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김보라 감독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아픈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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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31. 오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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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기억에서 호출한 94년, 그리고 성수대교
90년대, 선진국 되고자 돌진하던 한국의 열망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IMF로 이어진 붕괴와 단절
어떻게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메시지 담아
수상과 관객들의 공감, 지금도 다르지 않다는 뜻
주인공 은희가 가진 폭발적 감정과 삶의 경험들
벌새의 빠른 날개짓이 가진 아름다움과 닮아있어
여성의 눈으로 본 역사, 전쟁, SF 만들어보고파

[CBS 시사자키 제작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8월 30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보라 (영화 벌새 감독)

* 영화 <벌새>의 내용이 포함돼있습니다.


◇ 정관용> 개봉하기 전부터 세계영화제에서 아주 많은 사랑을 받은 한국 영화 한 편이 있어요. 어제 개봉을 했습니다. 제목이 벌새. 포스터 문구에 나는 이 세계가 궁금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끄는데요. 대한민국 1994년을 사는 중학교 2학년 한 소녀의 일상을 담은 영화, 벌새. 왜 제목은 벌새일까. 왜 94년일까. 또 왜 서울 대치동일까, 왜 중학교 2학년 소녀일까. 궁금증이 참 많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김보라 감독 스튜디오에 초대했어요. 어서 오십시오.

◆ 김보라> 안녕하세요.

◇ 정관용> 첫 장편영화라고요? 우선 축하합니다.

◆ 김보라> 감사합니다.

◇ 정관용>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25개 탔다고요? 무슨무슨 상을 탄 거예요?

◆ 김보라> 일단 베를린영화제 제러네이션14+대상이랑요.

◇ 정관용> 제러네이션 14+ 대상, 무슨 상이에요?

◆ 김보라> 그건 제너레이션 섹션은 성장영화를 주로 트는 섹션이에요. 섹션마다 다 특징이 있는데요. 거기서 대상을 탔고.

◇ 정관용> 베를린영화제에서 성장영화 다룬 것 중에 대상이다. 그리고요.

◆ 김보라> 그리고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 정관용> 그건 어느 나라에 있는 영화제예요?

◆ 김보라> 미국 뉴욕에 있는 트라이베카영화제이고요. 미국에서 선댄스 영화제와 양대 산맥 같은 그런 영화제입니다.

◇ 정관용> 또, 또요?

◆ 김보라> 트라이베카에서 3개의 상을 탔어요. 최우수작품상이랑 연기상 그리고 촬영상을 탔고요. 또 그리고 이스탄불영화제에서도 국제경쟁대상을 탔고 부산영화제에서도 관객상을 타고 너무 많아서. (웃음)

◇ 정관용> 부산영화제 관객상까지.

◆ 김보라> 관객상이랑 넷팩상도 타고. 그리고 최근에 예루살렘영화제에서도 데뷔상을 탔습니다.

◇ 정관용> 아주 어렵고 딱딱한 고리타분한 예술영화들. 그 예술영화들만 모여서 하는 영화제 거기서 상 많이 탄, 이런 게 아니네요.

◆ 김보라> 아무래도 영화제라는 것은 작품성을 중시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거기서도 작품성도 있고 영화 참 재미있고 따라가기 좋다, 감정적으로 동화되기 좋다는 얘기를 해 주셨어요.

◇ 정관용> 이렇게 어마어마한 상을 타리라고 예상하셨어요?

◆ 김보라> 일단은 영화를 완성하는데까지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사실 부산에서 프리미어하기 전까지는 그것을 끝내는 데에만 주력을 했었어요.

◇ 정관용> 몇 년 걸렸어요, 영화?

◆ 김보라> 영화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는 한 2년 정도 걸렸고요. 그런데 이제 시나리오라든가 혼자서 준비하는 단계의 기간들이 좀 많이 걸렸었어요.

◇ 정관용> 시나리오를 직접 쓰셨죠?

