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유현준 "비싼 아파트값, 100년 전 기술로 만들었기 때문…건축기술 혁신 시 가치 달라질 것“

김새봄

tbs3@naver.com

2019-08-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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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
  • *내용 인용시 tbs <색다른 시선, 김지윤입니다>와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유현준 "비싼 아파트값, 100년 전 기술로 만들었기 때문‥건축기술 혁신 시 가치 달라질 것“

    ● 방송 : 2019. 8. 30. (금) 18:18~20:00 (FM 95.1)
    ● 진행 : 김지윤 박사
    ● 대담 :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 건축=권력, 인류 역사의 초기 건축 특징
    - 초고층 빌딩, 대치 상황일 때 들어서... 자타공인 1등은 안 짓는다
    - 획일화된 아파트, 집에 대한 가치판단 기준으로 집값만 남게 돼
    - 다양성을 키운 건축과 장소가 늘어나야
    - 과거엔 일부만 지주, 철근 콘크리트.엘리베이터 기술로 모든 사람이 지주될 수 있어
    - 비싼 아파트값, 건축 기술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
    - 3D프린터 등 새로운 기술혁신 등장할 경우, 공간 의미와 가치 달라질 것
    - 도시 속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 미국 맨하탄 벤치 170여 개 vs 서울 가로수길 벤치 3개
    - 공공 시설(공원, 도서관 등), 사이즈보다 분포에 집중해야

    ▶ 김지윤 : 높은 곳에 올라 빽빽하게 늘어선 아파트 그리고 건물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이라는 것이 피곤한 하루를 녹이는 공간인데, 이제는 하나의 재산이 되었구나. 나아가서 건물이 권력이자 화폐가 되어버렸다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건축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가지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건축을 인문학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게 해 준 분이죠.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 유현준 : 네. 안녕하세요.

    ▶ 김지윤 : 네. 지금 권력이다, 화폐다라는 얘기, 재산가치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유현준 : 둘 다 동의하고요. 그런데 권력이라는 건 사실 인류역사 초기부터 있었던 건축의 특징 중에 하나고요. 화폐 성향을 띠는 건 대한민국에서만 좀 특별히 보이는 성향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지윤 : 사실 예전에 전제군주의 어떤 권위를,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큰 궁전을 짓는다든지 교회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서 정말 거대한 성당을 짓는다든지 이런 건 굉장히 많았잖아요. 그래서 보여주기를 위한 것이 사실 건축의 하나의 목적이기도 했는데, 화폐가 된 것은 조금 최근인 것 같아요.

    ▷ 유현준 : 그건 우리나라의 모든 아파트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화폐라고 하는 건 서울에 쓰는 돈이나 대구에 쓰는 거나 광주에 쓰는 거나 다 사실 똑같은 5만 원짜리 지폐잖아요. 그러기 때문에 서로 물물교환이 가능한 똑같은 가치를 가지게 되는 건데, 아파트가 우리나라는 다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거의 3베이 아파트, 몇 개 안 되는 유형이에요. 다 비슷하게 생기니까 똑같아지면서 이게 화폐의 기능을 가지는 거예요. 황금성이 뛰어나지고, 내가 여기서 팔았을 때 돈으로 바꿨다가 다른 데 가서 또 비슷한 걸 살 수가 있고, 물물교환이 가능한 어떤 단위가 되어버린 거죠.

    ▶ 김지윤 : 그건 되게 흥미로운데요? 단순히 그냥 화폐다 해 가지고 재산가치뿐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화폐가 가지는 어떤 어디에서나 통용이 되는 똑같은,

    ▷ 유현준 : 네. 똑같은 모양이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를 가지는 거죠.

    ▶ 김지윤 : 그렇군요.

    ▷ 유현준 : 만약에 모양이 달랐다면 사실 사람마다 다 다른 가치를 매길 수 있기 때문에 조금 특별한 개성을 가질 수 있는데, 우리는 약간 독특한, 다 똑같은 획일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봅니다.

