 中 압박하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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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29. 오후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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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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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중국산 수입품
관세 5%P 높여 15% 부과

구글·페북·中업체 참여
LA~홍콩 해저광케이블
美, 안보 이유로 중단 검토

내달 무역협상 험로 예고


다음달 초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구조적 갈등 요인이 쌓여만 가고 있다.

미국은 9월 1일 중국을 상대로 기존 대비 5%포인트만큼 더 얹어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언급을 그대로 실행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미국 법무부는 양국을 잇는 해저 인터넷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자사가 제조하고 있는 스마트폰 '픽셀'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관세 전쟁이 가열되고 양국이 공통으로 추진했던 사업마저 중단되면서 미·중 간 냉각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관보 공지를 통해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일부 품목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예고했던 10%보다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9월 1일 0시 1분이다.

로이터통신은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헤드폰, 플랫 패널 TV, 신발류 등 총 1250억달러 규모"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랩톱(노트북) 등 나머지 품목에 대해선 12월 15일부터 15% 관세 부과가 예고돼 있다.

USTR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발표'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23일 중국이 추가로 750억달러 미국산 제품에 5%와 10% 관세를 9월 1일과 12월 15일로 나눠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했던 10% 관세를 15%로 높이겠다고 즉각 반격에 나선 바 있다.

양국은 관세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서부 로스앤젤레스와 홍콩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부설 사업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그리고 중국의 4대 통신사 닥터펑텔레콤미디어가 진행하고 있었다. 무려 1만2900㎞에 달하는 거리에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이 공사는 완성되면 양국 간 인터넷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디지털 교류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돼왔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9월 1일로 예고돼 있는 해저케이블 부설 허가 재승인 시점에 이 사업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안보 관련 데이터를 중국이 가져갈 우려가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전 세계 국제 인터넷 트래픽 중 99% 이상이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송된다"며 "양국 간 기술 교류는 아주 오랫동안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국 간 기술 교류는 이미 기초과학이나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의료 관련 공동연구조차 함께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가고 있다.

제조·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빼내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사랑하는 회사'라고 비난했던 구글도 자신의 스마트폰 픽셀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글이 옛 노키아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이를 픽셀폰 생산에 활용하기 위해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올해 말까지 베트남에 스마트폰 800만~1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이는 1년 전 베트남 생산량의 2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미·중 갈등의 결과물이 누적되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당초 미·중은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는데 현재까지 구체적 일정 등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역협상을 타결 짓자며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고, 류허 중국 부총리 역시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석상에서 무역협상을 조용하게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런 언급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밑에서 양자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화 일정조차 나오지 않았다.

한편 무역갈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국 내에서도 반발하는 움직임들이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프렌치 전미소매협회 수석부회장은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미래 계획을 짤 수가 없다"며 "지금 행정부의 접근은 효과가 없으며 관세를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은 답이 아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도지 소매업리더연합 COO는 "되돌릴 수 없게 피해가 번지기 전에 지금 이뤄지고 있는 무역전쟁을 끝내 달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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