◆ 김보라> 시나리오 직접 썼었어요.

◇ 정관용> 자료를 보니까 시나리오를 완성한 건 한 6~7년 전?

◆ 김보라> 2013년에 시나리오 초고가 나왔었어요.

◇ 정관용> 2013년. 자, 궁금증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왜 1994년입니까?

◆ 김보라> 일단 이게 제가 성장했던 그 시기의 기억들의 어떤 부분부분들이 들어가 있는 영화예요. 그리고 제가 느꼈던 유년시절에 느꼈던 그런 감정들의 반영이 분명히 되어 있는 영화고요. 물론 나중에 수정과 그런 단계들을 거치면서 허구의 극 내러티브 영화가 되었지만 그 시절들을 조금 소환해내고 싶었어요. 중학교 시절에 제가 느꼈던 감정들, 부당하다고 느꼈던 부분들 그리고 제가 바라봤던 사회 이런 것들을 영화 속에 담아내고 싶었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또 이 영화 안에서 성수대교 사건이 배경으로 나오는데요. 은희라는 주인공의 어떤 1년 동안에 일어나는 서사와 그리고 성수대교 사건이 일어났던 해 그 시대의 공기 같은 것을 담아보고 싶어서 94년으로 했습니다.

◇ 정관용> 본인이 1994년에 중학생이었어요?

◆ 김보라> 네.

◇ 정관용> 딱 그 나이 중학교 2학년?

◆ 김보라> 저는 94년에는 중학교 1학년이었어요.

◇ 정관용>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가 본인의 머릿속에도 큰 사건으로 기억이 나는군요.

◆ 김보라> 저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모두에게는 공동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했습니다.

◇ 정관용> 모두가 그렇죠. 강남 대치동에 살았어요?

◆ 김보라> 그런 부분들이 제가 실제 경험 중 녹여낸 부분인데요. 저 역시 대치동에 살았고 부모님께서 방앗간 운영을 하셨었어요.

◇ 정관용> 떡집. 그리고 성수대교를 매일매일 지나다니면서 강북으로 통학을 하는 이런 얘기도 나오잖아요.

◆ 김보라> 극중에 은희 언니인 수희가 그런 설정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래서 실제로 성수대교 무너질 때 그렇게 강북으로 통학하던 많은 학생들이 희생됐죠.

◆ 김보라> 네.

영화 <벌새> 포스터

◇ 정관용> 그다음 왜 벌새입니까?

◆ 김보라> 벌새는 세상에서 작은 새인데요. 그 작은 몸으로 아주 먼 거리를 꿀을 찾아서 날아다녀요. 그런데 벌새가 상징하는 것은 어떤 포기하지 않는 생명력 그리고 사랑, 희망 같은 것이에요. 그 작은 벌새가 1초에 한 80~90회 날갯짓을 한다고 하거든요. 실제로 그 영상을 어디인가 모르는 그런 아름다운 그런 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 벌새가 캐릭터 은희가 실제로 이 영화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좌절하지만 또 희망적으로 다시 일어서려고 하는 그 여정이, 벌새라는 제목하고 연관이 돼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해서.

◇ 정관용> 벌새라는 새를 혹시 직접 보셨어요?

◆ 김보라> 벌새는 한국에 없습니다.

◇ 정관용> 우리나라에 없다면서요. 그냥 영상으로만 보셨군요.

◆ 김보라> 네.

◇ 정관용> 저희들도 다 머릿속으로 떠오릅니다. 가만히 서 있는데 날갯짓은 어마어마한 벌이 웅웅하는 날개에서 소리가 나는 그 새죠.

◆ 김보라> 맞아요.

◇ 정관용> 이 주인공 중학교 2학년 은희가 조용히 있는 것 같지만 그렇게 어마어마한 뭔가가 있다. 이겁니까?