    ▶ 김지윤 : 그렇군요. 요새 아파트들 굉장히 높게 짓잖아요. 막 옛날에는 저 어릴 때는 10층 살면 높다, 이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몇 십 층씩 초고층으로 짓잖아요. 이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조금 저는 무서워요, 사실 그런 데 올라가는 건.

    ▷ 유현준 : 저는 한 나라라면 다양성은 있어야 된다고 봐요. 높은 건물이 있는 지역도 있고, 낮은 건물로 지어지는 지역도 있어야 될 것 같고요. 그러니까 단순하게 높은 건 나쁘고, 낮은 게 좋다. 혹은 그 반대로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주변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서 다양성이 만들어지는 게 좋고, 심지어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저층형 세대와 고층형이 나눠져 있게끔 차별화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김지윤 : 두바이 같은 데도 높은 데 막 있고, 그런데 이런 예전에 제가 프로그램 하셨던 것 중에 그 부분이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어떤 기업들의 건물들을 봤더니 그 건물들의 높이와 그리고 시총을 비교를 해봤더니 그게 맞아떨어지더라. 더 높은 건물을 짓는 기업의 시총이 더 크더라라는 말씀을 하셨단 말이에요. 결국에 그것도 높은 건물을 더 지어간 것, 10층보다 20층, 30층, 40층을 짓는 것이 뭔가 좀 나타내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 유현준 : 그렇죠. 그러니까 제가 거기서 얘기했던 건 높은 데에다 물건을 올려놓는 건 힘이 들어가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위치에너지를 가지는 거거든요, 그게. 그렇게 높은 위치에너지 값을 가지려면 운동에너지를 써야 되는 거예요. 사람이 엄청나게 노동을 해야지만 올리는 거죠. 과거에 고인돌 같은 걸 지을 때에도 높은 바위를 한 3m 높이에 올린 것도 권력자만이 돈을 써서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마찬가지로 보면 그걸 물리적으로 위치에너지를 계산할 수가 있잖아요, 높이 곱하기 질량, 뭐 이런 식으로. 그래서 그 합을 구해보면 결국에는 높고, 특히 상층부에 덩어리가 큰 건물을 지을수록 권력이 많은 사람들의 특징이 보입니다. 과시욕이 센 거죠, 사실은.

    ▶ 김지윤 : 그렇군요. 그게 이제 우리나라 건물만 그럴 것 같지는 않거든요.

    ▷ 유현준 : 네. 그건 전 세계적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의 어떤 특징입니다.

    ▶ 김지윤 : 외국 같은 경우도 그러니까 예를 들면 고층빌딩을 지을 때 우리가 저 나라보다 더 국력이 세, 이런 걸 보여주기 위해서 짓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 유현준 : 저희도 사실은 그랬죠. 예전에 남북관계가 대치되어 있을 때, 지금도 대치상태지만 첨예하게 경쟁할 때 63빌딩, 평양에다 100층 넘는 것 짓고, 대만하고 중국도 경쟁을 할 때 대만이 100층 넘는 타이페이101을 지었더니 중국 사람들이 더 높은 건물을 짓고,

    ▶ 김지윤 : 그런가요?

    ▷ 유현준 : 네. 미국 같은 경우가 재미있어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지었는데, 사실은 그때는 유럽에 대해서 열등감이 있어 가지고, 많이 지은 거거든요, 높은 건물을.

    ▶ 김지윤 : 그런가요? 그건 몰랐는데요.

    ▷ 유현준 : 그러다가 이 사람들이 계속 높은 건물을 짓다가 한 70년대에서는 소련하고 경쟁이 있었잖아요. 냉소, 냉전시대였기 때문에, 그래서 그때 건물을 되게 높은 걸 많이 짓습니다. 그러다가 1991년도에 소련이 붕괴한 다음부터는 고층건물을 안 지어요. 그 이후에 지어진 초고층 건물이 없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하다가 지금은 오히려 높은 건물들은 중국이나 두바이나 이런 데 많이 지어지죠.

