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21' 파산 위기 왜? 접시 닦던 한인부부 성공,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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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30. 오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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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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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자금난에 파산신청 검토중…온라인쇼핑 시대 적응 못 해
매장 등 구조조정 불가피…오너家, 경영권은 유지할 전망]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 있는 '포에버 21' 매장. /사진=블룸버그
20대 젊은 부부가 함께 미국으로 가 수십년 뒤 수조원대 자산을 일군 성공신화가 막을 내릴 조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패스트패션 의류업체 '포에버21'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28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때 최신 패션을 빠르게 선보이며 세계가 주목하는 의류업체로 성장했지만,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재미교포 부부의 성공신화='영원한 21세를 위한 옷'이라는 뜻을 가진 포에버21은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이민 온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설립한 의류 회사다. 장씨 부부는 1984년 로스앤젤러스 피게로아 거리에 '패션 21'이라는 이름의 첫 의류판매장을 열었는데, 83㎡ 크기에 불과했던 이 작은 옷가게가 나중에 세계 40여 개 나라에서 8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미국의 5대 의류회사로 성장했다.

옷가게를 차리기 위해 주유소 종업원과 건물 경비원, 접시닦이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돈을 모아야 했을 정도로 가난했던 두 사람은 현재 자산 규모 수조원의 억만장자가 됐으며, 미주 한인 최초로 미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1995년 이전까지 캘리포니아를 벗어나지 못하던 포에버21도 미네소타주의 몰오브아메리카에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전국구 회사로 발돋움했으며, 이후 세계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포에버21은 아베크롬비앤드피치, 아메리칸어패럴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의류 회사로 성장한 이후에도 덩치 키우기에 주력한다. 백화점 체인인 머빈스와 고츠초크스 등이 문을 닫자 매장을 인수하고, 메이시스 백화점으로부터 LA의 본사 건물을 3800만달러(약 462억원)에 사들였다. 다른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품질'을 이유로 미국 생산 비중을 60% 이상으로 유지했다.

◇비대해진 몸집에 발목 잡힌 경영=영광은 짧았고 고통은 길었다. 포에버21일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내실이 부족했다.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최신 유행을 선도하지 못했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설상가상 매장 규모를 넓히는 등 많은 투자를 했는데,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수익률이 떨어졌다. 경영난에 재무구조도 약해져 갔다.

포에버21은 결국 지난 2월 메이시스로부터 샀던 본사 건물을 투자회사 블랙스톤에 다시 매각했다. 가격은 1억6600만달러(약 2000억원). LA타임스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없던 시절, 포에버21은 10대 소녀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유명인처럼 옷을 사 입을 수 있게 해주는 회사였다"면서 "지금은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개성 없는 옷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덩치 큰 기업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이제 포에버21의 파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단지 장 회장 일가가 파산 이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는 "아직 포에버21이 자금조달에 성공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장 회장 일가가 지배지분을 포기하지 않아 협상이 교착상태"라며 "설사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기존경영자관리인제도(DIP)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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