◆ 김보라> 네,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조용하고 작은 몸에서 그 안에 폭발적인 감정이라든가 그런 삶의 경험들을 하고 있는 것처럼 영화 속에서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 정관용>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담은 몇 개의 문장들,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는 보편적인 그러나 구체적인 영화. 또 이스탄불영화제에서는 한 편의 시처럼 섬세한 영화. 일상으로 시대를 경험하게 한다. 이런 용어들이 눈에 띄거든요. 일상으로 시대를 경험하게 한다. 어떠세요, 이 문장을 보고?

◆ 김보라> 제가 시나리오 쓸 때 가장 의도했던 바이기도 해서 그렇게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했었습니다.

◇ 정관용> 일상 속에서 시대를 보여주고 싶었다?

◆ 김보라> 네, 저는 그 사람들이 잘 주목하지 않는 14살 여자애 은희의 삶을 통해서 은희의 눈으로 우리 한국 사회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다시 한 번 똑같은 질문이. 왜 94년이냐가 다시 버전업해서 들어가는 겁니다. 본인의 중학교 시절이라 94년이다라고 했는데 그런데 2019년 대한민국에 1994년의 한국을 소환해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뭐죠, 그게?

◆ 김보라> 일단은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것에 좀 더 더한다면 이 영화에서는 성수대교 사건이 주된 하나의 사건으로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94년이었어야 했는데요. 이 영화 안에서 제가 94년 그리고 성수대교 사건을 다루고자 했던 것은 어떤 88서울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한국사회가 선진국이나 혹은 서구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그 열망으로부터 굉장히 빠르게 많은 것들을 짓고, 선진국이 되려고 하는 돌진 같은 걸 하고 있었던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우리에게 어떤 경종을 울리고 우리를 잠시 멈추게 했던, 잠시라기보다 아주 크나큰 충격을 줬던 사건이 성수대교 사건과 그다음 해에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나서 그 붕괴가 경제적인 붕괴인 IMF로 이어지는 90년대를 저는 그렇게 기억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다리의 물리적 붕괴라는 것은 제가 영화 안에서 은희라는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붕괴, 그리고 은희의 가족 안에서의 붕괴. 그리고 학교 안에서의 붕괴, 그리고 이 모든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붕괴되는 느낌, 그리고 단절감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대하는 그것들이 벌새에 묘사되어 있고.

벌새는 이 많은 사람들 그리고 사회의 그 어떤 심리적인 분야 단절이 어떻게 다리라는 물리적 붕괴와 연관되어 있는지 영화를 통해서 좀 조망을 해 보고 싶었고요. 결국에는 영화 엔딩에 가서는 우리가 어떻게 이 붕괴와 단절을 딛고 희망으로 나아가느냐라는 것이 저의 어떤 영화적 메시지였습니다.

◇ 정관용> 특히나 다리라고 하는 건 어디와 어디를 연결하는 거잖아요. 소통의 통로가 되는 거고. 그런데 그 다리가 무너졌다라고 하는 건 관계가 끊어졌다는 상징적 표현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는 은희의 수없이 많은 관계가 나와요. 친구도 있고 남자친구도 있고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고 부모도 있고 그런데 굉장히 폭력적이다가 또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다 금방 슬쩍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왠지 관계의 단절 같은 모습을 느끼게 해 주는,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이렇게 느꼈던 겁니까?

◆ 김보라> 그런 것들이 되게 만연해 있던 시기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90년대에는. 특히나 그 영화 속에서 교실에서는 선생님께서 서울대 가자고 아이들한테 제창을 시키거든요.

◇ 정관용> 그 전에는 A반, B반 해서 공부도 못하는 것들이 줄 똑바로 서라고 하고. 그런 상징들이 나오죠.

◆ 김보라>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가정 내에서도 가부장 질서 내에서 공부를 잘하는 오빠가 가장 권력의 우위에 있고 학교 안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에게 A반을 주고 그런 나뉘는 거. 분별하고 분리시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어떤 관계 안에까지 다 모두 영향을 주는 이런 것들이 저는 그 90년대를 제가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했었고. 지금 현재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인데요.

