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閑담] 때아닌 한파에 마음은 딴 데 가 있는 뒤숭숭한 여의도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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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가가 때 아닌 ‘홈커밍’ 행사로 바쁘다고 합니다. 홈커밍이란 같은 학교를 다닌 동창생들끼리 한 데 모여 근황을 묻고 친목을 다지는 것을 말하는데요, 증권가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치며 입사 동기들끼리 모여 이런 자리를 갖는 일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D증권사는 최근 입사 동기들끼리 몇 년만에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합니다. 입사 동기라 해도 십년 넘게 회사에 다니다 보면 일년에 한 번 얼굴을 보기도 힘든데, 희망퇴직을 구실로 잊고 지냈던 동기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죠.

이들은 모여서 단순히 ‘사는 얘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주로 퇴직 후 진로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고 합니다. 돈은 어떻게 모을 지,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아예 전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의논한다고 하네요.

대부분 기혼자인 여성 증권인들 사이에서는 육아와 관련된 정보도 오갑니다. D증권사에서 이번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여사원 중 대부분은 이미 육아 휴직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 업계의 업황이 어려워 퇴직이나 전직을 고려하며 육아 휴직을 신청해 쉬던 중, 때마침 희망퇴직 공고가 나자 퇴사를 결심한 것이죠.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증권사로는 D사 외에도 합병을 결정한 N사와 W사, 대기업 계열 S사 등이 있습니다. 특히 W사에서는 전체 직원 중 14%에 해당하는 412명이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입사 동기가 30명이라면, 이 중 평균 4명 이상이 퇴사하는 셈입니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감원 바람 때문에 잊고 살던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나 좋은 점도 있다고 말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들 너무 바빠 어떻게 사는 지도 모르고 지냈는데, 희망퇴직을 구실로 몇 년만에 만나니 마치 고등학교 동창회를 하듯 반갑고 좋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회사를 떠나기로 한 동기들을 만나 얘길 나누다보니, 회사에 남기로 한 일부 직원들도 살짝 동요하는 분위기라고 이 관계자는 말합니다. 그는 “안 그래도 업계가 워낙 좋지 않아 회사를 언제 나가게 될 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다른 회사나 업계에 대한 정보를 들으니 귀가 솔깃해지는 건 사실”이라며 “증권 업계에 불어닥친 칼바람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나, 마음 한켠은 씁쓸하다”고 전했습니다.

[노자운 기자 noj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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