    ▶ 김지윤 : 새로 막 떠오르는 그런,

    ▷ 유현준 : 약간 열등감이 있는 그런 사람들이 지어요.

    ▶ 김지윤 : 굉장히 재미있는 얘기인데요, 이건. 그렇군요.

    ▷ 유현준 : 자타가 공인하는 1등은 안 짓습니다. 우리나라도 넘버 원 매출액 기업인 S기업 같은 경우에는 초고층 건물을 안 짓잖아요.

    ▶ 김지윤 : 그렇네요, 그러고 보니까. 미국 같은 경우 지금 소련 붕괴되고 난 다음에 자타가 공인하는 패권국이니까 굳이 내가 높은 것 안 지어도 누구나 다 내가 1등인 거 알아, 뭐 이런 거군요?

    ▷ 유현준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 김지윤 : 굉장히 재미있네요. 색다른 시선 김지윤입니다. 지금 보이는 라디오로도 함께 하실 수 있고요. 유튜브에서 tbs fm 검색하시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건축계의 아이돌로 불리시는 유현준 교수 스튜디오에 나와 계시니까 많이들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제가 그렇게 말하니까 유현준 교수님께서 무슨 그런 말을, 굉장히 민망해하고 계시는데, 아까도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아파트 얘기를 하셨단 말이에요. 정말 우리나라 획일화된 아파트, 보시면 사실 건축을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좀 답답하실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고쳤으면 좋겠다, 이런 것 있으신지?

    ▷ 유현준 : 그러니까 저는 제가 우려하는 바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해요. 그게 미학적인 관점을 떠나서 모든 집들이 다 똑같아지면요, 상대방 집이나 내 집이나 모양이 똑같으니까 그다음에 나의 집의 가치판단의 기준이 집값밖에 안 남게 돼요.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모든 것들이 라이프 스타일이든 집이든 이런 게 획일화가 점점 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가치체계는 자꾸 정량화 되게 되어 있어요. 그게 더 심각한 거죠. 사실은 집값, 성적, 연봉, 키, 체중, 이런 걸 갖고서 사람을 평가하고, 줄을 세우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우리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건축과 이런 것들이 다 획일화되어 있다는데 문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원인을.

    ▶ 김지윤 : 집이 하나의 캐릭터, 자신의 캐릭터,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걸 보여줄 수 있지 못 하니까, 다 똑같이 생겼으니까 결국에 판단할 수 있는, 뭔가 나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은 결국에는 집값밖에 안 남는다.

    ▷ 유현준 :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 김지윤 : 그렇군요. 굉장히 흥미로운 말씀인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고쳐야 될까요?

    ▷ 유현준 : 다양성을 키워야죠. 그러니까 내 친구가 40억짜리 타워펠리스에 살아도 나는 작지만 빗소리 들을 수 있는 마당 있는 우리집이 훨씬 더 낫다. 내지는 테라스가 넓어서 나는 화분을 놓을 수 있는 우리집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이런 각각의 다양성들이 보여지는 집들이 많아질수록 나만의 가치가 생기는 거죠.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 김지윤 : 그런데 요새 젊은 세대들 보면 그래도 그런 데를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테라스형 아파트라든지 조금 약간 외곽으로 나가 가지고 마당이 있는 집을 찾는 친구들도 있고, 그런데 또 아시다시피 자녀가 생기고 그러면 학교 따라간다, 이래 가지고서 자꾸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자꾸 들어오게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 청취자분들 문자 메시지도 보내주시는데요. 7007님, 지금 서울 아파트값이 너무 너무 비싸네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월급쟁이 돈 모아 집 사기 너무 힘들어요.