안타깝지만 저는 그런 것이 여전하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공감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비단 이것은 한국의 관객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었던 이유는 여전히 우리가 살면서 인간의 본질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도구화된 사회를 더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자유나 본질을 찾아서 그렇게 찾아나가는 여정을 하는 은희의 어떤 성장 영화에 공감을 해 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벌새> 스틸이미지

◇ 정관용> 또 원초적으로, 어떤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렇게 노래했듯이. 인간은 다 왠지 외로운 거 아닌가요.

◆ 김보라> 저는 그 외로움이라는 것이, 근원적인 어떤 본질이나 존재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외로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본질적인 것들은 저는 인간관계에서의 어떤 사랑이기도 하고요. 어떤 신이라든가 영적인 어떤 에너지와의 연결이라고도 저는 생각을 해요. 물론 이 영화 안에서 신, 영성 이런 것은 다루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떤 본질로서 연결이 있다면 우리들 사이에 혹은 내 내면 안에서 저는 그 외로움이 조금 연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물론 모두가 그런 걸 바라고 그런 걸 찾기 위해서 한 인생 자체가 그것을 찾는 여정이라고도 볼 수가 있을 텐데, 완벽한 그런 어떤 본질적인 사랑, 본질적인 영성 또 관계의 믿음, 이것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완벽하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냥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요. 특히 이 중학교의 시선에서 보면 누군가를 무척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다 배신당하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 어떻게 보셨어요?

◆ 김보라> 저는 은희가 만나는 그런 어떤 연애 이런 관계 같은 것들은 스쳐지나가는 풋사랑이라고 생각했고요. 그건 사실 사랑이라기보다는 아주 짧은 어떤 연애라고 생각을 하고요. 가장 저는 이상적인 관계로 그린 것이 은희와 영지 선생님과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거기에는 어떤 상호 간의 존중과 상대에 대한 배려 같은 것들이 있고, 아주 따뜻한 에너지가 감도는 느낌으로 연출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외로움으로 다시 얘기가 들어간다면 저는 그런데 그 외로움이 충족되는 것은 상대로부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고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 있을 때 찾아온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사실 저는 이 영화 안에서 어떤 하나의 주제는 은희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남에게서 그 사랑을 구하려 하다가, 결국 엔딩에 가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함을 깨닫는 그런 구조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 정관용> 94년의 시대를 상징하는, 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 운동화, 그다음 카세트테이프 이런 것 등등등 그거 다 어디서 구했어요?

◆ 김보라> 그건 저희 연출팀들이랑 미술팀들이 정말 고생을 해서 이 적은 예산 안에서 아주 많은 발품을 팔고 그렇게 구했습니다.

◇ 정관용> 94년을 안 살아본 사람들이 보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요. 젊은 층들이 보면.

◆ 김보라> 인스타그램에서 후기들을 좀 찾아봤는데요. 94년에 태어났는데도 내 이야기 같은 이유는 뭘까 이런 글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되게 감사하고 아마 시대가 변하더라도 우리가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계속 바라보게 되고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인간이 원하는 어떤 원형적인 것들은 늘 같기 때문에 그래서 공감을 해 주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김보라 감독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한다면, 국내에서 영상영화과 전공을 하시고 미국 가서 공부하셨죠. 그리고 귀국하신 게 몇 년도입니까?

◆ 김보라> 2011년에 한국에 와서 그때부터 강의를 하고 벌새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 정관용> 그 사이에 단편영화 만드셨었고.

◆ 김보라> 그게 대학원 졸업작품이었어요. 리코더 시험이라는 사실 벌새의 전신 같은 그런 단편영화였어요.

◇ 정관용> 그게 그러면 미국 대학원 졸업작품이었습니까?

◆ 김보라> 네.

김보라 감독 (영화 <벌새>감독)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그로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 세월을 벌새와 함께 사셨군요.

◆ 김보라> 2011년에 리코더 시험을 만들었으니까, 작년에 벌새가 완성했으니까 한 7년 정도가 걸렸었어요.

◇ 정관용> 다음 작품은 기획하고 있는 게 있습니까?

◆ 김보라> 다음 작품은 서로 얘기가 오가는 것들이 있는데 아직 확정이 난 게 없어서 좀 조심스럽지만, 제가 하고 싶은 영화들은 역시나 벌새처럼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역사, 전쟁 그리고 SF 장르의 영화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 정관용> 그 여성은 점점 나이가 들겠죠?

◆ 김보라> 저는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을 보여주고 싶고요. 그리고 여태까지 나이가 많은 여성들의 서사가 많이 없기 때문에, 혹은 나이가 아주 어리거나 많은 여성들의 서사는 없기 때문에. 그렇게 좀 얘기되지 않는 여성들의 서사에 대해서 더 다뤄보고 싶습니다.

◇ 정관용> 이 영화관을 찾게 될 관객들한테 한마디 하신다면.

◆ 김보라> 저는 이 영화를 어떤 편지처럼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 정관용> 편지?

◆ 김보라> 때때로 사람들이 살아갈 때 자기 자신이 견딜 수 없는 그런 밤들이나 순간들이 오잖아요. 우리는 그걸 어른이 되어서는 아주 교묘하게 숨기고 사랑받고 싶다 혹은 제대로 사랑하고 싶다는 그런 열망을 숨긴 채, 때때로 유령처럼 살아가기도 하고 본질적인 것들을 찾지 못해서 아파하는 밤들이 있는데요. 그런 밤들에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막 힘들어했던 그런 밤들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영화를 편지처럼 보내고 싶습니다.

◇ 정관용> 그 편지를 읽으면 힘이 나는 겁니까?

◆ 김보라> 지금까지는 (웃음) 관객분들이 위로가 많이 됐다라고 많이 써주셔서 정말 정말 기쁜 마음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오늘 인터뷰를 나눠보니까 표현하신 어법이나 말씀은 좀 어렵게 하시는데 영화는 굉장히 쉽더라고요. 정말 일상. 우리 주변에서 문득문득 눈만 돌리면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일들이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그런데 그 속에서 뭔가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거죠?

◆ 김보라> 네, 저는 90년대 아주 일상적인 것들을, 일상의 은희의 집을 특히나 묘사해 보고 싶었던 게 뉴스에 나는 비정상적인 그런 게 아니라 일상 속에 있었던 야만성? 일상의 얼굴을 한 폭력 그런 것들을 묘사하고 다뤄보고 싶었던 게 좀 컸었습니다.

◇ 정관용>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영화가 리얼리즘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렇게 느끼지 않으세요?

◆ 김보라> 좋아하는 영화들 중에는 여전히 굉장히 리얼리즘적인 계열의 영화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 정관용>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영화들, 이런 걸로 가면 리얼리즘을 잊어버리고 극단으로 뭔가를 치닫게 만들고 인위적으로 꾸미고 하는 그런 영화들 쪽으로만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 김보라> 상업영화가요? 아니면 독립영화.

◇ 정관용> 우리나라 상업영화들이.

◆ 김보라> 상업영화가요? 아, 네. 상업영화는 저도 그런 이유로 좀 안 보게 되는 것도 있었어요.

◇ 정관용> 그런데 과거에는 리얼리즘적인 바탕을 깔고서도 상업영화제도 성공한 영화가 꽤 많았었거든요. 언제부터인가 이게 사라졌어요. 우리 김보라 감독께서 앞으로 리얼리즘에 기반해서 대박을 치는 영화를 만들어주시기를 부탁을 드리려고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 김보라> 감사합니다. (웃음)

◇ 정관용> (웃음) 영화 벌새를 들고 오신 김보라 감독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보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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