    ▷ 유현준 : 그렇죠. 그게 저는 사실은 이제 건축에서 약간 기술혁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요. 대한민국 사회가 사실은 엄청나게 사회가 바뀔 수 있었던 건 70년대에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냐면 허공에 빈 공간에다가 건물을 지어서 사실은 그 부동산을 만든 거예요. 없던 부동산 재화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그걸 사면 중산층이 되는 그런 케이스라고 볼 수 있어요. 모든 조선시대 때는 과거의 사람들은 일부 사람만 지주였다가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지주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죠. 그런데 그게 가능했던 건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라는 기술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래요. 그러니까 그것 덕분에 많이 지을 수 있는 건데, 사실상 철근 콘크리트나 엘리베이터는 100년도 넘은 기술이에요. 그 새로운 기술을 갖고서 한 번 써먹은 거죠, 저희가. 그다음부터는 기술혁신이 없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집값이 올라가고, 사실 지금의 이 문제는 일단 다양성을 키움으로써 해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요. 두 번째는 한 번의 기술혁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게 자율주행자동차든 아니면 3D프린터든 이런 엄청난 기술혁신이 나옴으로 인해서 공간의 의미가 바뀌고, 건축을 짓는 방식도 바뀌게 되면 지금 우려하시는 부분들이 다 해소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 김지윤 : 조금 어려운 얘기 같긴 한데요. 기술혁신이 큰 게 있으면 단순히 집을 바꾸고, 건축기술 바꾸는 게 아니라 생활 전반의 어떤 변화가 생긴다는 거죠?

    ▷ 유현준 : 예를 들어서 3D프린터로 만약에 집을 짓는 케이스, 지금 1층짜리는 성공을 했거든요. 그러면 집을 짓는데 하루 만에 짓고요. 한 채 짓는데 400만 원밖에 안 들어요. 엄청나게 가격 혁신과 그다음에 속도의 혁신인 거죠. 또 하나 만약에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가 된다. 그러면 도심 속에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던 많은 공간들이 비게 돼요. 도로도 빌 거고, 차 숫자가 줄거든요. 자율주행자동차가 되면 사람들이 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게 되면서 절반 가까이 줄어들 거라고 봐요.

    ▶ 김지윤 : 우리가 말하는 공유경제 같은 것,

    ▷ 유현준 : 그러면 도로도 반만 있어도 되고요. 주차장도 거의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되고, 그럼 그 공간들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 거고, 자율주행차가 되면 내가 출퇴근하는 시간이 좀 길더라도 그 안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외곽으로 나갈 수도 있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공간의 의미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지윤 : 지금 집 얘기가 나오니까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문자를 보내주십니다. 즐거운 인생님, S사는 짓고 싶었는데, 건설 쪽은 약해서가 아닐까요라고 반 농담처럼 보내주셨고, 또 7737님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공산국가에나 있을 법하게 너무 너무 거대해서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아요라고 말씀하셨고요. 좀 매력이 없기는 해요, 약간 건물이 제가 봐도. 그리고 6200님, 집이란 단지 보금자리라기보다는 좋은 학교, 상권, 교통, 조망권을 보고 가치를 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 맞는 말씀이시죠, 사실은. 집이 그 안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사실은 굉장히 많은 자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보고 우리가 고를 수밖에는 없는데, 지금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집 얘기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좀 제가 그거 하나 여쭤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건축물 하나가 달라지는 것보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면서 이게 달라질 것이고, 그리고 어떻게 보면 도시정책, 전부 다 같이 생각이 되어야 되는 거잖아요. 여러 가지 얘기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도시정책, 해외랑 비교했을 때 어떻게 변화해야 되는가, 그런 부분 조금 짚어주시겠어요?

    ▷ 유현준 : 저는 이 도시 속에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지윤 : 공짜로?

    ▷ 유현준 : 네. 우리 사회의 문제점 중에 하나가 아침에 여러분이 집을 나오시면 현관문 열고 나온 다음에 만나는 모든 공간들은 다 움직여야 되는 공간이에요. 인도를 걷던지 차를 타고 이동을 하던지 어디 가서 앉을 데가 없잖아요. 앉으려면 돈을 내고 카페에 들어가야 됩니다.

    ▶ 김지윤 : 네. 맞아요.

    ▷ 유현준 :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죠. 누구는 돈 많은 사람들은 5천 원 내고 스타벅스를 가고, 누구는 1,500원 내고 백다방을 가요. 그러니까 이 도시는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다 돈을 내야 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돈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한 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없는 그런 도시가 돼요.

    ▶ 김지윤 : 일종의 약간 세그리게이션이라고 해야 되나요? 분리하는 효과가 생기네요.

    ▷ 유현준 : 분리가 되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같은 도시 안에 10년, 20년을 살아도 공통의 추억이 거의 안 만들어지는 도시죠. 그런데 그게 맨하탄 같은 경우에 곳곳에 공원들이 있고, 길거리에 벤치도 많아요. 저는 어느 사회가 얼마나 건전한지는 뭘 보고 판단 내리냐면 단위면적당 벤치의 숫자가 몇 개냐? 이걸 세보거든요. 그러니까 맨하탄은 브로드웨이에 한 950m 길이에 벤치가 170개 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같은 길이의 신사동 가로수길에 벤치가 3개밖에 없어요.

    ▶ 김지윤 : 그렇게밖에 없나요?

    ▷ 유현준 : 네. 그러니까 다 돈 내고 들어가서 앉을 데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맨하탄에 있는 사람들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사실 거의 비슷한 공통의 추억이 한 50%는 있는 거예요.

    ▶ 김지윤 : 벤치에 앉아있고, 샌트럴파크를 가고,

    ▷ 유현준 : 그렇죠. 그리고 그런 것들이 되게 걸어갈 만한 거리에 다 있어요. 맨하탄 같은 경우는 공원들이 평균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공원을 보면요, 1㎞ 간격으로 되어 있어요. 걸어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13분 걸립니다. 서울에 그 정도 유명한 공원들은 걸어서 1시간 걸리는 거리에요. 4㎞마다 하나씩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은 만 평짜리 공원을 하나를 짓는 것보다는 천 평짜리 공원을 10개를 짓는 게 낫고요. 100만 권이 들어가는 도서관 하나를 짓는 것보다는 만 권이 있는 도서관을 100개쯤 짓는 게 훨씬 낫다, 이렇게 볼 수 있죠.

    ▶ 김지윤 : 그런데 또 우리는 이렇게 큰 거 좋아하잖아요.

    ▷ 유현준 : 그러니까요. 사이즈보다는 분포에 집중하셔야 됩니다. 그걸 잘 나눴을 때 그런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르면서 나 말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사회가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소통을 SNS를 통해서 하는 게 많기 때문에 그래요. SNS에 집중한 소통들은 끼리끼리의 소통만 늘리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점점 없어지는 사회가 되는 거죠. 딱 양쪽으로 나눠지고, 그래서 그런 현실적으로 이 도시 속에 그런 공짜로 머무르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끼리 융합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지윤 : 굉장히 흥미롭고 좋은 말씀 같아요. 그러니까는 이게 우리가 같은 도시 안에 살고 있지만 모두가 만날 기회는 사실 없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만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그런 공공이 누릴 수 있는 공공장소, 공원이라든지 벤치라든지 그런 것을 통해서 어떤 서로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 유현준 : 그렇죠. 일단은 그래야지 뭔가 얘기가 통할 거리가 생기잖아요.

    ▶ 김지윤 : 그게 또 이제 공동체의식을 사실은 길러줄 수도 있는 거고요. 굉장히 흥미로운 말씀 오늘 많이 들었는데, 마지막으로 청취자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4821님이 보내주셨어요. 어떤 길은 지루한 줄 모르고 걷는데, 어떤 길은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요. 왜 그런 건가요?

    ▷ 유현준 : 그건 저의 가설은 가게 입구의 숫자와 상관이 있다 생각을 합니다.

    ▶ 김지윤 : 가게 입구 숫자?

    ▷ 유현준 : 네. 저희가 테헤란로길 같은 경우는 별로 데이트 할 때 안 걷게 되고요. 명동이나 가로수길 같은 데는 주로 걷죠, 홍대 앞 같은 데. 제가 가게 입구의 숫자랑 상관이 있는 것 같다 생각을 해서 공식을 하나 만들었어요. 이벤트 밀도라고, 100m당 가게 입구의 숫자가 몇 개냐, 이걸 세는 건데, 세보니까 걷고 싶은 거리라고 말하는 데는 100m를 걷는 동안에 선택 가능한 가게의 입구가 30개 이상이에요. 그것보다 적으면 별로 안 걷고 싶은 거리가 돼요. 그러니까 그만큼 이건 선택권이 많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마치 케이블채널 많은 그런 방송을 우리가 더 선택하는 것처럼 그런 선택권이 나에게 주어지는 거죠. 그리고 풍경이 계속 바뀌잖아요.

    ▶ 김지윤 : 그렇죠.

    ▷ 유현준 : 그것도 재미난 거죠. 예를 들어서 채널 100개 되는 케이블방송도 사실 재미없기는 똑같거든요. 볼 것 하나도 없어요. 저는 집에 가면 계속 채널을 돌립니다. 재미있는 것 없나. 저 같이 텔레비전 많은 보는 사람들은 채널을 꾸준히 돌리면 어느 순간 재미있어져요. 계속 바뀌는 채널을 보는 재미로, 드라마 채널이 한 10개쯤 붙어있으면 계속 돌리면 대사가 섞여서 막 새로운 스토리도 만들어지고 그러거든요. 우리가 걷다 보면요, 홍대 앞 같은 데는 2.5초당 한 번 채널이 바뀌는 TV와 비슷해요, 시속 4㎞로 걷는. 테헤란로는 11초당 한 번 바뀌는 텔레비,

    ▶ 김지윤 : 굉장히 크고, 건물들이 이러니까.

    ▷ 유현준 : 네. 스케일도 휴먼스케일이 아니고, 띄엄띄엄 변화가 있고, 나에게 선택권이 별로 없고, 그런 것들이 차이를 갖고 온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지윤 : 네. 지금 너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지금 다 해드릴 수는 없고, 어쨌든 답변을 조금 드린 것 같습니다. 캐릭터가 많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곳에서 우리가 훨씬 더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덜 지루하게 걷는다는 말씀이시고, 지금 한국인62님, 부동산 정책 얘기를 하십니다. 아직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미리 돈 내고 사라는 나라, 대한민국이 유일하죠. 김유정님, 너무 귀한 생각에 감명 받았어요. 그리고 시계풀꽃님, 맞는 말씀이세요. 아파트 없던 시골에서 살던 시절, 온 동네가 가족이었죠라는 말씀 주셨습니다. 정말로 마지막 질문이에요. 시간이 없어 가지고 이것만 질문 드릴게요. 내가 지었지만 여긴 정말 기가 막히니까 꼭 가봐라 하는 건물 어딘가요? 제가 주말에 가보려고 그러는데요.

    ▷ 유현준 : 제가 지었다고요?

    ▶ 김지윤 : 네.

    ▷ 유현준 : 가기 힘드신 거제도에 있는 머그학동이라는 카페와 팬션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 김지윤 : 거제도에 있는,

    ▷ 유현준 : 머그학동.

    ▶ 김지윤 : 머그학동. 청취자분들 들으셨죠? 거제도에 있는 머그학동이라고 합니다. 유현준 교수님 정말 자랑할 만하다라는 곳이니까 가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정말 귀한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현준 : 감사합니다.

    ▶ 김지윤 : 지금까지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교 교수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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